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두 중진작가의 하루하루를 자신을 깊게 다듬고 내면의 영성을 가꾸어 가는 진지한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전시
세오갤러리의 4월 전시는,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2인의 중진 기독 작가를 초대해 마련한 “성찰된 생명의 질서”이다. 젊은 날에는 질료와 예술의 거대목적을 위해 실험하였고 이제는 현 위치의 자신으로부터 삶과 예술이 같이 경험되고 있는 작업을 보여주는 김병호와 김학광의 개인전 형식의 2인展으로 꾸몄다.
김병호와 김학광 두 작가는 아주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작업을 하지만 존재의 보편성과 초월성을 다루는 면에서나 시간을 개입시킨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작업방식이 공통점이 있다. 김병호는 보편적 인간이 내면의 성찰을 통해 환경과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영성으로 닿아가는 가를 음각의 형태로 표현하며, 김학광은 주변 환경에 있는 가장 하잘 것 없는 나뭇가지 더미의 형태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우주의 법칙을 발견하여 채워 놓는 방식으로 자연의 형태를 화면에 상감기법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간략한 선으로 표현된 인간, 책, 꽃 그리고 수직으로 뻗은 점 등 기호화된 형태가 산화된 납의 자연색감의 묵직함으로 표현되는 김병호작가의 세계와, 흰색의 질료로 두께가 있는 화면 위에 펼쳐진 자연스럽고 경쾌한 색감으로 생명의 힘찬 기운을 감지하게 하는 김학광작가의 작품세계가 서로 대비되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중진작가의 하루하루를 자신을 깊게 다듬고 내면의 영성을 가꾸어 가는 진지한 삶의 모습을 발견하시기 바란다.
전시구성 1층 및 윈도우 전시장: 김병호 & 김학광 공동
2층 전시장: 김학광 15점 / B1 전시장: 김병호 12점
성찰된 생명의 질서김미진 | 예술의 전당 전시예술감독, 홍익대 부교수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기쁨과 노력이 아무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영원한 삶을 인식하며 가지는 순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결국은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다. 이번 전시는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젊은 날에는 질료와 예술의 거대목적을 위해 실험하였고 이제는 현 위치의 자신으로부터 삶과 예술이 같이 경험되고 있는 작업을 보여주는 중진 기독작가 김병호와 김학광의 개인전형식의 이인전이다. 양평에 있는 김학광의 작업실과 원주에 위치한 김병호의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어쩐지 두 작가는 아주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작업을 하지만 존재의 보편성과 초월성을 다루는 면에서나 시간을 개입시킨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작업방식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병호는 보편적 인간이 내면의 성찰을 통해 환경과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영성으로 닿아가는 가를 음각의 형태로 표현하며 김학광은 주변 환경에 있는 가장 하잘 것 없는 나뭇가지 더미의 형태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우주의 법칙을 발견하여 채워 놓는 형식으로 상감을 하는 작업이다.
김병호: 인간의 초월과 포월을 향한 절제된 미 김병호의 재료는 납이다. 그는 유학시절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그의 납공장 지역에서 살았고 그곳의 폐기물처분장에서 나온 납 자투리를 수집해 작품을 하기 시작했다. 납은 처음에는 푸르스름하나 시간이 갈수록 착 가라앉은 회색으로 변하고 무른 성질에 의해 형태에 덮어씌우면 그대로 잘 안착한다. 그는 납을 두 달 동안 내버려 두며 산화와 함께 깊은 회색을 얻어내고 그 후 작업 한다. 주제 면에서 김병호는 하나의 인물을 관찰하고 그 인물의 일생에 관한 다큐멘터리작업을 해 왔다.
그것과 연계해 이번 작업은 아주 평범한 인물로 그려진 실루엣이 화면에 등장 한다. 종교인으로써가 아닌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크리스천이라고 불리 우는 사람들은 육체와 혼( 지, 정, 의) 그리고 성령과 함께 하는 일상세계에서 그 영역간의 유혹과 갈등을 치열하게 겪게 되고 그 가운데 조금씩 변화되면서(성화) 하나님의 세계로 구원받고자 한다. 물질중심의 세상에서 이런 과정을 겪는다는 것은 매일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회개하며 기도해 나가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하는 매우 힘든 일이다. 김병호는 삶과 신앙, 예술과 늘 갈등을 하며 영생으로 향하는 보통의 인간을 표현하며 “초월”과 “포월”이라는 주제를 풀어내고자 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세계와 인간의 보편적 세계를 넘나들며 기도와 말씀을 공부하고 실행하면서 하나님의 방식을 향해 나아간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꾸준히 죽는 날까지 행하는 성화로서의 구원됨을 말한다. 그의 작업에서는 이러한 세상을 이겨내고 관조하는 행위자체를 표현 된다. 그것이 납이란 재료의 특성과 닮아 있으며 시간에 의해 얼룩이나 흔적은 다른 부분과 자연스럽게 혼합되어 전체는 진지한 자신만의 깊은 색을 띄게 된다. 그의 작품은 매우 간결하다. 미리 나무판에 형태를 파 놓는다. 혹은 종이로 형태를 만들어 얹는다. 그 위에 납을 씌우고 음각된 곳과 양각의 마티에르를 얻어낸다.
김병호의 작업은 단순한 기호로 되어 있다. 책, 인간, 꽃, 수직으로 뻗은 점을 완전한 형태 혹은 부분적으로 사용해 이 주제를 상징한다. 이 기호들은 가장 평범한 비율로 감정이 섞이지 않은 솔직한 일정한 두께의 선으로 그린다. 그리고 반투명 트레팔지에서 완벽한 선으로 준비되어 나무판으로 된 화면으로 옮겨진다. 가장 평범한 형태를 가장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늘 생각하는 “초월”과 “포월”의 개념이다. 단순하고 평범함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성이 가득한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것이다. 그것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한 화면에서 사람은 구부리고 앉아 있거나 서서 걸어 다니는 형태가 연속으로 등장한다. 그것은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미 바탕화면에 음각으로서 파놓으면서 예비 된 구원된 자로서의 선택된 존재를 담아낸다. 그리고 말씀을 지키며 늘 기도하는 행위를 삶에서 실천하며 나오는 절제된 선과 기다림의 산화되는 납에서 두 번째 구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세 번째는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결국 하나님으로의 구원으로 연결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평범한 실존의 인간으로부터 나온 주제 “초월”과 “포월”이다. 그의 실루엣으로 된 각 형태는 그들의 본질을 말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 김병호의 작업은 참 경건하다. 특별하거나 과장된 감정적 상태가 아닌 단순한 선으로 나를 가다듬으며 하늘과 닿아 있고자 하는 행위의 실천적 작업이다. 납이란 문명의 상징 속에 둘러싸인 인간의 환경이지만 자신을 깊게 다듬고 내면의 영성을 가꾸는 것이란 본질이야말로 늘 하나님과 하는 평안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김학광 : 작은 것으로부터 온 성찰김학광은 양평에 있는 작업실의 주변에서 자연의 일부를 관찰해 창조물의 이치를 표현한다.
특히 그는 겨울에 잎이 떨어진 작은 나무 넝쿨이나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마른 나뭇가지 더미에서 자연과 세상의 법칙과 조화를 발견한다. 그는 작은 세계의 조형을 통해 우주의 신비스러운 형태까지 유추해 내며 서로 유사하며 공통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의 구상을 위해 멀리 좋은 풍경을 찾아다닐 필요성을 못 느낀다. 바로 옆에 있는 일상의 쓰레기더미에서도 그 자체의 조형미와 생명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화면에 새롭게 구성한다. 그것을 형상을 만들어 보이기도 하고 추상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 거대주제로 자신이나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던져놓고자 했던 욕망을 내려놓은 후 자신을 사물에 대입시키면서 사물의 입장이 되어 세상을 표현하는 관조의 관점으로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김학광은 재료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다양한 질감의 화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감과 석고, 제이스톤이라는 재료를 섞어 적당히 바탕을 만든 후 약 4시간 정도 경과하면 어느 정도 굳어져 초벌형태를 만들기 시작한다. 형태를 파내고 또 그 속에 나뭇가지나 자연에서 수집된 조각이나 색을 넣고 그 면을 갈고 또 다시 올리고 하는 반복 작업으로 화면은 완성된다. 그의 이런 작업은 먼저 계획되어 진행되면서 우연적이고 즉흥적인 부분도 함께 개입이 된다. 이 것이야말로 우연과 필연이 함께하는 세상의 법칙이 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바로크를 연상시킨다. 소박한 것에서 화려함까지 다 들어 있는 리듬의 작업이다. 하나의 작은 사물은 그 자체로서의 다듬어진 힘을 가지며 화면 속에서 다른 사물과의 관계를 가지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등장된 사물들은 음률처럼 유동적인 형태를 보인다. 작은 형태는 하나의 풀이면서 사람이기도 하다. 그것을 구별 해 나누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 크게 생성의 법칙에 속한 생명체로서 하나의 풀이나 인간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풀은 겨울에 죽고 봄이 되면 다시 싹이 나고 인간 역시 옛 사람의 매 순간 죽음으로 새로운 영으로 태어나는 성화된 삶을 살아간다.
흰색의 질료로 된 두께를 갖고 있는 배경화면은 하찮으면서 가볍고 속이 빈 삶의 실체를 대변하여 최고가 되려는 작가자신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허락한다. 그러나 그것은 허무와 절망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진지함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은 물질이 되며 온전히 환원된 세계 속의 하나의 몸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사물의 온전한 충만한 상태에 대입되면서 생명의 본질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게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는 세계와 동일한 리듬을 갖고 민감해지고 온몸의 감각이 열리며 전율된다. 그래서 그가 발견하게 되는 물질은 많아지며 주변에서부터 우주의 존재로까지 창조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알아가는 모든 것과의 소통이 되는 무척 아름다운 과정이다. 김학광은 아주 흥미로운 태도로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재미있어하며 작업 한다. 그것은 보는 이들에게도 전달되어 같은 감흥을 갖게 된다. 사물 하나하나는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의 작업에서는 보석이 되고 모여서 세상을 만드는 당당한 존재라는 것을 같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