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art company H의 기획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기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희 salon de H에서는 오는 11월 18일부터 12월 15일까지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관의 개인전 “Parallax Viewport”가 진행됩니다. 김용관은 최근 회화와 설치를 병행하는 “시차적 표시영역”시리즈를 발표하며 물리적-역사적-관념적 가치의 수평적 재구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김용관 작가가 salon de H의 메인 전시장(가로 13m/세로 7.5m/높이 5m)에 거대 규모의 설치 작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다양한 미술형식에 대한 시도와 도전적인 접근으로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젊은 작가의 태도와 가치를 탐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답의 모순을 노출하기 위한 병렬적 접근 (이단지_salon de H)
예술은 상식을 벗어난 세계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상식이라는 표현이 어떤 정의를 동반하는 것인지의 문제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상식을 벗어난’이라는 말 대신 ‘확정적인’과 ‘불확정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놓고 본다면, 적어도 예술은 불확정적인 세계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된다. 상식 너머의 세계를 관찰하고 시도하는 것이 예술가가 가진 태도라면 말이다.
김용관은 2005년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작업을 발표하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그가 본인의 작업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몇 가지는 “필연”과 “우연”, 또는 “선택”과 “B-side”등이다. 대부분 두 가지의 상대적인 개념이 양립하는 정황을 표현하기 위해 쓰여진 단어들이다. 그 중에서도 작가는 필연적인 사건보다는 우연적인 현상에, 이미 정의된 확정적 기호보다는 잠재적인 상태의 어떤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한다. 예를 들자면, 사진가가 채택한 A-cut 과 B-cut사이의 간극이 바로 용관의 작업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위한 방법으로 작가는 다음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 한다.
“첫째, 선택되지 못한 관점을 되살리는 것,
둘째, 공존할 수 없는 여러 관점들을 동시에 하나의 시공간에 담는 것,
셋째, 작은 것들이 누적되어 역사를 만드는 과정 그 자체에 대한 탐구”
이전에 발표된 SYLLABRICK은 한글의 창제원리를 바탕으로, ‘의미전달의 효율성(A-cut)’에 무게를 둔 한글과 달리 ‘표현의 유희(b-cut)’를 기준으로 음절의 무수한 조합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거시화 한 프로젝트였다. 이것이 위의 첫 번째 방법, ‘선택되지 못한 관점을 되살리는 것’에 해당한다.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탄생한 QBICT_Parallex Viewport시리즈들은 (A-cut이거나 혹은 B-cut이 될 수 있는)입체이면서도 동시에 특정 시점에서는 평면(역시 A-cut이거나 혹은 B-cut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유리한, 이율배반적인 입자 즉 공존할 수 없는 여러 관점들을 동시에 하나의 시공간에 담는 두 번째 방법에 가까울 수 있겠다. 이것을 위해 용관은 설치와 회화를 같은 공간에 유기적으로 배치한다. 하지만, 용관이 작업을 기획해 가는 과정을 보면 간혹 스스로의 오류와 모순이 드러나기도 한다. 다양한 유희적 조합을 내세운 SYLLABRICK은 사용자로 하여금 오히려 특정 단어를 조합하기 위한 놀이에 더욱 치중하게 만든다. 작가의 언급대로라면 필연적 법칙보다는 우연이라는 ‘엉뚱함’을 위한 장난감이 되어야 하는데, 실 사용자에게 장난감의 원칙으로 제시된 한글은 어쩔 도리없이 기의적인 음절조합이 우선순위로 입력되어 있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QBICT_Parallax Viewport시리즈들은 물리학의 이론적 접근으로 출발하였지만, 평면회화로 옮겨진 이미지들 역시, 그의 조건에 충족하는 개념적 입자를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각적인 결과물을 소개하기 위한 작가의 작업노트는 거의 물리공학도의 연구노트를 보는 듯 어려운 개념들로 채워져 소통의 필요성까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봤을 때 이 모든 어긋난 구조들의 병렬적 나열은 김용관이 궁극적으로 주목하고 있듯이, 확정적인 논리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 아이디어로는 나쁘지 않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의문과 논리에 대한 궁금함을 미술로 접근하는 용관의 독특한 재치는 M.C에셔를 떠올리는 작업의 결과물로 탄생한다. 또한 그가 개념적인 진리를 에셔와 같이 “시각”으로 탐구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작가는 그것을 위한 도구가 대립의 관계에서 파생된다 하여 ‘파괴적이다’라는 식의 결론 도출보다 ‘공존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실험하는 QBICT_Parallax Viewport공간설치 작업은 작가에게, 또 한번 오답적 도약을 위한 연구의 형태가 될 것이다. 불완전하고 모순으로 가득 차 있으나 무한한 자유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와 접근에 도전하는 김용관의 태도와 가치에 기대를 걸어본다.
시차적 표시영역(PARALLAX VIEWPORT)
_ (김용관 작가노트에서 발췌)
관측자가 동일한 대상을 시점이 다른 두 지점에서 관찰할 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시차(視差, parallax)라고 한다. 시차는 사물-사건-개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그것은 동일한 현상의 두 측면으로 육면체의 각각의 면처럼 결코 대면하지 못한다. 각각의 관점은 함께 공존하지 못하며, 던져진 주사위처럼 결국 하나의 면으로 수렴하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선택된 관점이 결코 필연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이 이루어졌더라면 다른 범주의 줄기가 살아남았을 것이다. 나는 물리적-역사적-관념적 영역에서 살아남지 못한(혹은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관점을 찾아 병렬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QUBICT는 여러 관점들이 중복 선택되었을 때 발생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두 가지의 모순되는 속성을 가진 가상의 입자를 결합하여 평면과 입체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이미지를 만든다.
QUBICT는 병렬식 연산이 가능한 양자 컴퓨터의 연산 단위인 qubit와 정육면체를 의미하는 cubic의 합성어로 평면과 입체의 속성을 동시에 갖는 이율배반적인 입자(粒子, particle)다. QUBICT는 차이를 위해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며 때로는 평면의 속성으로 때로는 입체의 속성으로 구조를 구성하며 공존할 수 없는 여러 관점들을 동시에 하나의 시공간에 담는다. 입체로 제시되는 QUBICT는 하나의 면으로 수렴하기 전 상태의 다양한 가능성, 모습을 보여주며, 상하좌우전후의 모습이 다른 총 6가지의 형상을 갖는다. 평면으로 제시되는 QUBICT는 등각투상도로 본 정육면체의 형태를 띠고 있어 육면체의 세 면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다. 또한 원근이 적용되지 않으며 그림자가 없는 그림의 특성 때문에 입체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illusion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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