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08-05-01 ~ 2008-05-31
김태균
02.323.4155
◈ 전•시•초•점 ◈
1. 빰을 보드랍게 쓰다듬는 꽃 바람과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푸른 하늘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5월, gallery zandari에서는 우리를 설레게 할 또 다른 파랑을 가득 담아 Bluest BLUE 展을 준비하였다.
2. Bluest BLUE 展은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한달 동안 진행되며, ‘바다 사진’, ‘블루 작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김태균의 신작과 함께한다. 지난 2007년 BLUE in BLUE 展이 ‘blue’라는 보통명사에서 떠올려지는 이미지를 너머 그의 작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블루와 그들간의 조화, 그의 이전 작업들과는 달리 가로로 길게 펼쳐진 형식을 시도했던 전시였다면, 이번 Bluest BLUE 展에서는 더 나아가 그의 블루 중에서도 가장 푸르고 깊고 짙은, 더 이상은 없을 듯한 블루를 끌어낸 신작 10여 점을 선보인다.
3. 코발트 블루, 푸르시안 블루, 스카이 블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블루의 미감을 찾아내는 그의 작업이 이번 전시에서는 달을 머금고 한층 깊어졌다. 색면 회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작업은 수평선을 경계로 바다와 하늘을 마주함과 동시에 미묘한 분리로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짙은 바다와 하늘의 푸르름을 머금은 달빛이 엮어내는 분위기가 그 깊이를 더한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달이 머금은 블루가 손짓하는 gallery zandari의 블루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4. 하나의 블루를 포착해내기 위해 작가는 수백 장의 블루를 버리고 또 버린다. 이렇듯 한 컷의 블루 안에 가득 차있는 농후한 시간의 밀도와 켜켜이 쌓인 노력은 그의 미니멀한 블루의 견고한 표면 아래에서 숨쉬며, 고요하지만 깊은 힘을 드러낸다. 흡사 드러내놓고 떠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갖고 있기나 한 듯 조용한 그의 블루는 전시장 곳곳에서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심해의 그 아래로 이끈다. 이렇듯 농축된 시간과 감성에서 묻어 나오는 그의 블루는 슬픔과 그리움, 우울함, 때로는 두려움으로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한다. 하늘의 블루가 되고, 바다의 블루가 되어 깊고 깊게 블루와 호흡하게 하는 심연의 블루, 이것이 그가 만들어 내는 ‘블루의 늪’이다.
5. 김태균의 바다는 블루를 향한 끝없는 탐구다. 하늘과 바다가 일궈내는 자연의 빛깔에서 층층이 감추어진 블루의 얼굴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의 고단한 노력이 일궈낸 또 하나의 자연의 빛깔이다. 조작되거나 연출이 가미되지 않은 그의 블루는 자연의 색이기에 한층 더 깊고 중후하며, 고요한 바다라 불리는 달이 더해져 멜랑콜리한 맛을 더하고 긴밀함을 제공한다. 바다가 달의 색을 흡수하고, 달이 바다와 하늘의 색을 흡수하는 그의 작품은 자연의 빛깔이 충만한 바다와, 달이라는 또 다른 바다에 이르러 진정한 블루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한 가운데에 Bluest BLUE가 있다. 짙은 코발트 빛의 수채 물감이 잔잔히 번져가는 듯, 물기를 가득 머금은 그의 블루가 우리의 마음을 파란빛으로 물들이기를 한번 기대해보자.
6.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전시장에서 작품과 관람객, 그 둘 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넓은 전시장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작품과 의자 하나, 의자에 앉아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에게 작품이 이야기한다. “바다는 항상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요,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도 수 십 가지의 다양한 얼굴을 읽게 하거든요, 블루도 마찬가지예요, ‘블루’라는 한 단어로 정의되지만 어떤 것이 절대적인 블루인지는 누구도 명확히 정의할 순 없어요, 당신에게는 어떤 블루가 보이시나요?”...블루의 짙은 향기를 따라 끝없이 블루를 찾아 떠나는 김태균의 행보에 함께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그의 이름은 파랑
바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보고 싶어하고 찾아온다. 일상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 조금 다른 일탈을 원할 때 ‘그냥’ 생각나는 것이 바다란다. 아마도 하늘과 맞닿아 있는 푸른 수평선을 그리고 자신에게로 끊임없이 밀려들어오고 나가는 파도를 바라보며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아닌 바다에게 귀를 기울이는 이가 있다. 그는 늘 한 곳에서 늦은 시각 바다와 만나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태양과 함께 뜨고 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 수없이 많고 다른 바다의 이야기에 ‘파랑’이라는 운율을 담아가는 이다. 그는 어둠 속에서 그 속 깊은 파랑을 수 없이 끄집어 내고 바다를 비추고 있는 은은한 달빛에 비친 바다의 창백한 파랑까지 고집스레 담아가기를 끊임 없이 반복하는 이다.
작가라 불린다
작가들은 프레임에 담긴 이미지가 이야기 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작가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에 더해 글 쓰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로 너무나 많이 떠들면 관객은 이미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가끔은 그도 그들의 목소리에 지칠 때가 있다. 그는 말하지 않고 그가 들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고 그가 경험한 그 파랑의 운율과 힘을 전해주고 싶다.
그가 만나는 바다는 시시각각 변하고 늘 새로운 이야기로 그를 부른다. 깊은 밤 바다와 마주해 본 적이 있는가?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침묵 속에서 마주하고 있던 먹 빛 하늘과 바다 아래에서 짙은 파랑을 만나게 됨과 동시에 셔터는 찰칵 소리를 내고 그가 만난 파랑이 필름과 만난다. 그의 눈 앞의 파란(波瀾)은 마치 시간 속 기억 속 저 아래에 침잠해 있다 떠오르는 기억의 이미지들처럼 그에게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나간다.
그의 이름은 파랑
그의 이름은 파랑이다. 어떤 이들은 바다라고도 부르지만, 그는 파랑이라고 불리우기를 원한다. 그의 시각과 감각으로 얻어진 얼핏 모두 같은 듯 하지만 어느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파랑과 파도, 하늘과 수평선, 달과 바다는 모두 파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고 그 안에서 잔잔한 운율을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조용한 리듬을 타게 한다. 그는 그와 마주선 당신이 그가 어느 날 어느 깊은 밤 만났던 짙은 파랑을 느끼고, 자신의 파란 하늘과 파도에 비친 당신의 푸른 그림자와 함께 손을 잡고 그가 만든 프레임 속에 더 없는 파랑을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Bluest BLUE, 지금 만나러 갑니다
기획자들은 많은 작가들과 작품을 만나고 전시들을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는다. 다양한 작품들과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즐겁기도 하지만, 많은 작품들과 전시, 이를 소개하는 매체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이해할 수 없는 현학적인 글들에 치이고, 때로는 본인의 글에도 남들도 다 쓰는 철학용어 한 두 개쯤 넣지 않아 빈약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짝 고민도 해 본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이들에게 작품이나 전시 자체보다는 그를 포장한 글들을 쏟아내고는 그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기도 하는 것이 필자의 모습이다. 각종 이론과 담론이 무성한 시대에 살면서 소망한다! 아무런 말도 필요 없는 어떤 글도 생각나지 않는, 그 앞에서는 벙어리가, 귀머거리가 되는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앞에 놓인 작품 그 하나가 나를 감싸고 내 마음을 움직여 그 속으로 뛰어들고픈 충동을 일으키는 ‘그냥’ 좋은 그런 작품! 지금, 만나러 갑니다. <Bluest BLUE>
송희정(갤러리 잔다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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