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10-11-03 ~ 2010-11-16
주원상,송미영
02-720-4414
○ 전시 서문
매체의 변화가 눈부시다. 대다수 이러한 변화는 혁신적인 하드웨어의 등장으로 가시화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도 마찬가지. 특히 디지털 혁명의 최첨단의 상징과도 같은 사진의 디지털 하드웨어는 그간 사진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인식마저 뒤바꿔 놓았다. ‘찍는다’라는 의미는 이제 더 이상 전문적인 테크닉을 요구하는 의미가 아닌 예리하게 세팅되어 있는 하드웨어가 ‘알아서’해주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사진작가의 존재가 사라질 것을 의심할 수 없다. 왜일까? 결국 사진은 ‘찍는다’라는 행위적 요소보다 ‘무엇을 말한다’라는 내용과 의미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기 때문이다.
여기 주원상과 송미영이 2인전을 갖는다. 이 두 작가가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주변의 것들이다. 먼저 주원상의 이번 전시 출품작을 보자.
주원상은 주변에서 발견한 꽃을 소재로 카메라의 가장 원초적인 기계메커니즘으로 해석되는 ‘핀홀’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원초적 사진기의 형태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것으로 기계적 특성상 초점이 흐릿하게 표현된다. 그러기에 기계의 정확성보다 우연성이 프레임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이번에 출품된 그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주원상은 그가 다녔던 여기저기에서 발견한 꽃을 최대한 가까이 촬영하여 일반적으로 인식되었던 대상을 생경한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누구나 꽃으로 인식할 수 있되, 그것이 가지고 있던 컬러와 형태를 재발견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그가 직접 만들어 갖고 다니던 핀홀 카메라가 제시하는 우연성에 기반한 것으로 모호한 형태를 통해 이제껏 쉽게 지나쳐 버리는 대상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향수를 추억하길 권유한다.
그러기에 주원상의 이전 작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원상은 그의 첫 개인전 〈15초전〉을 통해 일상의 장면을 포착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 타이틀에서 암시되듯, 그는 일상적 장면을 오랜 셔터 스피드로 세팅하여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려 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사건을 기록함에 있어서 유동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넣어서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눈으로 발견되는 즉각적인 사건과 그것이 하나의 상으로 필름에 맺히기까지 걸렸던 시간의 흐름 사이에 벌어졌던 사건으로 분리된다. 이를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과 맥락화시켜 생각하자면 주원상의 작품은 즉각적인 대상에 대한 몰입과 그것이 상으로 맺히기까지 차이와 변화를 포착해내는 것이라 하겠다.
송미영은 시시콜콜한 일상을 다룬다. 이는 그가 사용한 방식, 스냅사진으로 선보이기 때문에 그 일상성이 극대화된다. 그러기에 송미영의 작품은 일상성에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송미영의 작품세계는 사진작업이 집중해 온 ‘결정적 순간’을 획득하려는 오랜 미학적 전통을 거부하는 현대 사진작업의 연속선상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은 오랫동안 엄숙한 주제, 즉 사회적 이슈, 정치․역사적 사건 등을 담아내야 하는 증언자의 입장을 강요받았다. 그러나 송미영의 작품처럼 일상의 소소한 한 순간, 그리 대단치 않은 개인적 사건과 경험이 담긴 사진은 그간 사진을 압박했던 주제적 관점을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현대사진의 주제 이동의 변곡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작가는 더 이상 대상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기에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언급했던 ‘찌르는 아픔’을 주지 않는다. 작가는 그저 주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을 유지할 뿐이다.
송미영은 이전 작업으로 지하철 연작을 선보인 바 있다. 35mm 필름을 두 배로 사용할 수 있는 하프 카메라를 이용, 버티컬 프레임에 연속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하나의 작품의 프레임에 분할된 시간적 흐름을 보여주는 효과를 낳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미영의 대상들은 특별한 표정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 이번에 출품된 송미영의 작품 속 요소들도 표정이 없다. 그것의 저변에 품어져 있는 사건도 중요하지 않다. 송미영은 바로 그 사건과 상황의 무의미성에 천착하여 사진에 찍히는 대상 이외의 다른 요소, 즉 시간이나 기저의 의미를 제거한다.
다시 종합해보면 이번 주원상과 송미영의 2인전은 ‘일상에 대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들’로 요약될 수 있다. 그것을 주원상은 ‘새로운 의미부여’로 송미영은 ‘알 수 없는 의미를 가진 사건의 극대화된 재현’으로 말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전시장의 처음과 끝이 대척적 관계에 놓이게 된다.
글 : 황 석권 [월간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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