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0-10-13 ~ 2010-11-13
이현배
02-395-3222
무엇이 일상의 사물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것인가? 재현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시각예술작품의 해석상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이현배는 재현이란 형식 대신 복원(restore, 復元)을 택했다. 무엇을, 어떻게 복원한 것이며, 결과는 어떠한 시각예술작품을 산출해 낼까? 이현배가 선택한 작품의 매개들은 대부분 살아있었던 유기체를 그 원융으로 삼는다. 탈피한 껍질만 남아 있거나 날개와 같이 부분만 존재하는 곤충•조류들의 형상들이 그것들이다. 작가의 의도로 선택된 부분들만 존재하는 형상은 역시 작가의 의도로 선택된 대체 가능한 물성으로 채워진다. 이로써 원래대로의 삶을 대신할 다른 인식의 구조로 복원되는 것이다. 몸통을 대신한 큐브는 모두 그 크기와 이상향이 다르다. 일일이 손으로 접어 이루어낸 그것은 잡지 속 하늘로 생성되었다. 잡지 속 하늘의 이미지는 작가에겐 온전히 살아 있는 生의 하늘이기보다는 다른 作者의 손에 의해 좁아지고 갇힌, 死者 의미의 하늘이다. 이 하늘에 작가는 다시금 개입 하여 새로운 세상을 부여한다. 그 새로움이란 다름 아닌 곤충의 몸뚱아리로의 부활이다. 이 부활을 통해 죽은 사체의 곤충은 시각예술작품으로 복원되고 타고난 유기성과는 또 다른 유기체를 띄게 된다. 이현배가 만들어낸 형상들은 개념과의 분리나 격리가 아닌 혼용된 자태를 취하는데, 이것은 형상으로서의 유기적 기관의 구획과 분할을 탈피하고자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시각 예술가들의 전용물이라 할 수 있는 일련의 복원으로 물감을 채워넣는 행위가 이루어졌다. 곤충 사체의 빈 몸뚱아리 안에 색색의 물감이 들어앉는다. 쓸모를 다하고 비워진 벌집이 또 그러하다. 그것들의 비워졌던 내장과 자궁의 공간은 물감으로 인해 다시 부풀어 오르고 작가가 복원시킨 새로운 형상, 혹은 새로운 유기체인 무언가가 된다. 이현배에게 유기체란 들뢰즈와 마찬가지로 생명이 아니라 생명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감각이 유기체를 통해 신체를 접하면, 감각은 과도하고 발작적인 모습을 띤다. 유기적 활동의 경계들을 잘라버린다. 그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는 無의 지점에서 有의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창조의 과정인 셈이다. ● 그렇다면 가벼운 깃털을 대신한 무거운 쇳조각의 깃털은 또 어떻게 볼 것인가. 이현배는 원형이 있던 유기체에 대한 소극적 복원 기술에서도 원형조차 창조하는 적극적인 복원의 형태로 作爲를 설명한다. 가벼운 깃털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무거운 쇳덩어리다. 무거운 쇳덩어리를 얇게 만들고, 깃털을 대신해 날카로운 가위질로 형성해 놓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全體者나 本體者가 아닌 유기체의 부분임이 친절하게도 관절의 끝부분 씌어 놓은 고무풍선의 막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그 관절의 끝 지점은 상상으로 확장된다. 날 수 없는 무게를 지닌 날개의 형상. 드러난 복원과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상의 복원을 통해 결과적으로 온전한 새로운 개념의 결론에 다다르게 되며 그곳에까지 도달해야만 작가가 의도한 복원은 종지부를 맞는다
이러한 복원의 개념은 잡지를 긁어내는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발현된다. 彫刻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얇은 잡지이기에 '세긴다'기 보다 긁어내는 방식을 취하며 조각의 개념을 넓게 확장시키고 있다. 이현배가 창출한 이 작업방식은 얇은 잡지의 표면을 의도대로 남기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삽입하면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잡지 속 이미지들이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갇힌 것이라는 전제조건하에 존립되며, 그러한 가설을 토대로 확장과 복원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이현배가 선택한 이미지 혹은 대상들은 이렇게 확장되고 복원되었다.
현대미술에서 등장하는 사물은 그것의 해석 가능성을 통해 예술이 된다. 이현배는 대부분의 사물을 재현이 아닌 복원으로 해석하며, 새로운 예술로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게다가 그가 복원시켜 놓은 생물 혹은 무생물들은 수사적 단어가 아닌 직감적 단어다. 버려지거나 남겨진 허물에 채워진 작가의 作爲는 다분히 감각적이고, 어떠한 이념 이전의 즉각적 행위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구조물은 귀납적 형태를 갖춘다. ● 마치 의식과 같은 이현배의 복원 作爲는 갇히거나 남겨진 표피와 기능 없는 신체를 능동적 행위로 말미암아 새로운 유기적 구성성분을 부여한다. 이후 유기적 기능을 되찾은 이들은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삶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 김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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