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0-12-15 ~ 2010-12-28
사타
02-720-8488
갤러리 룩스에서는 역량있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기획전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해외 및 국내 현대 미술에서 사진을 중심으로 한 예술활동이 날로 두드러지고 있는 지금, 사진을 매체로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이는 SATA작가의 전시를 통해, 확장된 예술적 특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노트>
SaTARK
STARK +sata
학교 앞에서 샀던 병아리 다섯마리, 덤으로 받은 두마리
도합 일곱 마리를 나의 분신처럼 키웠습니다.
근사한 닭을 기대했지만 노오란 그 상태로 커지는 모습을 보며
두려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지요.
어느 날 한마리가 목이 잘린채 집에온 저를 반겨 주었습니다.
범인은 족제비
저는 더욱 몰입하여 병아리들을 경호하였습니다.
공부와 집은 뒷전이었지요.
다시 어느 토요일 친구집서 놀다온 저녁
집에 병아리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헤매이다 막 저녁상을 차리고 계시던 할머니에게 병아리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떼를 쓰며 재촉하자 옆에 있는 삼촌이 손가락질을 하며 저기 있다 하였습니다.
국그릇 속이었습니다.
그 날부터 거의 삼일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이틀정도 학교엘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행동에 또 죽도록 혼났습니다.
건성이었지만 사죄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병아리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닭은 나에게 껄끄러운 대상이었고 공포였습니다.
그들을 지켜내지 못한 점,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한 점, 사람들에 대한 원망
내손으로 이룬 가정을 잃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내내 닭과 나의 기억과 화해하지 못하고 피하고 두려워했습니다.
스물여섯 살 때 까지 닭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의 기일, 육적으로 쓰이던 통닭을 잘못 주문해 도착한 후라이드를
모르고 먹은 뒤 닭이 이렇게 맛있었구나 감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십년 동안 스스로 쇠뇌 시키면서 견고하게 쌓았던 두려움의 벽은 공기보다 가볍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알고 지니게 되는 마음은 언제 어떻게 부수어 질지 모릅니다.
세상에 처음일 때 마음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경험을 만나게 됩니다.
경험에 대한 반응과 판단은 개인의 몫입니다.
제가 몰랐던 점은 경험과 감정의 중심에는 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자라지 못하고 운명한 닭들을 위한 천도재 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접근하지 못한 기억을 더듬으며 만남부터 헤어져 그리워 하는 현재까지 그들과 내가 있습니다.
멋지게 모두 자라나 완전체가 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아직 덜자란 불완전체인 저와 이리저리 놀았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훗
글 : SATA
오늘날의 현대미술로서의 사진은 보이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가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작가의 사상과 상상력을 무한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타(SATA)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본인의 판타지적인 풍경들을 디지털 합성이라는 방법으로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갤러리 룩스는 2010년 12월15일부터 2주간 사타의 개인전 <SaTARK> 를 개최한다.
사타(SATA)는 파격적인 언사와 글 솜씨 뿐 만 아니라, 꾸준한 작업 활동과 위트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이번 시리즈는 몽환적인 합성이미지로 마치 꿈 속에서나 만났을 법한 장면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눈 내린 바다 위에서 날개 짓 하는 대상과 마주하고 있는 작가, 검은 새 무리에게 둘러싸여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모습, 그야말로 판타지적인 공간에서의 꿈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대상에 대한 트라우마를 작품을 통해 해소하고, 스스로가 쌓아두었던 두려움의 벽에서 벗어난다. 작가가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 글을 보면 “다자라지 못하고 운명한 닭들을 위한 천도재”라 칭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에서는 가두었던 틀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의 설렘과 작은 세계에서 큰 세계로 나아갈 때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또한 가상의 공간을 현실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인공적 세계와 자연적 세계가 묘하고 아름답게 공존하도록 연출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작가의 현실에 대한 일탈과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SATA는 국내 사진계에서 실험적인 이미지와 순수한 마음과 정신이 투영된 예술적 감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실과 비현실적 공간의 경계, 시공간 속을 자유로이 유영하는 SATA의 감성이 반영된 이번 전시는 기존의 관습적 이미지를 깨뜨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며,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감각적인 세계를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룩스 큐레이터 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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