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30 ~ 2009-06-14
김영, 김예솔, 변대용, 스티키몬스터랩, 위영일, 이기일, 이미연, 이학승, 임수진, 황은정,김과 현씨,정진아
02-2124-8800
미술관 습격 사건 김우임 |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미술관 봄나들이전은 미술관 앞마당, 정원, 진입로 등 야외공간을 전시공간으로 확장하여, 문화와 휴식이 공존하는 열린 미술관으로 기능하고자 매년 주제를 달리해 개최되는 야외전시이다. 봄을 맞아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과 유쾌하게 소통하기 위한“미술관 봄나들이”전으로, 올해는 “미술관 습격 사건”을 개최한다. 괴물, 탱크, 동물, 장난감이 미술관 곳곳을 점거했다! 이른바 미술관 습격 사건! ‘미술관과 습격!’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미술관 습격 사건>은 마니아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유쾌한 작품들이 미술관 곳곳을 점거한다는 설정의 전시이다. 그렇다면 마니아적 상상력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뭔가 자신만의 세계,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 푹 빠져 지극한 관심을 두는 사람들을 마니아라 부른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경제 동물이 되기를 강요받지만, 반대급부로 자신만의 세계 속 판타지로 빠져든다. 자신의 취미에 본업처럼, 아니 오히려 본업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게임, 만화 등 기존의 이야기나 캐릭터를 재료로 삼아 자신들의 방식으로 변용시키고, 적용시켜 또 다른 아이콘을 재생산한다. 이 같은 문화 현상은 미술과 같은 소위 고급문화에 까지 영향을 주고받으며 젊은 작가들에게 폭발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비주류적 발상을 토대로 하여 만화에 등장할 법한 이미지의 작품들을 미술관에 등장시켜, 견고한 고급예술에 소심하게 습격을 가하는 것이 <미술관 습격 사건>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만화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주를 이루며 확대된 장난감 같은 작품들이 미술관 도처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탱크, 정체불명의 괴물, 동물, 피규어, 영웅 캐릭터 등이 마치 미술관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듯, 미술관 야외 곳곳을 점거한다. 그러나 이들은 거대한 힘을 지닌 습격자라기 보다는, 비주류로써 소외되었던 대상들이다. 그들은 엘리트주의의 상징인 ‘미술관’을 가로지르며 ‘귀여운’ 역습을 시작한다. 미술관 파사드 지붕에 내려앉아 자리를 차지한 괴물의 모습은 무섭기는커녕 코믹하다. 또, 미술관을 지키는 것인지, 아니면 공격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탱크는 자세히 보니 바나나 맛 우유를 모티브로 만든 <바나나 맛 우유 탱크>이다. 심지어 주류인 서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보급된 것이 바나나 맛 우유라는 설정이다. 미술관 입구를 보디가드처럼 지키듯 늘어선 <수트맨>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샐러리맨 같기도 한 한편,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 않다. 동물들은 명품같이 비싼 작품들이 즐비해있는 미술관 정원에 터를 잡고, 유유히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구름 속에서 다리가 돋아나고 있는 공격적인 습격이 아닌 유머러스하고 희화된 습격으로, 미술관과 어울릴 법하지 않은 생뚱맞은 존재들이 미술관을 습격하는 것이다. 미학적 담론의 전당인 미술관에 모여든 각종 만화적 이미지의 작품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친숙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이며, 주변에서 본 캐릭터 같기도 하고, 상품 같기도 하다. 주류 문화의 집산지에 뜨내기처럼 모여든 이 작품들은 과연 환영받을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으로 시작된“미술관 습격 사건”은 깊은 경제적 불황 속에서 희망을 찾기 힘든 관람객들에게 미술을 통해 발랄하고 유쾌한 감성을 전하고자 한다. 이 전시에서 ‘습격’이란, 만화, 피규어, 장난감 등 마니아적 상상력의 산물이 견고하고 신성한 ‘하이아트’만을 취급하는 ‘미술관’을 점거하는 ‘사건’을 지칭한다. 또한, 습격은 ‘점거’, ‘점유’의 의미를 지니며,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 작품이 소유하고 있는 공간, 혹은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미술관’의 개념이 소유의 공간을 넘어 미술 속 마니아적 상상력으로 비롯된 비주류문화가 공유하고 머무르는 공간으로 개방되는 것이다. 이로써 주류와 비주류, 하위문화와 미술, 승자와 패자의 경계를 유쾌하게 흔들어 놓는다. 결국, 누가 공격하는 주체이고, 누가 공격받는 대상인지도 명확하지 않으며 명랑함과 불량함 사이를 가로지르는‘습격사건’은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진 한바탕 유쾌한 축제의 장이 된다. 이들의 마니아적 상상력의 근저에는 집단 속에 적응하지 않고, 에둘러 사회에 대한 불만을 혼자 중얼거리는 태도가 깔려있다. 그것을 소심함과 유희 두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들의 습격은 공격적이기 보다는 마치 소심한 복수처럼 코믹하다. 오타쿠가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소비하고 생산하듯, 이번 전시의 영역은 다양한 형태를 띤다. 스티키몬스터랩의 작업이 대표적인데, 그들은 주류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드코어적인 완전한 비주류 작업도 아니다. 비주류와 주류 사이의 중간 어디쯤 자리를 잡고 애니메이션과 함께 페인팅, 피규어 , 사운드 작업을 병행하는 그들의 작업은 상업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아티스틱하지도 않다. 그들의 작업방식은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극명히 보여줄 것이다. 루저들의 문화라 여겨져 온 하위문화는 예술 속에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저항정신은 휘발되고 스타일과 껍데기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위 문화적 상상력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전시를 즐기기 위해 심각한 문화담론은 필수사항이 아니다. 다만 가벼움과 유희로 치장된 오늘의 현실을 한켠으로 밀어놓고 명품 예술작품들로 가득해야 할 미술관을 생뚱맞게 점거한 유쾌한 작품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뜻밖의 존재를 맞이한 미술관 속에 소심한 돌격대를 만나게 될 관람객들은 이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 미술관에 펼쳐진 발랄한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기대해 본다. 2009 미술관 봄나들이 미술관 습격 사건 전시기간 2009. 4. 30 ~ 6. 14.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옥외 공간 참여작가 김과 현씨, 김예솔, 김영, 변대용, 스티키몬스터랩, 위영일, 이기일, 이미연, 이학승, 임수진,정진아, 황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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