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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산하

  • 전시기간

    2009-10-14 ~ 2009-10-25

  • 참여작가

    길진섭, 김관호, 김주경, 림군홍, 김만형, 선우영, 정온녀 등

  • 전시 장소

    OCI미술관 (송암문화재단)

  • 문의처

    02-73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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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문화재단의 주요 소장품인 북한 유화와 동양화 중 산하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하여 북한 미술을 재조명 해 보고자 마련된 전시
송암문화재단, 북녘의 산하전 개최



송암문화재단은 오는 10월 14일(수)부터 25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재 송암문화재단 전시관에서 “북녘의 산하”전을 개최한다.

송암문화재단의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이산가족상봉의 재개와 함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시점에서 재단의 주요 소장품인 북한 유화와 동양화 중 산하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하여 북한 미술을 재조명 해 보고자 마련되었다.

전시되는 작품은 총 46점이며 1993년부터 민간차원의 남북교류사업을 통해 북한미술을 수집해 온 밀알미술관의 소장품 5점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관호, 길진섭, 김주경, 림군홍, 김만형, 정온녀 등 월북작가들의 유화와 지난 8월 7일 타계한 인민예술가 선우영의 동양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선우영은 그의 작품 60여 점이 북한의 국보로 지정된 북한 최고의 화가로 알려져 있다.

북한미술은 자유로운 창작행위가 제한된 상태에서 국가미술정책상 사회주의적이며 사실주의적인 주제와 기법을 특징으로 하며 남한의 미술과 현저하게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또한 분단된 세월 속에서 북녘의 풍경들은 낯설어지고 잊혀지게 되었다. 나누어진 남북을 한결같이 이어주는 우리의 산하를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이러한 안타까운 민족의 현실 속에서 하나됨의 염원을 되새겨 보기를 기대한다.




북한그림의 작가와 확신의 한계



이구열 |『북한미술 50년』의 저자



1990년대에 접어들며 급속히 많아지게 되었던 북한 미술작품의 여러 경로를 통한 남한 유입 또는 중국을 거친 구입반입은 그간의 전면적 접촉단절이 상당히 풀리게 된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를 말해준 일면이었다. 1988년에 소련을 비롯하여 동구 공산권 국가들도 대거 참가하였던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이후 그때까지 줄곧 경직됐던 북한정보 접촉 불능 내지 터부시는 급속히 풀리게 된 상황에서 북한미술의 자유로운 접촉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서울의 화랑가에서부터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북한그림의 전시를 자주 볼 수 있게 되더니 1992년에는 대표적 언론기관인 동아일보사의 통일연구소가 처음으로 대규모의 확실한 북한미술전을 예술의 전당에서 꾸미며 정치적으로 엄정했던 북한 배격관계가 마침내 긍정적으로 개선되기에 이르렀음을 말해주었다.
그 전시작품들은 남한의 한 민간 무역상사가 북한과 교역하며 여러 물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북한측 요망에 따라 고려청자 재현의 현대 도자기 수백 점과 조선화, 유화, 자수 및 조각 작품 수백 점도 구상무역 방식으로 받아오고 혹은 구입도 하게 되었다는 것들 중에서 일정 수량을 공개전시 및 판매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때 나는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던 정양모 선생(뒤에 관장 역임)과 함께 일정 범위의 전시작품 선별과 카탈로그 서문 집필을 맡아 관여하며 북한 미술작품들의 세밀한 관찰을 처음으로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북한미술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양상을 직접 폭넓게 파악할 수도 있었다. 그 회화와 조각작품들은 남한의 자유로운 온갖 방법 내지 현대적 표현형식의 창작행위와 현저하게 대비되는 양태지만 북한의 그 철저한 사회주의적 획일주의 일변도는 그쪽의 체제에 직결되는 것이어서 그대로 이해하며 보아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 현실적 측면은 남북관계에서 논외의 내면으로 치부하고, 그런 전시라도 지속적으로 적극 이루어지는 가운데 동족 문화예술의 상호존중이라는 방향에서 평화적 접근의 폭도 넓혀가게 되는 것이어서 사실 의미 있고 바람직하게 여길 만한 전시였다.
그런 견지에서 1997년에 동아일보사가 두 번째로 일민미술관에서 개최하였던 평양의 화가단체 송화미술원 회원작품들의 서울전시는 한 민간기획사가 북한측과 직접 교섭하여 가져왔다는 신뢰성 있는 또 하나의 북한그림전시였다. 거기엔 그간 서울에서 거듭 볼 수 있었던 북한의 최고 화가 급인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 중심의 조선화, 유화, 판화 등 1백여 점이 전시됐었다.
이때에도 나는 ‘다시 보게 된 북한그림들’ 이란 제목의 카탈로그 서문을 썼다. 그러나 그 뒤로는 서울에서 보게 되는 북한그림의 대다수가 사실적으로 쉽게만 그려지고 있어 작가의 활동경력이나 작품의 경위 등이 모두 불확실하여 그에 대한 언급은 당연히 책임성이 따라야 하는 것이어서 되도록 피하려고 했다.




여러 경로로 미술상인들 사이에 무수히 들어오게 된 북한그림들 중의 특히 해방공간과 6•25전쟁시기에 월북한 쟁쟁한 화가들과 본시 북한 거주의 알 만한 작가 그림으로 사인돼 있는 작품들의 대부분이 신뢰되지 않거나 명백한 조작 또는 위작으로 판단되는 것이 많아 섣부른 진품 인정을 나로선 기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월북 전에 남한에서 보여준 각기 독특하고 뚜렷했던 순수한 표현적 특질이 전무해진 상태인 북에서의 단순한 사실적 화면들은 아무리 봐도 그 화가의 작품으로 인정하기가 극히 어려울 밖에 없다.





남한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그런 월북화가의 경우 북한에서의 작품활동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어떤 출품전시 도록이나 카탈로그, 개인적인 화집 등의 자료가 거의 뒷받침되지 않은 모호한 개별작품들은 결국 대부분 모호한 채로 상업화랑이나 개인적 구입자 혹은 수집가 사이에서 판매와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송암문화재단의 북한그림 컬렉션 중의 북한전역 풍경작품 선별전시 기획에 내가 관여하게 된 것은 그 쪽에 관심이나 흥미가 있는 관람자와 북한미술 연구가들에게 나의 시각을 솔직하게 표명해주려고 한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난 20여 년 동안에 나는 여러 기회에 북한그림-조선화와 유화를 아마 수백 점 이상 면밀히 보아온 관계로 그 실태와 양상에 대해 나 나름의 안식을 갖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작품을 선별하는 데 조언을 했으나 나 역시 불가해한 화면도 적지 않았다.
그런 불가해한 측면은 현재의 우리 남한의 실정에서는 불가피한 한계이다. 물론 작가와 작품이 틀림없다고 보여지거나 그렇게 심중이 가는 그림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분명하게 입증해줄 만한 북한에서의 어떤 참고자료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바에는 감식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나만이 아니라 남한의 누구라도 그 한계를 해결할 길이 없다.
이 문제는 훗날 남북통일이 된 연후에 가서 북한의 그 분야 학자나 전문 감정가 또는 작가의 유족 내지 친족의 증언, 그밖에 어떤 기록자료 조사 등을 통해 확실한 감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현재의 답답한 한계에서라도 북한 사회주의 체제 미술에 대한 조사연구 작업의 일환으로라도 앞의 문제에 진지하게 다가가는 연구가의 지속적 노력과 활동이 당연히 요망되고 또 그래야 한다.




이 송암문화재단 북한미술 컬렉션 전시는 비록 앞에 말한 답답한 문제들이 내포돼있다 하더라도 이쪽의 각별한 관심인이나 연구가들에게 많은 것을 파악하게 되고 기본적인 분별력도 얻을 수 있는 긴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과 남한의 미술문화 양상과 그 예술적 가치의 인식에 서로 근본적인 다름이 있음은 명백하다. 북한에서는 남한과 자유세계의 자유로운 창작행위, 곧 추상주의를 비롯한 온갖 현대적 작품형식과 방법의 허용이 일절 없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오로지 인민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아름답고 선명한 묘사의 충실성만이 절대시되는 그림들만이 국가미술정책으로 중요시되고 있을 따름이다.
결국 북한그림의 그런 내면은 그쪽 실정을 감안하여 일단 폭넓게 그 상태 그대로를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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