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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그리는 나무 : 양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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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감성적인 서정성과 순수함, 자연성이 노출되고 있는 양태숙의 작품세계를 만나 볼 수 있는 전시
하늘 그리는 나무


박옥생 | 미술평론가




1. 나무야! 나무야!
나무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기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며 자기질서와 정직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거칠고 견고한 기둥과 가지 그 사이로 생명이 발아하고 잎이 생겨나며 무성한 푸르른 자기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키로 하늘속에 감히 침범하고 범우주적인 초월적 신(神)과 교섭하고 그 이야기를 땅에 전달한다. 이러한 나무의 본성은 생명수, 우주목이라 하여 우주의 섭리를 읽어내는데 중요한 징표로 여겨졌다. 신라 금관의 화려한 출자목(出子木) 장식이나, 단오날 신목(神木)이 제의식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그 상징적 맥락일 것이다. 이러한 하늘을 향한 꿈을 먹은 나무의 본성에 천착하는 작가 양태숙은 나무와 나뭇잎 세상에 주목한다.




작가의 화면은 나무가 있는 하늘 풍경, 뭉개구름, 새, 강 등 순박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이들은 나무와 하늘, 나무와 새 등 서로 유기적인 관계속에서 어우러지며 초록빛 향연을 토해낸다. 근자에 보여주는 구름잎 여행 시리즈는 거시적인 나무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작가의 이야기들을 좀 더 미시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한다. 나뭇잎은 산이 되고 강물이 되며 하늘을 날고 구름을 타고 여행한다. 마치 작가 자신이 나뭇잎이 된 것처럼 자유를 갈망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존재하는 상상력이 조합된 작가의 화면은 미묘하게 절재되어 있다. 이 화면들은 풍경이 아니라 풍경속에 존재하는 특정 대상물이 시선에 포착된 것들이다. 대상물은 관(觀)을 뛰어넘어 작가의 내면이 투입된 이입의 단계로 넘어선 철학적 사유 과정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러한 양태숙의 회화는 현대사회의 상업적 메카니즘, 고도로 성장한 모던사회의 광기, 그것이 불어온 신경질적 존재론은 찾아 볼 수 있다. 초록빛으로 일관된 화면은 신경과 근육을 이완시켜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감성적인 서정성과 순수함, 자연성이 노출되고 있다.




2. 그라타주(grattage) & 민화
작가는 몇 개의 바탕 색면을 채우고 긁어 내기를 반복하는 그라타주(긁어내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예민하게 전율하는 기억의 흔적을 일깨우는 방식으로 긁어낸 선들은 어눌하면서도 치기어린 선맛과 더불어 평면 회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하겠다. 이러한 그라타주의 기법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1891-1976)와 같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이질적인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뇌속 깊이 숨어있는 무의식적, 몽환적 세계를 건져내어 구축하려 했던 회화 사조의 한 방식이었다. 사실 양태숙 조형의 큰 특징은 대상물을 작가 특유의 어법으로 재구성하여 탄생시킨 단순미일 것이다. 원근과 대소, 음영이 생략된 가위로 오린듯한 조형성은 일러스트와의 친연성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조형성은 민화(民畵)와의 영향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우리시대에 많은 이들이 민화의 아름다움에 열광하고 있으며, 궁중무희 리심과의 사랑으로 유명한 19세기 조선을 방문했던 최초의 프랑스 대사인 빅토르 콜랭의 콜렉션은 민화가 그 대다수의 차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민화가 갖는 매력은 실로 세계적이라 할 수 있는데, 형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구성미와 단순성, 색의 주관적 표현성 이것이 민화의 조형적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성미와 단순성은 현대의 일러스트나 팝아트와의 유사성을 경험할 수 있으며, 표현성은 감성을 자극하는 자유분방한 표현주의와의 친밀함을 발견할 수 있다. 민화에 시대를 거스르는 세련미와 현대미가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것은 양태숙 화면의 특징으로서, 행복하고 즐거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우의화 시킨 화면은 마치 분청사기의 박지기법으로 긁어낸 어문(魚紋)이나 연꽃을 보고 있는 듯하다. 즉, 분청사기, 민화, 양태숙의 회화세계는 위대한 단순성과 자유분방한 표현성이 공존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3. 나뭇잎, 장자 소요유(逍遙遊)를 꿈꾸다.
근자의 구름잎 시리즈에는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할수 있다. 자연이 가진 분출하는 생명력은 나뭇잎의 세밀한 표현에 의해 더 견고히 응집되고 기억되고 있다. 이러한 나뭇잎은 싱그러움과 생명력으로 가득한 산이 되고 바다가 되어 하늘을 날고 마치 작가 내면의식이 자유를 갈구하 듯 사유의 은유로써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즉 장자의 절대자유의 경지를 그려내는 듯 하다. 구속이 없는 절대의 자유로운 경지에서 노니는 것을 소요유(逍遙遊)라 하듯이, 장자는 정치, 신분, 도덕 등 인간의 희노애락을 비웃으며 참된 도(道)의 초월적 자유로운 경지에서 노닐때 그때 우리는 참된 행복을 얻는다고 했다.
나는 자라는 나무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 뿐이지만 잎사귀 돋아나 무성해지면 바람과 구름을 친구할수 있으리라...
라는 작가의 말처럼 호접몽(胡蝶夢)에서 보여준 장자와 나비의 망아(忘我)의 물아일체(物我一體)와 같이 꿈이면 진실로 그 꿈만을 즐기고, 새이면 그 날개를 하늘높이 날개짓하는 것이다. 일체를 자연에 두고 긍정하며 인간의 관념적인 인식을 넘어선 살아있는 우주를 그대로 사랑하는데 커다란 자유가 있음이다. 이는 작가 양태숙이 추구하는 세상과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이다.
작가의 초록세상이 만들어낸 상큼 발랄한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는 조형의 생략과 구체성, 논리적이며 확고한 창조적 내용성, 관자의 시선을 손짓하는 카타르시스적 환기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양태숙의 절재된 표현은 아이와 같은 동심을 자극하며 잃어버린 맑고 깨끗한 순수성을 일깨우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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