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강미선, 김덕기, 김은기, 김주호, 김지애, 김현수, 박성수, 이에스더, 이환권, 최석운 등 10명의 현대미술작가를 통해 심오한 감정을 조명한다
38th Exhibition
예술가의 사랑법
Love is Rainbow 러브 이즈 레인보우 전성윤진 | 롯데아트갤러리 큐레이터
“사랑이란 추억을 향한 충만한 그리움.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먹던 아이스크림.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장식하는데 쓰이던 수퍼글루. 연노랑 별을 쏟아내던 엄마의 마요네즈.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방안을 흐르던 유재하의 음악. 뜨거운 전기장판에 기대어 나누던 너와의 수줍은 대화들. ...이 모든 것 들은 한데 모여 사랑에 관한 추억을 완성한다.” [이에스더, Lee Esther]
우리는 사랑에 둘러싸여 있다. 사랑이라는 열정적인 감정은 가지가지의 색깔로 우리를 찾아온다. 때로는 우리의 심장을 터질 듯 부풀어오르게 하며, 최악의 상황은 극복하고 경이로움은 음미할 수 있는 기적을 보여준다. 사랑은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우리를 시인이거나, 부모이면서 동료이자 이웃이게 하며, 형제자매이자 국민이 되게도 한다. 우리를 다듬고, 우리의 휴머니티를 표현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노인들의 향수와 젊은이들의 꿈을 이어주는 강이며, 우리 삶에서 가장 심오하고 강한 포옹력이 된다. (MILK,
, 정현종 역, 이레, 2002)
롯데 에비뉴엘에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열리는 <러브 이즈 레인보우>전에서는 강미선, 김덕기, 김은기, 김주호, 김지애, 김현수, 박성수, 이에스더, 이환권, 최석운 등 10명의 현대미술작가를 통해 이 심오한 감정을 조명한다.
사랑은 예술에게 수많은 소재를 제공했다. 구지 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근대기 우리 유명 예술가들은 숱한 사랑의 일화들을 남겼다. 아마도 그 때(근대기)의 사랑이란 보통 사람들에게 예술이라는 말처럼이나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기에, 살이 붙고 부풀려지면서 더욱 로맨틱한 무엇으로 둔갑했는지도 모른다. 나혜석이 그렇고, 윤심덕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사랑은 격렬하고 열정적이었고 뜨거우며 찰나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처럼 예술가의 사랑이 늘 뜨거웠던 것은 아니다. 근대 최고의 화가로 칭송되는 박수근이나 이중섭, 그리고 이쾌대와 김환기의 사랑은 그들의 배우자와 뜨겁기보다는 따뜻하고 소란스럽기보다는 조용하고 찰나적이기보다는 기나긴 사랑을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박수근과 그의 아내 김복수 여사와의 일례는 너무도 유명하면서도 여전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김복순 여사가 전통적 관념을 지닌 순종적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 가난을 견뎠다고 쉽게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1•4 후퇴 때 아내를 닮은 여인을 따라가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는 화가의 회고에도 쉬 그리 말할 수 있을까. 지고의 세월을 보낸 다음 오히려 ‘그이가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해주셨는지 마치 잃었던 보물이라도 얻은 양 애지중지 보살펴주신 것’에 감사한다고 쓸 수 있는 아내에게 순종의 허울을 들이댈 수 있을까. 우리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박수근은 또 이렇게 썼다.
‘나는 외출해서 돌아올 때 우리집 용마루만 보아도 내 집(창신동 집, 오른쪽 그림)이 어떻게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저 집안에 (6•25 와중에) 죽었다 살아온 나의 사랑하는 처자식과 동생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심세중, <예술과 사랑>, 아르코웹진136호)
실리에 따라 결혼과 이혼을 선택하고, 부자의 연을 자기 손으로 끊어버리는 요즘, 이러한 무모한 예술가의 사랑이 오히려 그리워지기도 한다.
<러브 이즈 레인보우>에 참여하는 10명의 작가들의 사랑의 작품은 불 같은 열정이나 숨 막히는 아름다움, 가슴을 모조리 뒤흔드는 감상(感傷) 뿐만 아니라 유년시절 이불 속에서 만화책을 읽으며 깔깔대던 우정과 중년이 되어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 그리고 가족을 통해 ‘현실을 인내하게 하는 신뢰와 연민’도 섞여있다.
참여작가 중 가장 막내인 이에스더는 7개의 마요네즈, 수퍼글루와 함께 어딘지 우스워 보이고, 요란하고 장난끼 많은 커다란 얼굴들을 설치하여 추억으로 충만한 유년의 그리움을 기념비적으로 만든다. 이에 반해 강미선은 하얀 도편(도자기)위에 코발트안료로 포도나 茶, 꽃을 그려 한 벽면을 가득 채운 60여 점 작품 <나의 방>으로 오랜 친구에게 풍성한 위로를 보낸다.
김지애는 그녀의 초기작 시리즈 중 시리즈와 를 선보인다.이 시리즈는 기름먹인 한지 위에 오일페인팅으로 그리는 김지애의 독특한 기법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기의 작품들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 누구도 한번쯤은 열병처럼 겪었을 행복한 연인들의 키스와 포옹, 행복의 표정으로 사랑의 풍성한 기억들을 보여준다. 박성수는 고양이나 개를 의인화하여 사랑에 대한 완곡한 표현을 시도한다. 커다란 깔대기로 ‘Love You’라고 외치거나, 서로 이길 수 없는 싸움(사랑싸움)을 하는 등, 그들의 다양한 표정과 액션으로 사랑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업치락 뒤치락, 그렇게 발전한 연인들은 가족을 이루며 사랑의 열매를 맺는다.
그렇다면 가족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에 대한 작품들은 어떨까. 이들을 소재로 작품을 하는 작가들은 의외로 많다. 다시 말하면,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가족이나 아이에 대해 최소한 한 점씩은 그려내는 것 같다. 아마도 가족의 따뜻함과 유유자적함, 그들이 가진 원천적인 힘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행복만큼이나 거대하고 화려한 꽃다발 속에 행복한 신랑, 신부를 배치한 김은기의 <5월의 신부>는 모든 미혼 여성들의 로망과 기대를 압축한 듯 하다. 마냥 결혼생활이 화려하지만은 않겠지만 김은기의 캔디빛깔의 곱고도 세련된 색감은 사랑을 꿈꾸는 이들을 부드러운 사랑의 세계로 인도한다.
한편, 곧 태어날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설레임과 사랑은 도자기로 하나하나 구워낸 파스텔 톤 곰인형이나 토끼인형들의 웃음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곰인형과 토끼인형을 설치한 김현수의 나 는 김현수 작가 자신의 어린시절의 추억과 인형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줄곧 가정의 소중함을 피력해온 김덕기는 한층 밝고 화려한 원색으로 한없이 투명하고 밝은 가족의 이상적인 풍경을 그린다. <행복한 정원>이나 <아들의 정원> 등 마치 사랑의 부적처럼, 다정한 부부와 어린 자녀들, 그들이 함께 사는 정원딸린 그림 같은 집의 사랑 넘치는 풍경은 그의 그림을 보는 우리들에게까지 그들의 사랑을 전염시킨다.
이에 반해 자유로운 구도에 특유의 풍자로 오늘의 세태와 일상을 웃기게 그리는 작가 최석운이 그리는 사랑은 보다 자연스럽다. 아슬아슬한 리프트 위에서 사랑의 눈빛을 교환하는 <스카이 리프트>와 망망대해에 작은 조각배를 의지하여 떠난 가족여행 <여행, 가족> 그리고 개나리 꽃 아래 천연덕스럽게 배를 깔고 드러누운 또 하나의 가족, 누렁이가 짓는 음흉하면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은 최석운 만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한편, 확대하거나 압축시켜 교묘하게 시점을 교란시키는 작업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이환권은 최근 장독대시리즈(가족시리즈)로 작품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아들과 딸>,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한 공간 안에 배치함으로써 세대간에 이어지는 것은 물질적 유산이나 생물학적인 유전 뿐 아니라 마르지 않는 ‘사랑’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김주호는 3등신의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테라코타(질구이) 입상으로 머리 위, 손을 올려 하트를 그리거나 프리허그(Free-Hug) 하는 자세, 또는 하트를 가슴에 품고 꼭 안고 있는 인물을 선보인다. 그들이 날리는 사랑의 메시지는 사랑의 작품들을 보기위해 들른 모든 관람객들에게 드리는 선물이 될 것을 기대한다.
'Love is Rainbow'전은 10명의 현대미술작가를 통해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인간과 인간, 또는 이웃, 혹은 사물을 향한 사랑과 애착 등 미술을 통해 오늘의 사랑을 조명하고 있다. 무지개처럼 상큼하고 발랄한, 추억과 낭만을 환기시키는 작품들을 선보였으며 사랑으로 파생되는 집착이나 광기, 파괴적인 속성은 차후의 과제로 남겨두고 과감히 배제하였다. 국내 작가 10명의 약 50여 점의 작품으로 사랑의 설레임, 달콤함부터 사랑의 열매, 가족의 탄생, 성장과 유산, 그리고 우리의 즐거움인 친구와 동료들의 교감까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최상의 감정과 만나길 기대한다.
에비뉴엘 롯데아트갤러리 기획展
Love is Rainbow 러브 이즈 레인보우
전시기간 2009. 5. 1. fri _ 6. 30. tue
장 소 AVENUEL(B1F_5F), Lotte Art Gallery(9F)
초대일시 2009_0501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10:30am~07:30pm / 4월 20일 휴관 / 전시 마지막날 오전만 관람가능
에비뉴엘 롯데아트갤러리
AVENUEL LOTTE ART GALLERY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130번지 에비뉴엘9층
Tel. +82.2.726.4428
www.avenuel.co.kr
강미선 Kang, Mi-sun 김덕기 Kim, Duk-ki 김은기 Kim, Eun-ki
김주호 Kim, Ju-ho 김지애 Kim, Ji-eh 김현수 Kim, Hyun-soo 박성수 Park, Sung-soo
이에스더 Lee Esther 이환권 Yi, Hwan-Kwan 최석운 Choi, Su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