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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에 다양하고 복잡한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의 표현방식을 한 가지 장르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매체를 섞어 혼합한 실험적 작업들로 선보임
2009 예술실천展: 공통의 실천들 김미진 | 예술의전당 전시예술 감독, 홍익대 미술대학원 부교수
세오갤러리의 “예술실천” 전시는 현재 가장 관심 있는 주제를 다양한 장르로 풀어내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보여주는 전시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주제는 “공통의 실천들”로 국제화시대에 다양하고 복잡한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의 표현방식을 한 가지 장르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매체를 섞어 혼합한 실험적 작업들로 선보인다.
“공통의 실천들”은 문학, 사진, 건축, 회화, 도자기, 서예, 섬유, 요리 등을 혼합하며 시각예술의 공통요소로 사용하고 사회, 정치, 문화, 환경이라는 인간 외부요소와 인간본질, 관계라는 내적요소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에 새로운 실천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김선애는 도자기에 생태, 환경, 대중문화 등 현재 가장 떠오르는 사회이슈들을 접목시키는 개념 설치 작업을 한다. 사람얼굴형태의 콩을 만들어 캔이나 봉지에 넣어 유전자 식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도넛츠와 파스타, 베이컨 등 서양 식량을 넣은 옥수수를 만들어 바이오 연료와 식량을 대비시킨다. 인기미국드라마에서 나오는 세트를 미니어처로 만들고, 영국과 미국 드라마 제작하는 회사들로 미국 전역을 있는 지하철 지도를 만든다. 해리포터, 스파이드맨의 영화 속 주인공들 그리고 히어로스, 메를린, 스몰빌의 인기 미드 주인공들을 영국 찻잔에 프린팅한 히어로 티(Hero tea)작업은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영국의 차 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실제 차를 마시기보다는 영웅이미지에서 더 좋은 기운을 받게 된다는 현대인의 욕망충족방식을 말하고 있다. 김선애는 각 나라마다의 고유문화나 생활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영향력있게 파고 들며 세계화 시켜버리는 다국적 기업과 공통문화주의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친숙한 세라믹의 키치적 표현방식으로 유머러스하며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남윤지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공간이라는 환경에서 발견되는 낡고, 부서지고, 부러진 건축물이나 자연, 사물의 사진을 찍어 그 부분을 실로 바느질해 본래 형태를 만들어주는 작업을 한다. 그녀는 아스팔트 건널목의 흰 줄 표시 부분의 색채가 닳아 지워져 있는 부분을 정성스럽게 빨간 직선의 실로 바느질하여 연결시키고, 흰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낡은 벽면 도 붉은 색 실로 촘촘하게 꿰매놓는다. 가지를 잘라 본체만 남은 가로수는 흰색 실로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고 있다. 남윤지는 흔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평범한 장소의 건축물이나 사물과 자연을 눈여겨보며 시간이 만들어낸 낡은 흔적들을 역시 수공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바느질로 메우며 치료하고 있다. 축약된 공간에서의 치유의 흔적은 직선이 만들어 낸 평면성으로 형태가 더욱 드러나고 회복의 강한 심리를 반영한다. 재생이나 복귀를 위한 섬세한 묘사가 아닌 무심한 듯 한 직선 질감은 이미 어떤 방식도 다른 시공간으로 인해 원래와 같을 수 없다는 심적 상태를 보여준다.
오윤석은 서체를 오려낸 종이를 겹쳐 빛을 통과시켜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표현한 설치작업을 한다. 그는 문자를 오려내어 파인 부분을 여러 겹을 겹치거나 파낸 조각을 말아 그것에 빛을 투과시켜 그림자를 만든다. 주로 서간체라는 일상적인 편지글(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보내는 칭찬 글, 귀향 간 스승이 제자에게 보낸 감사의 글 등)들을 선택하여 칼로 오려내고 일부를 남겨 말아 표면을 구성하는데 문자는 파인 선과 말린 선들의 날카로운 질감으로 인해 인식되지 않고 질료의 물성만 강하게 부각된다. 문자는 역사 속에서 이미 선행학습 되어온 시간을 지니는 읽고 이해하는 인식의 분야다. 오윤석은 이런 문자의 의미는 배제하고 이미지와 질료로 표면만을 건져 형상화시킨다. 빛이 통과해 만든 벽면의 그림자에 투영된 글씨는 읽을 수 있어 중층적으로 겹쳐진 앞면의 이미지문자만으로 점유된 감각의 변환을 가져온다. 문자이전 상형으로 먼저 다가온 과거 인류의 지식체계의 시간을 형상화시킨 것이다. 표면인 외부의 모호하면서도 추상적 이미지는 은유, 감정, 심리적 인식체계를 가진 문자를 내포하며 인식과 시지각의 초월적 감각을 제공한다.
오은정은 근 현대를 빠르게 겪고 있는 서울이란 대 도시에 살고 있는 작가로서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과 소비, 쾌락이란 욕망에 관한 중첩된 의식을 꼴라쥬 기법처럼 아크릴로 그린 회화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그림은 고층건물과 한옥지붕을 가진 포스트모던 양식의 펜트하우스, 그 사이에 지친 듯 휴식을 취하는 회사원, 유행을 의미하는 같은 스타일의 여성들이 등장하고 꽃그림 벽지가 간간이 보인다. 복잡한 도시건축물사이에는 달콤한 욕망의 액체가 흐르며 벽지꼴라쥬는 행복이란 상징으로서만 존재한다. 이 그림은 완전한 회화기법으로도 표현되는데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나무의 꼭대기에 조합된 구조의 펜트하우스가 열매처럼 달려있고 그 아래에는 젊은 여성이 불안한 자세로 앉아 있다. 그림에 등장된 인물이나 사물 모두 기호처럼 그려져 여러 가지 기표들이 모인 하나의 새로운 기의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오늘의 우리는 정보의 공유화로 대상화되고 규격화된 욕망을 늘 쫓아가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줄무늬나 단색으로 처리된 배경은 감정 없는 냉혹한 사회구조의 답답함을 암시하고 기호로 가볍게 처리된 행복요소 이미지들을 더욱 신기루처럼 만들며 인물에게 미래의 불확실성까지 전달하고 있다.
윤정선은 회화와 도자를 결합하여 새로운 장르를 실험한다.
도자기 부조의 인물은 작가의 자화상으로 앞머리를 내린 긴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여성이며 이 시대의 도시여성을 대표한다. 사실적 표현으로 된 도자인물은 푸른색과 갈색의 소성으로 얻어진 자연스러운 시간의 색과 함께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규명하며 텅 빈 듯 칠해진 캔버스에 의해 섬세한 질감이 더욱 드러나 보인다. 회화적 배경은 도자인물의 흔적과 연결되어 분위기를 만들며 인물은 공허한 허상처럼 보이게 된다. 그것은 도자 인물의 자세나 눈동자에서 고독한 사유의 깊이를 끌어내는 것과 연관된다. 윤정선의 도자회화는 자아도취적 쾌감에서부터 타자의 시선까지를 불러들이는 복잡하고 섬세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정면이 아닌 비켜진 시선의 텅 빈 눈동자와 혼자만 취할 수 있는 형태의 부분적 등장으로 인물은 관람자를 끌어들이기도 하며 또한 거부하기도 한다. 고독과 소통을 동시에 원하며 자신만의 유희에 몰두하는 복잡한 현대인의 심리를 부조와 평면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며 같은 색채의 상호작용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차혜림은 문학적 내러티브를 회화작업으로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찾은 장면이나 인물에게서 다른 이야기를 지시하고 꿈에서 보인 이미지를 단편적으로 한 화면에 조합하여 등장시킨다. 서로 연관이 없는 인물과 장소는 작가에 의해 이야기를 지닌 장편이 된다. 인물, 사물, 동물은 실내와 외부공간과 함께 그려지면서 드러나는 형태 이면에 내재된 심리적 짐작에 의한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 심리, 가상, 현실, 주관, 객관 등 한 사건에 등장하는 다른 양상을 극단적 다양성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서로 관계가 없는 이미지들의 등장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게임규칙이 존재한다. 차혜림의 회화는 꽉 짜여진 화면에 다양한 시공간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미로같은 초현실적 화면이 구성되는데 반드시 그곳에는 탈출할 수 있는 키워드같은 이미지가 등장한다. 복잡한 인간의 심리적이며 사회적 카테고리 시스템으로 부터 탈출구는 유머를 제공하면서 또 다른 다른 미지의 세계로 빠져 들게 한다.
▶전시기간: 2009년 7월2일~7월30일
▶오프닝: 7월2일(목) 오후5시
▶갤러리 오픈시간: 월~토 10: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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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2-583-5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