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현대사진’에 나타난 다양한 특성들을 재구성하여 각 섹션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현대사진의 다양한 기법과 내적 의미를 통해 사진예술의 새로운 의식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기획-사진展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2009_0306 ▶ 2009_0524 /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 화~금요일_10:00am~08:00pm
주말, 공휴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NAM SEOUL ANNEX BUILDING OF THE SEOUL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82(남현동 1059-13번지)
Tel. +82.2.2124.8800
www.seoulmoa.org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기획-사진展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최관호 |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사진기의 보급은 이미 한 세기가 훌쩍 넘은지 오래다. 최근 고성능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급속도록 확산되면서 대중들에게 카메라의 소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 되어 우리 눈에 보이는 일상의 모든 대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또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그들이 촬영한 수많은 사진 이미지들이 공유되고 사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날로 증가하면서 단순 기록성의 기능을 넘어 이미지의 조작과 편집을 통해 나름 사진의 내적 의미를 부여하고 언어와 텍스트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더불어 최근 수년간 한국미술계에도 40~50대 중견 블루칩 사진가들이 국제적인 활동에 힘입어 두각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 해외파 사진이론가들의 가세로 본격적으로 사진예술의 쟁점이 논의되면서 현대미술의 담론을 살찌우고 있다. 또한 국내외 주요미술관은 사진예술을 조명하는 대규모 사진 전시가 기획되고, 주요 화랑과 컬렉터들이 고가에 사진작품을 소장하면서 이제는 사진예술에 대한 과거의 시각을 탈피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현대사진을 받아들여 ‘읽고’, ‘느끼고’소통함으로써 현대미술의 생산적 담론을 형성해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이다.
한국사진의 과거를 간략히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근대사진은 시대적 성격상 무엇보다 회화에서 벗어나 사진의 독자적 존재와 가치추구를 그 이상으로 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근대사진미학의 견고한 울타리는 사진을 외풍에서 지켜줄 수는 있었지만 사진영역의 확장과 자유로운 표현 방법의 개척에는 오히려 제약이 되기도 했다. 현대사진은 이러한 일체의 제약을 거부하는 데에서 출발하였으며 1960년대와 그 개막을 함께한다. 현실을 해석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사물을 느끼는 감각이 바뀌었으며 기존의 시각이나 기법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의식, 새로운 감각을 수용하게 된다. 당시 기자출신의 사진가와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출현으로 본격적인 사진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면서 70~80년대까지 예술사진의 작업을 이어갔다.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 포트레이트 사진, 광고사진, 유명인사 사진 등 당시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개념을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사진과 미술과의 접점이 논의되면서 성장하여왔다. 이후 90년대 중반 회화와 조각 등 타 장르의 젊은 현대미술가는 사진매체의 메커니즘과 기록성에 매료되어 그들의 작업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미술관이나 대형 화랑에서 집중적으로 전시되고 이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활기를 일으키며 한국현대사진사의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향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사진의 탈장르적 수용 혹은 탈장르의 사진적 수용이 보다 적극성을 띄며 다양한 매체와 기법의 사진들이 생산되면서 현대사진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이후 한국현대사진은 미술과의 별거를 해지하고 현대미술의 연장선상에서 꾸준히 논의되어 생산적 담론의 장을 형성한다.
이번 전시는‘현대사진’에 나타난 다양한 특성들을 재구성하여 각 섹션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현대사진의 다양한 기법과 내적 의미를 통해 사진예술의 새로운 의식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예술가의 방은 인물에 사진적 관심을 갖는 육명심의 70년대 중반 <한국의 예술가> 시리즈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미술인, 시인, 국악인, 소설가, 연극인 등 각 예술가와의 직접적 대면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한국적 정체성과 미의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근대사진에 있어서 극적인 표정, 예외적 행동, 사태의 양상을 명료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결정적 순간’이 핵심적 요소였다면 연극적 연출사진은 현실의 순간포착을 포기하고 배우들로 하여금 일상 혹은 임의의 상황을 연기시키고 그 연기의 장면을 심도 깊은 이미지로 기록하여 연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만드는 사진은 현대사진에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찍는’사진에서 이제는 만들거나‘만들어 놓고 찍는’혹은‘찍지 않고 인위적으로 만드는’등의 사진의 인위적 조작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기계적 사진술에 디지털 기술이 가미되고 이미지의 조작과 인위적 상황연출까지 포괄하면서 예술가의 창조정신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원주의적 양상으로 나타나는 현대미술담론의 맥락에서 이해되며 동시대 젊은 현대미술가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상풍경 사진은 자연의 풍경을 찍었으나 대상의 형상보다는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관계를 규명하고, 작가의 자연적 관조나 내면의 의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심상적 효과를 창출하고 감상적, 명상적 풍경을 제공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객관적 현실을 기록하고 중립성을 지키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작가의 눈과 프레임을 통한 주관적 영상의 발언이 그 핵을 형성하고 있음을 주시한다. 사물의 재인식은 사물에 대한 작가의 선택과 재구성으로 인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많은 해석의 논지를 제공한다. 또한 사물 그 자체의 형상을 제시하기보다는 대상을 둘러싼 다양한 의미해석과 그 내면적 의미를 통해 사물의 재인식 및 시각의 확장을 제공한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사진가들의 대표 작품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다양하게 연출하고 재구성하여 전시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현대사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제공하고 현대사진의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