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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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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온 화가 조용 첫 개인전 Cho Yong 1st Solo Exhibition
여정 The Journey
▇ 전시명: 조용 첫 개인전-여정 The Journey
▇ 장소: 팔판동 한벽원 갤러리
▇ 서울 종로구 팔판동 35-1번지 | 한벽원 갤러리(02-732-3777)
www.iwoljeon.org
▇ 일시: 2009년 8월 12일 수요일-8월 22일 토
초대일시: 8월 12일 오후 6시

작가 조용은 북에서 온 화가이다.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평양 어린이 만화영화 감독을 지낸 작가는 그의 탈북과정의 긴 이야기들을 풍경과 인물, 추상으로 드라마틱하게 담아낸다. 실존적 자아 찾기의 끊임없는 물음은 리얼리즘을 투과한 사실적인 풍경으로 조형화 된다. 조용의 여정 전시는 작가의 존재(자아. 신,,,,)에 관한 솔직한 고해성사로 다가온다. 누런 향토빛 순수한 영혼을 닮은 그의 아름다운 화면은 계절의 끝자락에 만나는 조용한 명상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여정! 나를 찾아 떠나는 길


박옥생 | 미술평론가


작가 조용은 “나는 누구인가”의 물음을 찾아 떠난다. 그 실존적 자아의 몸부림치는 물음 찾기는 하늘이 맞닿은 강으로 그리움을 먹은 나무로 숨이 멎도록 그리운 화면으로 조형화 된다. 그는 평양미술대학 출신으로 ‘꽤동이’ ‘잘못 나는 약’ 등과 같은 북한 애니메이션 작품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평양 어린이 인형영화 감독을 지낸 재원이었다. 그의 평양에서 러시아로 다시 한국으로의 이동과 겹겹이 쌓여진 시간 속에 존재한 이야기들은 작가의 정체성에 커다란 골을 파내며 뼛속 깊이 전율하는 실존적 본질에 관한 커다란 고민을 안겨주었다.




그는 봄이 와 설레임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한탄강의 풍광을 올 봄 내내 사생하였다. 그는 원초적 생명력이 숨쉬는 분단 역사의 현장,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태고의 숨소리를 간직한 연천 한탄강의 풍경에 시선을 멈춘다. 한탄강은 임진강으로 흘러들고 푸르른 하늘은 경계가 없다. 그는 사진을 재현하듯 원근과 대소, 공간의 깊이감이 뚜렷한 사실적인 화면을 만들어 낸다. 그 화면은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고 놀라운 자연의 형상들과 세부묘사는 안정적이다. 공기와 만난 햇빛, 자연에 물빛에 떨어진 햇살은 반짝이며 화면 전체에 골고루 분사된다. 이는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환영을 보여준다. 리얼리즘(Realism)이 가지고 있는 사실성 가운데에서도 거울처럼 모방을 초월하여 사물 그 자체의 본질과 직면하게 하는 작가 특유의 자연에 관한 깊은 관조와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하겠다.

강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하늘을 그리워하고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끝없이 허공을 손짓한다. 길은 오지 않은 얘기를 꿈꾼다. 즉 강과 나무와 길과 하늘이 조형화되는 화면 속은 따스한 어머니의 품을 먹은 대지의 그리움으로 함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나’로 대변할 수 있는 존재가 자연성찰의 과정 이는 작가에겐 명상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로 드러나고 행위의 결과는 ‘순수’만 건져 올린 순도 높은 또 다른 ‘나’의 탄생을 보여준다. 그래서 작가 조용의 조형화된 모든 장르의 화면에서 간취되는 공통된 것은 ‘순수’ 그 맑은 영혼의 표현이다. 그 영혼의 형상은 본래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움이며 작가 조용에게 있어서 그리는 행위는 언어를 초월한 수행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조형태도는 인물화에서도 드러난다. ‘까레스키 피카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며 거리에서 그린 그의 초상화를 보고 불려진 이름이다. 그의 초상화들은 종이에 유화로 그린 것으로 윤곽선을 만들지 않고 형태를 만든 사실적이며 부드럽다. 살아있는 눈빛 묘사와 한 올 한 올의 머리카락, 안면 근육의 사실적인 움직임에서 영혼을 불어넣은 그의 탄탄한 인물묘사력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이국의 하늘아래에서 홀로된 존재의 극한에서 피워낸 주옥같은 작화들이다.



그는 근자에 추상화도 선보인다. 포항 보경사 올라가는 길에서 만난 당산나무와의 알 수 없는 정신적 교감을 경험한 작가는 추상화의 다양한 영감이 쏟아지는 결정적인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서사적이며 서정성이 깊은 세밀한 구상에서 나무로 함축된 추상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자기의 언어를 마치 소설(풍경화)에서 시(추상화)로 장르의 이탈처럼 상징적이며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온 팔을 벌려 하늘을 안고 자라나는 나무는 고래로부터 인간의 가장 신성한 기도처이자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던 신성한 매개물이었다. 이 경이로운 푸른 생명체와 작가는 자기 자신의 존재론적 마음이 투영되며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경험한 듯 하다.
그래서 그의 추상화는 나무를 닮았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그의 작품은 나무를 추상화시킨 반 구상작업이라 해 두겠다. 한복을 입고 보따리를 든 어머니의 형상은 거칠고 거친 메마른 나무껍질로 형태 하나하나를 구성하기도 하며, 나무는 길이 되고 여인네의 몸이 되기도 한다. 전쟁, 전통의 단절과 같은 현대문명에 관한 담담한 시선을 구체적 스토리의 집합체로 보여주기도 한다. 즉 작가에게 나무는 자기 자신의 또 다른 대변자인 것이다.




그의 조형세계는 모든 행복, 달콤, 꿈과 같은 형이상학적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장식하지 않고 그대로 멈춰선 그 퍽퍽한 시간의 정적 속에서 채로 걸러낸 솔직한 구체성 속엔 누런 빛 향토성과 따스한 정감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작가 조용의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며 먼 여정 속 실재론적 고뇌에서 얻어낸 초월적 자아인식에 관한 깨달음, 니르바나(nirvana)의 조형화이기도 하다.

현상학(phenomenology)에 의하면 현상은 단순한 가상이 아니라 존재자체의 현현(顯現)이라 했다. 그 존재는 작가의 시선에 여과과정, 자기가 마치 타인이 듯 자기를 ‘투영’해 보는 것 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이입과정을 통해 드러낸다. 즉, 조용의 작품세계는 작가의 시선을 통과한 자연의 그 순수한 본성과 정직한 향토성을 담았다 할 수 있다. 의정부의 한 산 속에서 수행자처럼 성실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작가의 손끝에는 언제나 검은 흙이 스치운 자국이 선명하다. 실존(existence)과 존재(being) 사이에서 작가의 정직한 자아 찾기의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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