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10-09-10 ~ 2010-10-17
김성수/노충현/유정현/이광호/이소연/임자혁/장민승/정직성
02-3443-6364
전시내용
SHIFT : 옮기다, 이동하다[되다]; 자세를 바꾸다; 달라지다
서울 조현화랑이 옷을 갈아입었다. 조현화랑이 1990년 부산 광안리에서 출발하여 2007년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하고, 동년 12월 서울 청담동에 분관을 오픈한지 3년이다. 그 동안 국내외 현대미술의 중요한 대표 작가들을 소개해온 부산 본관과는 차별을 두고 서울 조현화랑에서는 조금씩 젊은 현대작가들을 발굴, 소개하는 전시를 꾸준히 해왔다. 젊은 국내 작가 8명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 SHIFT는 앞으로 서울 조현화랑이 나아갈 방향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김성수 (Kim Sungsoo, 1969) 작가의 작업은 개인과 집단의 관계설정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물질문명이 내포하는 양면성에 관심의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느낀 부재의 시간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선과 거리두기로 한국 사회를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 급속한 변화 속에서 작가는 일종의 열광적 기운, 과열현상 그리고 부재와 불안정을 경험하였다. 몇 년 전부터 김성수는 네온의 색채로 포장된 도시의 풍경과 아이콘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공적인 모습으로 비춰져 가는 인물들을 통해 강렬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번창해 가는 도시의 모습과 그 이면에서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도시인의 정신적 공허와 부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의 <메탈리카>연작에서 보여지는 유리와 철골 프레임을 상기시키는 격자의 구성은 과장된 투시도법으로 공간을 왜곡하고 속도감을 주면서 화면을 견고한 공간으로 구축하다.
노충현 (Roh Choong-Hyun, 1970) 작가는 장소와 공간을 그린다. 서울에 존재하는 실제 장소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회화적으로 재현한다. 작품 속에 재현 된 공간들은 누군가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쓰여진, 그 누군가의 존재를 암시하지만 사람이 부재한 장소와 공간은 어쩐지 낯설고 불안감을 일으키며, 한정적인 색을 통하여 표현된 풍경은 다분히 심리적이고 감성적이다. 또한 작가는 특정 장소들이 암시하는 "공동체"라는 사회적 형태에 관심을 보인다. 서로를 동질화 시키려는 전체주의적 성격을 지닌 다양한 "공동체"들은 삶을 일방적으로 획일화 또는 정형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휘두른다.
유정현 (Yoo Junghyun, 1973) 작가는 어느 시대에나 회화는 정신적, 조형적 깊이를 탐구하는 장이라고 믿으며 그 회화적인 깊이를 신선한 이미지로 제시한다. 얼룩, 무늬, 풍경을 넘나드는 작가의 작품은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가능한 것"을 화면 안에 포착하고자 하며 물감의 얼룩진 흔적들은 배경과 형태를 구분하는 "경계 만들기" 작업을 통해 이름할 수 있는 형상으로 부각된다. 또한 내부와 외부, 형태와 바탕 외에도 시각적 인식적 충돌과 대비가 만들어낸 형상들에게 회화적 존재를 부여한다. 우연의 얼룩들을 수용하면서 문지르고 닦아내고 보완하고 장식하는 유정현의 작업은 "따뜻한 피부"를 만드는 과정과도 같으며 그녀가 보여주는 피막 혹은 그림자처럼 유영하는 형상들은 형이상학적 깊이의 역설적 표상이다. 피부를 만들고 확인하는 행위로서의 회화를 통하여 작가가 존재적 고민을 극복해 나간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가장 깊은 것은 피부"라고 한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 그리고 "나"와 세계의 경계를 지어주면서 자아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피부임으로 "나는 곧 나의 피부"라는 "피부-자아" 개념을 창안한 정신분석학자 디디에 앙지외를 환기시킨다.
이광호 (Lee Kwang-Ho, 1967) 작가는 한국의 사실주의 회화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분히 노동적이고 어찌 보면 강박적이기까지 한 사실성을 뛰어넘는 회화적 묘사를 통하여 작가는 자신의 의도 속에서 조작되고 재구성된 현실을 보여준다. 과거 <Inter-View>연작에서 작가가 대상이 되는 인물과 대화하면서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을 표현하려 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극사실적으로 확대 묘사된 인물과 정물은 "touch", 즉 촉감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하얀 배경에 화면을 가득 채운 대상들은 보는 이의 눈을 더욱 집중시키며 마치 손으로 만져본 것처럼 표면의 감촉을 눈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소연 (Lee So-Yeun, 1971) 작가는 정면을 응시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강렬한 이미지를 창조한다. 자기 얼굴의 특징들을 과장하여 만든 이소연의 캐릭터화된 자화상은 의상과 악세사리, 소도구와 배경을 통하여 개인사적인 기록인 동시에 시대적 증언의 의미를 띈다. 독일에서 회화 수업을 하고 화가로서 데뷔한 이소연은 이방인으로서 주위의 시선을 따갑게 의식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드러냄과 숨김의 양면적인 기능을 하는 가면 같은 얼굴을 만들어 냈다. 홈처럼 가늘게 찢어진 눈 속에서 빛나는 두 눈동자는 자신을 응시하기 보다는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유화 테크닉을 고집하는 그녀의 회화는 명료하고 단호한 형태와 명쾌한 색채와 발색 기법을 통하여 강한 아우라를 가진다.
임자혁 (Yim Ja-hyuk, 1976) 작가는 본인을 스스로 "낚시꾼"에 비유하기도 한다. 물가에 앉아 기다리는 낚시꾼과 같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상, 그것은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될 수도 있고, 내면 한구석에 있던 상상의 한 조각이 될 수도 있는,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식적으로 배출되는 이미지들을 낚아 "즉각적"인 협조과정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즉각적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은 자유롭고 무질서하며 무한히 확장된 이미지로 표현된다. 때로는 조그마한 스케치북의 드로잉으로, 때로는 거대한 공간의 설치작업으로, 때로는 종이를 오려 붙이는 콜라쥬 작업으로 펜과 종이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듯 자유롭게 표출되어온 작업 방식의 밑바탕에는 "대상을 기다리기", "그래도 상관없기"라는 세상을 무심히 쳐다보고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 아닐까. 또한 캔버스 위에서 표현되는 작가의 과감하고 자유로운 붓질과 화려한 색채가 결합된 추상적 이미지들은 어떤 것이 회화이고 어떤 것이 드로잉의 영역에 속하느냐 구분 짓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장민승 (Jang Min-Seung, 1978) 작가의 사진 연작 <水聲十景 수성십경-In Between Times>은 철거중인 아파트의 291세대 중 특정한 10세대의 내부를 포착한 것이다. 지형학적으로 크고 작은 산에 둘러싸인 서울은 뛰어난 자연도 갖추고 있지만 반대로 가장 많은 공동주택이 있기도 하며 그것은 항상 도시문제의 중심에 있다. 사진 속의 아파트는 1971년 낡은 한옥을 철거하고 서구식 공동주택을 보급하기 위한 서울시의 1세대 도시정비정책으로 지어진 아파트였으며 이 또한 공원이 들어서기 위해 현재 철거 중이다. 버려진 빈 공간의 부재적 상황을 기록한 사진 연작물은 흔히 보게 된다. 하지만 <수성십경>에서 미학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앞서 열거한 사회적 현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저널리스트적 태도 보다는 건축물 내부의 안 쪽에서 빈 공간과 개방된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 볼 때, 내부의 벽지와 같은 내장재에서 보여지는 인간에 의해 규칙적으로 양식화되어 재현된 자연과 창문 외부의 순수 자연이 중첩된 혼재적 상황을 포착하는 것이다.
정직성 (Jeong Zik Seong, 1976) 작가는 서울의 주택가 골목을 걸어 다니며 채집한 구체적인 건물 구조와 형태를 재조합 하여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든다. 합리주의에 입각하여 설계된 단지에서는 볼 수 없는 "긍정적인 질서"를 침전물이 많은 골목길에서 발견하며 건축법의 틈새를 이용한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표현은 시정되어야 할 무질서가 아닌 발전시켜야 할 또 다른 질서로 보는 것이다. 지협적 묘사는 생략되어 있고, 몇 가지 기본 요소를 축출하여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추상적"인 정직성의 도시 풍경은 현실에 뿌리 둔 허구의 세계를 서술함과 동시에 회화적 전면성을 확인하며 표면의 가치를 중시하는 모더니즘 회화의 유산을 하나의 질서 속에 담고 있다. 정직성의 작품에 나타난 환상성은 독일 표현주의 문학과 영화, 남미 현대문학 등에서 보이는 기괴함처럼, 비이성적이고 무질서한 세계에 대한 창조적 반응이다. 1970년대에 태어나서 1980-90년대의 개발 붐 속에서 성장하며 가지게 된 작가의 도시 주거 문제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입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화면 위에 쌓아 올리는 정직성의 작업 태도는 일회적 이미지에 매료된 같은 세대의 작가들에게서는 흔치 않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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