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10-11-19 ~ 2010-12-14
노브하라 오사무, 김장섭, 니시무라 타미코, 오종은, 이주형 ,김영길
02-720-4414
○ 전시 서문 -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의 방식
사진은 주지하다시피 소통과 표현을 위한 수단이다. 즉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한 매체, 미적인 감수성을 표출하기 위한 매체인 것이다. 사진의 본질이라고 오랫동안 인식되어 있는 기록성도 사진의 여러 사회문화적인 가치 중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은 예술의 개념, 표현영역의 확장, 표현양식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만큼 동시대 미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미디어아트가 현란함과 스펙터클을 보여주어 사진은 오히려 시각적으로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의 발명이 사회문화적으로 진보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간과 할 수는 없다. 사진은 독일의 문예이론가 발터벤야민의 주장처럼 예술의 기능변화 및 인간의 외부세계에 대한 지각방식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근대적인 사고의 최대 수확물 중에 하나이자 미디어아트의 출발점이 사진이다.
표현매체로서의 사진, 예술로서의 사진이 보여주는 표현방식은 다양하다. 엄격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한 스트레이트 사진, 특수기법 사진 외에도 기록사진에서도 사진만의 고유한 예술적 가치를 발견 할 수 있다. 현대사진에서 표현양식은 동시대 현대미술과 마찬가지로 제한적이기 보다는 작가의 정체성, 개인적인 취향, 표현목적에 따라서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이번에 기획한 ‘Contemplation’展에 참여하는 한국과 일본의 사진가들은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고유한 특성을 이용해 지극히 주관적인 사진 찍기를 하는 작가들이다. 자신들의 외부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세계 즉 자연풍경, 역사적인 가치가 내재되어 있는 사물, 인물 등을 각자가 선호하는 표현방식을 선택해 재구성해서 관조적이고 사색적인 의식체계를 시각화한 작품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다루는 소재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대상들이다. 그로 인해 현란한 시각적인 자극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에서 작가로서의 진지함과 사진의 고유한 매력이 느껴지므로 예술적인 가치가 발생하는 지점을 확보하는 결실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동시대 예술사진은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스펙터클한 동시대의 문화적인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작품의 표면이 감각적이고 강렬한 자극으로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그에 비해서 깊이 있는 철학적인 사유세계가 느껴지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와는 다르게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가장 사진적인 표현방식으로 깊이 있는 사유세계를 표상해 사진만의 예술적 가치를 환기시켜준다.
김영길은 전통적인 특수기법으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대상을 다루어 자신의 정서와 관심사가 느껴지는 결과물을 생산했다. 그런데 가장 사진적인 표현방식으로 대상을 재구성했지만 오히려 회화와 같은 외관을 드러내는 이미지를 생산해 사진과 회화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준다. 또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해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김장섭은 오랫동안 사유적인 풍경사진을 발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장면을 시차를 두고서 밝기를 다르게 해서 촬영한 이후에 미묘하게 밝고 어두운 사진을 동일한 프레임에 나란히 프린트한 관조적인 최종 결과물을 발표한다. 빛의 변화가 만들어낸 밝음과 어두움이 보는 이들을 사색의 공간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로 인해 감상자들은 작가의 철학적인 사유세계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니시무라 타미코는 특정한 인물을 강렬한 콘트라스트로 표현했다. 표현대상의 외관적인 느낌과 표현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해 외형적으로 강한 느낌을 표출하는 결과물이 생산된 것이다. 언어적이기 보다는 비언어적이고 이미지 스스로가 말하는 결과물이다. 감상자들을 현혹하는 분위기를 자아내어 영상언어 자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하라 오사무는 평범한 자연풍경을 감정적으로 재현했다. 단순한 외관을 드러내는 대상을 앵글의 주관적인 변화, 컬러의 주관적인 변용 등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최종 결과물을 생산했다. 단순한 표현대상이지만 작가의 격정적인 감정이 느껴져서 감상자들이 결과물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것을 극복했다. 결과물 자체가 작가의 정서를 상징하는 듯하다.
오종은이 보여주는 풍경은 정서적이다. 그것은 작가가 풍경을 사색적으로 차분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작가가 생산한 결과물도 특별하게 격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요란한 수사법으로 포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이 좀 더 여유롭게 결과물을 감상하게 된다. 얼핏 보면 별다른 볼거리가 없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작품을 살펴보면 무엇인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는 하는 사진적인 결과물이다.
이주형은 바닷물의 표면을 절제된 화면으로 재현했다. 매우 단순한 수사법이지만 실상과 허상이 어우러진 최종 결과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작가내면의 알레고리적인 표상으로 읽혀진다. 미묘한 색도온의 변화, 렌즈의 광학적 특성, 표현도구의 매체적인 특성이 유효적절하게 조합되어서 작품의 표면이 형성되어 예술적 가치를 보장한다.
이번에 기획한 ‘Contemplation’展은 현란하고 자극적인 이미지가 넘치는 동시대 시각예술문화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관조적인 사진 찍기를 하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선택해서 전시한다. 그 결과 감상자들은 사진의 본질, 사진의 고유한 예술적 가치, 동시대 예술사진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가장 사진적인 가치를 환기시켜주는 전시이다.
글 : 김 영태 (갤러리아트사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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