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0-10-15 ~ 2010-10-31
박상미
02-720-4414
○ 전시 서문 - 관념의 유희적인 표상
19세기에 중반에 사진술이 발명된 이후 회화는 기록에서 탈피하여 형과 색의 유희를 추구했다.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화가들의 미적인 주관과 세계관을 표상한 것이다. 표현대상이 중심이 아니라, 작가의 표현의지가 작품을 이루는 중심이 되어 관념의 산물을 시각화한 결과물이 19세기 후반에 발생한 인상주의 이후에 나타나는 회화의 주된 경향이다. 인상주의 회화이후 화가들은 사물을 재현하는 방식에 천착했다. 세상을 바라보고 재구성하는 스타일에 집착한 것이다. 하지만 미니멀리즘 이후 회화는 침체기에 빠지면서 표현양식을 추구하는 것에서 탈피한다.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개념과 회화적인 상상력이 작품을 생산하는 중심이 된 것이다.
박상미는 식물을 표현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화면을 이루는 배경도 식물이고 화면 속 여기저기에 감추어져 있는 대상도 식물이 심어져 있는 화분이다. 작가는 또한 때에 따라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식물이 심어져 있는 화분을 화면 전면에 가득 차게 내세우기도 한다.
작가는 사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재현한다. 사물을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가하면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해서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다. 선택한 컬러도 차분하고 정서적인가하면 채도가 강한 컬러를 사용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연물을 주된 표현대상으로 다루지만, 순수 자연물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자연물을 배경으로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축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치 인공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늘 자연을 그리워하는 동시대인들의 심리를 암시하는 듯하다.
작가는 하늘, 땅, 식물, 화분을 소재로 선택하여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그로인해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들이지만, 그 결과물은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면서 자연을 동경하는 현대인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다. 작가는 회화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지만, 때로는 결과물에서 정서적인 음악이 들리는가하면 요란한 대중음악이 귀를 자극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가 선택한 컬러와 화면구성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감상자들과 만나는 것이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식물을 재현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면에 긴장감이 가득하여 무엇인가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의 단순하지 않은 세련된 수사법으로 인해 이미지만의 재현이 아니라, 풍부한 내러티브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밀하고 꼼꼼하게 자신의 내면적인 영역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로인해 화면에서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고 서사구조가 탄탄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회화를 비롯한 동시대 시각예술은 이미 오래전에 형과 색의 탐구에 벗어나 개념화됐다. 박상미의 그림에서는 그것이 좀 더 밀도 있게 진전되어 단순한 소재이지만, 다양한 시각적인 시도와 작가의 관념적인 세계가 효과적으로 만나서 창조적인 내러티브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인해 감상자들은 무료함을 느끼지 않고,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해서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동화와 같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새어나오는 문학적인 수사로 포장되어 있는 그림이 박상미의 화화작품이다.
글: 김 영태(갤러리 아트사간 디렉터)
○ 작가 노트
본인의 작업은 ‘seat’, ‘scene’의 키워드에 기반을 두고 일상의 공간(real)과 상상의 공간(unreal),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하는 주체에 관한 의문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작업은 식물 이미지의 수묵 드로잉으로 시작 됩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무명의 식물이 자리를 잡고, 여기에 작가의 의지대로 공간이 연출됩니다. 공간의 상황은 색감으로서 암시되며, 색 면으로 처리된 시각적 장치는 심리적 긴장감과 불안감으로 의도됩니다. 단순과 역설로서의 화려한 색감의 환경은 유토피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재하지 않는 식물은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며,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는 인간의 그것과 흡사한 본질을 가지고 있으며, 드로잉의 식물 이미지는 하나의 또 다른 풍경을 형성하게 됩니다.
현재는 식물 이미지로부터 파생된 자아(ego)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에 의해 구성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다 개체적(多 個體)’인 심리 상태 또는 형상을 하나의 뿌리에서 생존하는 가상의 식물을 통해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거대한 도시 속에서 다중인격이라는 심리학적 카테고리는 현대인들의 과장되고 포장되어진 모습과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본인 작업에서 이러한 형태는 한줄기에서 기인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각기 다른 식물의 모습으로 대변되어 ‘다 개체’의 존재로 표현됩니다. 무채색의 수묵 드로잉으로 표현된 식물은 개인의 익명성을 상징하며, 분채로 채색된 주변의 화려한 색감은 진열된 (put on show) 모습에 대한 풍자적인 의미로 해석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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