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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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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


기억의 단서_손민형展


익명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존적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단서는 경험에서 온 그것. 바로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손민형의 마스크작업들은 단순한 껍질의 구현이 아니다. 실존이라는 미명하에 존재하는 무수한 익명인에 대한 그의 관찰은 구체적 얼굴을 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종의 특징을 구별할 수 없는 표피, 구멍의 눈과 입, 흔적처럼 남은 얼굴의 요소들은 껍질에 가까운 형상을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오히려 남은 것은 작가의 정신과 뜻이며 마스크 상호간의 유기체적 기운이다. 


# 어느날 알아버렸습니다. 내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 뒤로 삶이 조금은 편안해졌습니다. - 작가노트


고백같은 작가의 노트 속 ‘나’는 비단 작가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될 수 없는 현대이다. 그 현대의 익명성 속 우리가 훗날 기억하는 존재는 분명한 실존체라기 보다는 기억의 실마리가 되는 일종의 단상 혹은 상황성과의 결합으로 인한 제2의 이미지가 되고 만다. 다시 말해 사실 혹은 실존이라 기억하는 범주는 극히 개인적이며 개별적인 단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의 단서들을 모아 출발된 손민형의 작업은 마치 모노드라마처럼 작가의 경험과 기억의 서술을 드러낸다. ‘고백의 순간에 긴장으로 인한 경직, 그러나 고백은 항상 아름답다.’ 말하는 작가는 <고백>이라는 작품을 괘종시계의 멈춤과 부끄럽고 경직된 마스크의 얼굴로 표현해 낸다. 또한 갑옷을 입은 <착한남자>는 본인이 마초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라면 조금 듣기 불편한 단어인 ‘착하다’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역시 작가의 경험 속 등장하는 극적 코드가 된다. 결국 기억의 단서는 유리병에나 가두어야 보관될 단서이며 끝내 잊혀지는 단서일 뿐이다. <기억의 단서>


손민형이 선택한 예술적 소재들은 익숙한 형체와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쉽게 파악되는 사람들의 형상인 마스크다. 말하자면 사고의 패턴화가 용이하기 때문에 환경을 달리한다고 해서 재인식되거나 재해석되기 쉽지 않은 소재인 것이다. 이러한 소재를 그는 오히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물체, 마치 완전히 홀로 존재할 수 있는 듯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물체를 얻으려고 배경을 벗겨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예술심리학자)은 ‘본다는 것은 사고의 일차적 매체’라 정의한다. 시각예술창작자에게 있어 본다는 것은 좀 더 기술적인 응시 혹은 관찰로서 스스로의 질서를 가진 지각 안에서 그 표적을 발견하고 탐색하면서 일차적인 예술적 사고를 구축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손민형은 외부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선을 놓지 않고 관찰자인 자신의 흥미가 요구하는 방향까지 유출해 낸다. 그는 선택적 흥미를 통해 일상적인 물체나 환경의 숨겨진 행간을 살펴보는 취미를 지닌 듯하며 그것은 대단히 시각적인 사고로 말미암는다. 또한 그러한 시각적 사고는 진정성에 대한 의미를 묻거나 회의하는 실존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만 다르게 쓰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손민형이 구현해 낸 창조물들은 전형적인 방식(주제와 배경을 나누어 사고하는)의 구조를 다른 통로로 이탈시켜 또 다른 스펙트럼을 제시해 낸다. 손민형은 실체가 손상된 상태의 마스크에서 작가적 시각의 질서 정연한 상황들에 의해 펼쳐지는 이미지들을 끊임없는 등장시켜 보여준다. 생략되거나 훼손되어 기능을 상실한 마스크로부터 실존의 유기체적 인물이 등장하고, 기억의 단서를 부여하는 것은 손민형으로부터 구현된 세력들, 즉 사물의 정체성과 존재감에 새로운 의미부여가 되는 셈이며 이것이 곧 작가적 시각이 머무는 순간이 된다. 그러한 작가적 시각적 사고를 완전히 드러내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애초의 마스크, 그 자체를 본 적이 없게 되어 버린다. 다시 말해 이미 마스크가 아닌 또 다른 존재감의 인간 혹은 ‘나’를 만나게 된다.


극적인 작업. 드라마와 같은 구성을 가진 작업을 하고 있는 손민형은 ‘나’로 시작한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전개시킨다. 그 전개 속에는 기억된 이미지와 그렇지 못한 실체들이 뒤엉켜 있고 작가는 미묘한 시선으로 날카롭게 그 지점을 잡아낸다. 기억의 단서, 즉 이미지의 파편에서 오는 시자극들을 모아 새로운 사고를 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말 그대로 Visual Thinking_시각적 사고가 된다.

김최은영(미학, 자하미술관 책임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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