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웅
김지건은 이미 일곱 번의 개인전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목공예, 특히 가구 개인전 준비는 쉬운 일이 아니어서 대단한 열정을 지닌 사람이 아니면 생전에 서너 차례의 개인전이 고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일곱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초대전을 통해 김지건이 보여온 가구제작의 특별한 기법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가 있다. 전통적 짜임기법으로 구성되는 가구의 표면 장식에서 보여준 <목분상감법>과 <반월모평행선 막대조합법> 그리고 짜임기법을 떠난 조각적 성형기법인 <합판적층성형법>과 <새끼줄 타래성형법>이다.
<목분상감법>은 1980년 첫 개인전 작품에서 대대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면, 1987년 제2회 개인전에서는 실제로 시문자리를 파고 목분을 상감해 넣는 방법이 아니라 공판 프린트하듯 목분층을 시문하는 새로운 수법을 발명하여 함께 사용했다. 이 새로운 목분시문법은 작업속도를 단축한 방법이기도 하며 문양의 배경을 이루는 넓은 면적을 목분층으로 해결함으로써 그 배경에 목분문양이 상감된 효과를 얻는 기법이다. 이러한 목분문양 시문기법을 학술적으로 정리하여 석사학위논문(1982년)으로 공개했고 많은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하였다.
<반월모평행선 막대조합법>은 평면적 효과의 목분상감법을 보완해주는 약간의 입체적, 기하학적 문양표현법으로서 4~5행의 반월모로 등밀이한 막대를 길고 짧게 잘라 각도변화를 주어 쪽붙임하는 방법이다. 이 기법의 시문결과는 조선시대 가구의 죽장(竹張, 竹裝)기법을 연상시키는 바가 없지 않은데 조명 빛의 각도, 또는 보는 위치에 따라 반사되는 반월모평행선의 표면광택이 달라지는 특성이 흥미롭다. 이 기법은 전보다 더 다양한 조합방법으로 사용되면서 독립적 작품으로 2009년도 개인전에 등장한다.
가구의 태(胎) 제작기법으로서 합판을 적층 적합하여 원목덩이처럼 큰 덩이가 이루어지도록 한 조각적 가구성형법은 1987년 제2회 개인전에서 투명판유리를 얹은 큼직한 티테이블의 조각적 몸통으로 선보인 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김지건의 기법이다. 원목덩이를 도려내고 저며내는 목조각 기술이 탁월한 김지건이 많은 원목조각작품을 제작해 본 경험에서 천연목재가 지닌 갈라지고 뒤틀리는 트집을 피하면서 흔치않은 수백 년 자란 목재의 대체재료로 선택한 것이다. 목재표면의 굴곡따라 변화되는 아름다운 목리효과에 못지않은 선적효과를 적흥합판 층의 평행선에서 인위적으로 변화시켜 얻어내는 조형적 방법이기도 하다.
1999년 제26회 한국공예가협회 회원전에 처음 출품되었던 원형의「탁자」(φ 80×25cm)는 <새끼줄 타래성형법>으로 몸통을 만들고 투명 판유리를 천판으로 얹은 작품이었다. 목재가 아니고 흔하디 흔한 짚으로 꼬은 새끼줄을 가구재료로 사용했다는 것은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김지건은 제23회 협회전에도 출품하는 등 수년 동안 새끼줄타래성형의 실험적 가구제작을 시도한다. 이 기법의 가구는 과거에 맷방석, 멱동구미, 멱서리 등 생활용품으로서 짚풀공예품에 익숙한 우리 민족의 심성에 맞는 재료의 도입이라는 점에서 귀중한 실험이었던 셈이다. 김지건의 실험정신이 결국 <목분상감법>과 <반월모평행선 막대조합법>의 가구 치장기법과 <합판적층성형법>을 성공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구에 사용할 만한 천연목재가 점점 귀해지고 있는 시대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에 흔하디 흔한 짚풀을 가구재료로 도입하는 실험을 했던 김지건이 언제인가 성공적인 새끼줄 이용, 또는 짚풀엮음의 가구를 선보이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곽대웅 前홍익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