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2009년 서울미술대전은 공예 분야를 선정하여 현대 공예의 흐름과 변화,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2009 서울미술대전-공예, 다섯가지 소리 최정주 |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올해로 제24회를 맞은 <서울미술대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자 1985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해 온 연례전시로, 1988년에 경희궁 소재의 서울시립미술관이 개관하는 데에 모체가 된 뜻 깊은 전시라고 하겠다.
<서울미술대전>은 한국화, 양화, 판화, 조각의 4개 부문을 주도해온 국내 미술계의 원로 및 중진작가들의 대표작품을 한 자리에 초대하여 집약적으로 선보여왔다. 또한 2004년부터는 회화, 조각, 공예, 판화 분야로 나누어 매해 그 분야의 미술현상을 특화시켜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해왔으며, 올해는 공예 분야를 선정하여 현대 공예의 흐름과 변화,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공예는 사람들의 생활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넓은 의미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시대마다 쓰임에 맞는 기능성과 생활․문화․사회와의 소통 속에서 형성된 미적 가치 및 요소들을 함께 추구하며 인간의 생활과 밀착된 채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 현대공예의 흐름은 근대기의 정치․사회의 타율적 변화와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변화․확장된 새로운 공예관(工藝觀)의 형성에서 그 시발점을 찾을 수 있겠다. 즉, 전통공예의 수공예적 가치를 계승하는 한편, 기계 생산체제를 통한 대량생산의 확대와 디자인 개념의 부상에 따른 생활․문화적 가치를 포괄하고, 조선미술전람회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등의 창작 영역에서 양성된 예술적 창조물로서의 가치를 비중 있게 수용하면서 현대공예의 개념과 영역은 점차 확대되어왔다.
또한 한국 현대공예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같은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구조적 한계로 인해 공예의 제작 이념에 혼란이 가중되고 대중적 기반 또한 약화되는 난황 속에서 공예의 문화재적 가치, 예술적 가치, 산업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을 위해 끊임없이 분투를 거듭해왔다. 전승공예의 기술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서구 공예사조의 수용을 통한 새로운 조형적 실험을 가속화 하여 미술 안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으며, 대학교육의 체계화와 국․내외의 활발한 전시활동을 통해 공예인구의 확산을 주도해왔다.
그 중에서도 현대예술로서의 공예의 놀라운 성장과 하이테크적 가능성은 괄목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즉, 공예의 원론적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생활문화를 바탕으로 한 실용성과 우리시대 미감의 섬세하고도 복잡다난한 변화를 반영하는 한편, 전통과 현대를 뛰어넘는 주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현상을 보여주는 등 다면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009서울미술대전-공예, 다섯가지 소리>는 이러한 현대공예의 예술적 변화와 발전의 양상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재료를 기준으로 도자, 금속, 목칠, 섬유, 유리의 다섯가지 분야로 나누어 각 분야마다 재료의 특성에서 우러나오는 독특한 감각의 표현과 공예적 가치의 울림을 심도 깊게 조명한다.
공예의 ‘다섯 가지 소리’라는 제목에서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공예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가치의 소리, 작품이 발산하는 원초적 감각과 심미적 소리,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면의 소리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 먼저 도자공예, 금속공예, 목칠공예, 섬유공예, 유리공예의 바탕을 이루는 흙, 쇠, 나무, 천, 유리 등과 같은 천연 소재가 물, 불, 바람과 같은 또 다른 자연적 요소들과 어울려 품어내는 고유한 물질성과 근원적 생명력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 또한 공예의 형태로 가공되어 인간의 삶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공명하는 작품의 심미적 소리를 마음껏 흡입하여 감상하기를, 더 나아가 작품에 투과된 작가의 눈과 마음이 들려주는 내밀한 귀엣말 소리를 간취하기를 희망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80명의 작가들은 대부분 40~60대 연령의 중견 및 원로작가들이다. 이들은 공예가 미술외적인 영역에서 디자인적 요소들과 뒤섞여 그 독자성을 함구해야 했던 척박한 상황과 시간들을 견디고 자성해오면서 다른 한편으로 공예의 순수한 조형적 가치와 생활문화를 담아온 기능적 가치를 집요하게 추구해왔으며 공예의 존립을 위해 투신하고 그 미학을 정립해온 주역들이라 하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의 대표작품 총 130여점을 분야별로 망라하여 살펴봄으로써 과거의 문명이 축적된 공예, 현대문화와 매체가 혼합된 공예, 미래의 성장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공예 등, 쉼 없이 자생의 의지를 펼치고 있는 공예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참여작가명단 - 총 80명
도자공예(22명)
강석영, 강흥석, 권오훈, 김규태, 김명례, 김승욱, 김종인, 김종현, 박경순, 박석우, 신광석, 원경환, 윤장식, 이상용, 이수종, 이인진, 정연택, 조한기, 천복희, 최영희, 최정윤, 황갑순
금속공예(15명)
김병찬, 김승희, 남경숙, 남화경, 서도식, 유리지, 이광선, 이기상, 이형규, 장미연, 정영관, 조성혜, 차경철, 최정자, 홍경희
목칠공예(15명)
고현숙, 김건수, 김선갑, 김영주, 신영식, 오구환, 오현성, 윤근, 정복상, 정영환, 정용주, 정해조, 조원희, 최병훈, 현문철
섬유공예(17명)
권혁, 길태윤, 김소형, 김영자, 김혜란, 박병우, 신예선, 안지만, 양성원, 오명희, 오화진, 윤순란, 이연희, 정순주, 정예금, 차영순, 최문주
유리공예(11명)
김기라, 김성연, 김정석, 김형종, 김혜영, 민병덕, 서우미, 이상민, 장상건, 편종필, 홍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