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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2008 : 미술을 바라보는 네 가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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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eMerging Artists 2008-Four Ways to Look at Art
SeMA 2008-미술을 바라보는 네 가지 방식



2008.03.28-2008.06.15/ 월요일 휴관
2008.03.27 목 17:00


참여작가 ▷ 25명
강연희, 강현덕, 김재옥, 라유슬, 박종호, 서고운, 서지선, 성유진, 신기운,
아이잭 신, 오재우, 우윤정, 이단비, 이동주, 이상미, 이서준, 이소정, 이승현,
이준용, 유지현, 이 경, 이현주, 장석준, 정윤석, 하비비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SeMA Selected eMerging Artists展은 서울시립미술관의 격년제 신진작가 전시로, 2004년 시작되어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역량 있는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술의 이슈를 점검한다는 취지 아래,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들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된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작가들의 새로운 미의식을 읽어내고, 한국미술의 미래를 조망해보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번 SeMA2008-미술을 바라보는 네 가지 방식展은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미술을 근원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오늘날의 미술이 더 이상 특정 미술사조의 흐름이나 유행의 변화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진 바, ‘미술’ 이라는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되돌아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오늘날 작가들은 모두 ‘미술’이라는 동일한 이름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각 다른 ‘미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작가들이 미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태도’를 네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작가가 생각하는 ‘미술’이라는 것이 ‘조형요소들의 울림’이냐, ‘외침으로서의 미술’이냐, ‘유일한 소통출구로서의 미술’이냐, ‘삶과 하나된 미술’이냐에 따라 선과 색의 울림, 물로 쓴 슬로건, 상상의 틈, 괴물 되기, 일상의 발견의 네 섹션을 구성하였고, 이 네 가지 주제를 통해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SeMA展이 처음 시작된 2004년 이후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졌고, 옥션의 활황과 맞물려 졸업전시에서부터 미술시장과 연계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이들 작업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SeMA2008-미술을 바라보는 네 가지 방식展은 미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미술이란, 현대미술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오늘날의 작가들이 미술을 어떠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표현해내고 있는가, 또한 어떠한 태도와 정신이 필요한가를 점검해보려 한다. 본 전시가 동시대 미술의 경향을 논점화 하고, 현대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관람객들에게 미술을 보다 흥미롭고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선과 색의 울림 Echo of Lines and Colors
큐레이터 최정희
참여작가 강연희, 라유슬, 우윤정, 이 경, 이현주, 하비비



이 섹션에서는 선, 면에 의한 화면 구성이나 색채, 표면의 질감 등 조형적 요소에 천착하며, 이들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마음의 울림을 미술에서의 주요 가치로 삼는 작가들의 작업에 주목해 본다. 매체의 다변화, 탈장르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회화의 본질과 순수성, 물성의 탐구에 직, 간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은 미술에 있어서 가장 전통적이고도 본질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작가들이라 하겠다.

섹션의 제목에서 언급되는 ‘선’과 ‘색’이란 두 요소는 이러한 조형적 요소들의 조화와 발현을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존재로 이해된다. ‘선(line)’ 이란 ‘한 점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만들어진 자취’이다. ‘점’과 ‘면’ 사이에 존재하는 ‘선’은 인간의 감정과 감성의 움직임을 가장 유동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색(color)’ 역시 감정의 은유로부터 사회, 문화, 종교의 광범위한 영역에 이르는 다양한 상징성을 가짐과 동시에, 시감각으로서의 ‘색’ 자체가 가지는 정서적인 환기의 힘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이 두 요소는 마음의 울림과 함께 청각적인 울림까지도 연상시킬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기도 한다.

‘선’과 ‘색’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조형적 요소들이 중시됨에 따라, 이들의 작업에서는 구체적인 표현 대상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재현적인 경향과 완전히 반대선상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재현 방식의 차이일 뿐, 아무리 구상성이 배제된 미술이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와 완전히 동떨어져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지 않았을 경우라 하더라도 관람자는 작품을 마주할 때, 색채나 구성 등 어떤 요소를 만나든 자연스럽게 어떠한 대상, 혹은 감정과 연결 짓는 연상 작용을 하게 된다. 때문에 이들의 회화는 관람자들에게 최소한의 힌트를 제공하면서도 그만큼의 광범위한 상상력과 감성적 교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외형적으로는 모더니즘의 환원주의 논리와 맥이 닿아 있지만, 단순한 형식미의 추구를 넘어서는 서정성과 감성적 은유가 공존하는 것이다. 또한 수공성이 강조된 작업과정의 경우 작가에겐 자기정화의 수단으로, 관람자에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의 제공처로 기능하기도 한다.

보여지는 것 보다는 풀이하는 것, 즉 말과 담론이 중시되는 현대미술에 어려움을 느끼는 관람객들에게 이들의 조형언어가 만들어내는 내면의 울림은 미술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다. 작품에서 잔잔히 떠오르는 선과 색의 울림에 귀 기울이며 작품이 주는 순수한 시각적 유희와 정서적 교감의 기회를 갖기를 기대한다.


물로 쓴 슬로건 The Slogans Written in Water
큐레이터 조주현
참여작가 박종호, 신기운, 아이잭 신, 오재우, 이준용, 정윤석



‘아멘 어서 오라. 인생이여! 나는 100만 번이고 나아가 경험의 진실과 마주칠 것이며 영혼의 대장간에서 내 민족의 아직 태어나지 못한 양심을 만들어 낼 것이다.’
-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中 -


이 섹션에서 선보이는 6명의 젊은 작가들은 전통적으로 말하자면, “세계에 대한 변화와 실천적 역할에 미술의 중심이 있다고 보고 세계에 대한 발언을 창작활동의 거점으로 삼는 작가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80년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젊음을 던졌던 영웅적 투사들과는 거리가 있다. 여러 가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한 이번 섹션의 타이틀 “물로 쓴 슬로건”은 치열한 정치적ㆍ반예술적 시위로부터 작가적 삶을 시작했던 과거 민중미술 등 기성세대들의 사회 참여적 작업 태도들과는 변화된 20-30대 작가들의 사회의식과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피’와 반대 개념인 ‘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방 증발해 사라져버리는 일종의 한담(gossip), 내지는 소리 없는 외침에 대한 은유이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현실순응적인 90년대 이후 대학생들에게 절대적 정의와 가치, 목표는 상실된 지 오래다. 이러한 정신적 분위기에서 자라난 젊은 작가들이 보일 수 있는 급진적 태도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적당한 위트를 가미한 소위 블랙유머를 통해 우회적으로 비틀거나, 키치적인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풍자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며, 때로는 엽기적인 소재를 실험하고 화면 속에 차용하여 또 다른 미술혁명을 꿈꾼다. 내용적인 면에서 이들은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업경향이 소위 “팔리는 작업들”을 위시하여 편중되어 있는 요즘 미술계 현상에 대응하여, 예술이 자본의 하위개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됨에 따라 변질된 정신적 가치에 물음을 제기하는 작업들을 통해 변혁을 위한 시도로서 미술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전체 미술계에 부는 상업화 바람으로 동시대 블루칩 작가들의 전시가 연일 매스컴과 작가들의 화두에 중심이 되며, 공공 미술관의 기능과 위상이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대학원 졸업전시까지 상업화랑 관계자들과 컬렉터들의 입맛에 맞춘 작업에 집중되어 있는 요즘, 한국현대미술의 다양성, 실험정신, 전통이라는 가치는 현저히 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섹션에서는, 다소 무리수를 두더라도 - 6명 중 3명은 80년대 생으로 이제 갓 미술대학을 졸업한 소위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다 - 길들여지지 않은 양심, 객기 어린 반항 의식, 그들의 성장통을 다루고 싶었다. 순수한 치기와 감성, 기존 사회로부터 이탈하여 새로운 체제를 꿈꾸는 용기, 이런 게 “젊음”이 보장해주는 특권 아니었던가. 온통 마켓의 수치에 집중되어 있는 미술계를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보는 이들의 ‘불온함’에 희망을 걸고 싶다. 그리고 이에 감응하는 젊은 작가들, 작가 지망생들이 또 다른 불온함을 촉발하고 증식시키길 바라는 마음이다. 분명한 자신의 논리로서 현재의 사회상을 바라보고 미술가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는 신진작가들의 활동이 날개를 펼 수 있는 기회가 줄어 든 2008년 지금, 이들의 작업 활동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상상의 틈, 괴물 되기 Imaginary Crevice, Becoming a Monster
큐레이터 강효연
참여작가 김재옥, 서고운, 성유진, 이서준, 이소정, 이승현, 유지현



이번 섹션인 <상상의 틈, 괴물 되기>에서는 사회, 문화적 상황에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반응하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돌연변이나 괴물 등, 일반인들의 상상이 불가능한 이미지와 형상으로 세상의 또 다른 개체로서 소통하기를 원하는 작가들이다.
최근 1세기의 문화형성과정은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수용해 가면서도 적잖은 마찰과 변이를 낳았고, 이러한 현상은 이 시대 작가들의 반응으로써 주목하게 된다. 특히, 변이가 자연발생적인 현상이 아닌 부작용의 결과물이자 괴물로 표현되어지는 이시대의 비정상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작가는 스스로 ‘괴물 되기’를 자처함으로써 자유를 향한 탈출구 내지는 카타르시스적 의미를 찾아가는 시도를 한다.
주관적이고 감성적이며, 개성과 자아를 표출하는 젊은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자 세상을 향한 외침이다. 소외된 육체의 은유, 히스테리의 도상학, 서로 무관한 이미지가 하나로 뭉쳐지는 그로테스크(이상한)한 이미지, 식물성과 동물성의 결합 등 괴이하면서도 애틋한, 때론 재밌게 느껴지는 작품들은 작가들이 채집자와도 같이 수집한 다양한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상상’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괴물’의 이미지는 나무의 틈 사이에서 자라나는 이끼와도 같고,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된 현상처럼 이 세상의 일부분으로써 다른 개체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그럼, 왜 ‘괴물 되기’일까. 여기서 진화론적 의미의 ‘되기’는 아니다. 통상적으로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 존재적 의미나 무리를 형성하는 ‘되기’를 생각할 수 있겠다. 특히, 자연과 문화 간의 연속성 상에서 발생되어지는 생성의 의미, 바로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말하는 결연의 관계 : 공생,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 새로운 의미의 탄생(생명력)-돌연변이의 탄생, 괴물의 탄생-을 말하는 것이다.

인권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우리사회에서 한 개인의 감수성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집단의 권위와 이익이 우선하고 여전히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인적 감성이 짙게 깔려있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이 전시장에서 세상과 소통하기를 갈구하는 젊은 작가들의 낯선 이미지가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할 것이다.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돌연변이나 괴물의 의미를 조금만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일상의 발견 The Beauty of the Ordinary
큐레이터 양혜숙
참여작가 강현덕, 서지선, 이단비, 이동주, 이상미, 장석준



본 섹션에서는 작가 주변의 일상적인 것에서 미술의 소재를 발견하고, 일상 속에서 삶의 즐거움과 창작의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에 주목해 본다. 나날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그다지 아름답거나 고상하지 못하지만 그러한 일상을 대하는 작가들의 시선에 따라 주변 세계는 얼마든지 특별한 세계로 탈바꿈될 수 있다. 또한 일상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과 표현 방식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드러내 주기도 한다. 미술사에서도 그동안 홀대받던 일상이 ‘잠재적 창조성을 지닌 예술 영역’으로 각광받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 이전까지 역사나 종교, 문학에서만 소재를 빌려왔던 미술은 17세기에 와서야 당시 네덜란드의 풍속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단했지만 일상적인 삶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처럼 일상에 대한 주목할 만한 성찰을 통해 우리의 일상 세계를 이루는 작은 부분들 하나하나가 미술의 소재와 주제가 될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과 일상에 깃들인 삶 그 자체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동안의 미술이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발언의 통로였다면 이제 미술은 그러한 거대담론을 대변하고자 하는 거창한 책무에서 해방되어 작가 개개인이 실제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세계로 눈을 돌리고자 한다. 미술과 삶의 경계가 무너지고 미술이 곧 일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미술의 흐름 속에서 그 의미를 재고해 본다.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2,3층 전시장
서울 중구 미술관길 30(서소문동 37번지)
Tel 02.2124.8800
www.seoulmo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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