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08-08-06 ~ 2008-08-22
조문호
02.733.4867
-작업노트-
정선, 만지산 자락에 온지도 벌써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인적 드문 산에서 혼자 산다는 것이 힘든 때도 있었지만
이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나날이 너무나 행복하다.
서서히 구름이 몰려와 산을 덮는다.
모든 것은 ‘무(無)’에서 시작되어 ‘무(無)’로 돌아간다는
무위의 사상을 자연이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새벽녘, 안개나 구름 따라 바뀌거나 사라지는 산의 형상을 통해
지워져 가는 산을 찍어 왔다.
어쩌면 산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지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지우개로 지운듯한 느낌을 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 입자를 거칠게 하였으나,
언젠가는 이러한 기교도 버리고 더 나아가 사진기마저도
버릴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생성이 소멸을 부르고, 소멸은 또 다시 생성을 만들어
내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과정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시간도 지나가고 계절과 세월, 풍경 그리고
모든 이들도 결국은 어디론가 흔적 없이 다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엄정한 법칙이다.
그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존재들이 사라진 이들을 대신해 살아나
다시 사라질 채비를 할 것이다. 그런 것이 자연이고 삶이다.
동양적 세계관에서는 흔히 이를 순환이나 윤회라고 한다.
우리들 모두가 곧 사라지겠지만 그 사라지는 순간까지는
영원처럼 산다. 이 터무니없는 모순 속에 살며 그것을
카메라로 찍는 것은 또 무엇인가.
자연의 섭리를 틀에 가두고 형상화하는 이 무모한 짓이
어디로 향하고 언제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아마 살아 남아있는 동안은 미친 듯이 지우고 지우다 사라질 것이다.
결국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는 미로에 들어선 느낌이다.
2008. 7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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