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갤러리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b. 1964)의 대규모 개인전을 한국 최초로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은 9월 1일부터 서울과 천안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작은 회고전의 성격을 띠게 될 천안 전시에는 <집으로 가는 길 II (The Way Home II, 2001)>,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Everything is Inside, 2004)>, <믿음의 도약(Leap of Faith, 2005)> 등과 같은 가장 대표적이며 중요한 과거 작품들과 함께 대규모의 신작 설치작품이 선보이고, 서울 갤러리에서는 새롭게 제작된 수보드 굽타의 대리석 조각들과 페인팅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국제 미술계가 주시하고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 개인전은 작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세계가 중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수보드 굽타는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굽타는 퍼포먼스, 조각, 설치의 새로운 언어들을 구사하며 회화 위주로 돌아가던 제한된 인도현대미술의 지형을 바꾸고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인도로 향하게 한 장본인이다. 인도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인도의 실제 일상에서 사용하는 오브제를 이용한 거대한 규모의 스펙터클한 조각들은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자신을 ‘우상도둑(Idol Thief)’이라 부르는 수보드 굽타는 시간을 거스르는 다양한 상징들과 팝, 미니멀리즘, 개념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 비디오를 이용하여 매체와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출신지의 지역적 기호에서 출발하여 글로컬(Glocal) 논쟁의 아이러니를 짚어내며 지방, 도시,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특히 이번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는 그 동안 그의 시그니처로 알려진 철제용품들을 집적하여 시각적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던 작품들과 전혀 다른 소재의 최신작을 선보인다. 흰색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이번 신작들은 인도인들의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기들을 소재와 크기, 무게, 놓이는 맥락을 탈바꿈한 것이다. 우유빛의 매끄러운 대리석 표면과 마치 고대 신들의 석상에서 보이는 정면성과 대칭성을 강조한 형태는 강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일상과 신성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이 새로운 아이콘들은 시대를 아우르며 미술사 속에서 끊임없이 재문맥, 재생산 되어온 상징적 이미지들과 만나 21세기 3D 정물화를 연출해낸다. 인도의 탈리(Thali, 쟁반) 위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파도 조각은 일본 우키요에에 등장하는 유명한 파도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17세기 북유럽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의 상징에서 시작해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아이콘이 된 해골이 인도의 일상적 부엌용기들과 어우러진다. 먹다 남은 식탁의 풍경을 재현한 그의 신작 페인팅들도 화려한 장식의 앤틱 액자와 어우러지면서 17세기 정물화를 연상시킨다.
수보드 굽타는 1964년 불교의 중심지인 비하르(Bihar) 소재 카구알(Khagual)에서 태어났다. 파트나 미술 대학(1983-1988)에서 수학한 후 뉴델리로 이사하여 지금까지 거주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회화를 전공하였지만 이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주요 국제 비엔날레에서 주목 받아 왔으며, 아시아, 유럽, 미국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최근의 개인전으로는 2010년 핀축 아트 센터에서 열린 ‘믿음은 중요하다(Faith Matters),’ 201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빈 프로젝트 스페이스 카를스플라츠에서 열린 ‘그리고 너는 뒤샹(Et tu Duchamp)?,’ 2009년 런던의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갤러리에서 열린 ‘아암 아듬니(Aam Aadmni ; 보통 남자),’ 2008년 아라리오 베이징 갤러리의 개인전인 ‘통제선(Line Of Control)’ 등이 있다. 최근의 단체 전시로는 2010년 GCCC 모스크바의 더 가라지(The Garage)에서 열린 피노 컬렉션 전시 ‘세계의 그 어떤 상태? (A certain state of the world?),’ 제 6회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APT); 2009년 테이트 트리엔날레 ‘ 대안적 현대(Altermodern),’ 2008년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후 오슬로의 아스트러프 펀리 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 중인 ‘인디언 하이웨이(Indian Highway)’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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