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블루닷아시아 2008
2008.3.5 - 3.10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블루닷아시아’가 기존 아트페어와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출발했다. 국제와 국내를 표방하는‘아트페어의 관성’사이에서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작품만으로 아트페어를 꾸린 것은 차별 선언의 시작일 뿐이다. ‘A급 화랑들만의 리그’로 치르는 권위와 전통에 대항하면서 화랑들을 물리치고 전시 주제에 부합하는 작가들을 초대해서 아트페어라는 몸에 미술관 기획전의 옷을 입힌 주요전략은 차별 선언의 중심이다.
이른바 미술작품의 ‘미적가치소통’과 ‘상품 유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아트페어의 의외의 실험인 셈이다. 게다가 시장에서 공인된 ‘잘나가는 작가 모시기’를 지양하고 저평가된 중견을 재발견해 내려거나 신진들의 발굴을 시도하는 일련의 모험은 신선하기 조차하다.
블루닷아시아는 출품작들을, ‘화랑, 개인 부스전’, ‘저가 특별전’ 같은 장사 냄새 나는 빽빽한 그룹 속에 위치시키는 공간연출을 지양하고, 주제별 섹션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전시라는 문맥 속에서 관객과의 작품 소통을 도모한다.
그런 차원에서 ‘매드 피겨레이션’, ‘판타시아’, ‘아시아의 색’, 대만 영상사진 설치작가들의 전시인 ‘일루젼 극장’, 한국의 신진작가들의 데뷔무대인 ‘산소 존’ 등 5개의 주제 구성은‘그림 장사’라는 아트페어 본연의 의도를 수면아래로 숨기는 위장학이다.
아트페어 주최자들의 진짜 의도는 한결 같다. ‘작품을 많이 팔아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데 블루닷아시아는 파란색의 예약딱지가 작품마다 무수히 붙어있는 전시 마지막 날까지도 ‘성급한 그림 장사꾼’으로 자리매김 되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으려는 자존심을 내비춘다. 기획자가 부여하는 블루닷이라는 예약딱지의 의미처럼 그들은 시장성과 작품성을 담보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그런 면에서 그들의 실험은 시장주의만이 넘실대는 오늘날 미술현장에서 ‘아트페어는 아트페어 일따름이다’ 라는 일상의 범주론을 깨치는 의미있는 행보가 된다.
서울아트가이드 2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