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 전 시 제 목 : [자연의 정신] – 김선영 초대전
` 전 시 기 간 : 2011년 1월 26일(수) ~ 2월 1일(화)
` 전 시 장 소 : 갤러리 라메르 3층 (제3전시실)
세련된 담(談)의 미학
동양적 감성과 사유를 통해 섬세한 드로잉을 선보이는 작가 김선영의 초대전이 1월 26일부터2월 1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연주의 정신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꽃이라는 구체적이며 보편적 오브제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동양회화의 특징인 투명한 담(談)의 미학에 세련된 색감으로 깊이감을 더한 작가의 창작의식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 작가 노트
동양회화에 있어서의 투명성- 자연이 주는 평화
동양회화가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 중 중요한 하나는 그리는 대상을 투명하기까지 맑게 그리려는 노력인 담(淡)하다는 특징입니다. 이는 동양회화가 가지는 대상의 외형만이 아니라 내면적인 본질까지 표현하고자 하는 조형의식과 함께 그리는 사람의 인격을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는 동양만의 회화의식과 밀접한 관련 하에 발생되어진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할 수 있고, 전통적 미학을 부각시킬 수 있는 표현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연하고 맑아서 투명하기까지 한 방법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통재료들이 가지는 가장 큰 특성, 얇음은 미학적으로 투명하고 맑은 미학, 즉 평담천진사상과 밀접한 관련 하에 있습니다. 이러한 담함으로 자연스러움에 도달하려는 평담천진의 미학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맑고 투명하고 연해서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의 경계가 모호한 지경, 하지만 그래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자연의 경지를 추구해 봅니다. 어떤 이가 내 그림을 바라보고 산 한 자락을 바라보았을 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단지 나의 작은 욕심입니다.
전시평론
김선영 전
김미라
월간미술 2010,3월 리뷰기사 중
김미라, 전시기획
김선영의 이번 전시는 동양적 사유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민을 푸는 열쇠를 찾는 여정을 담았다. 작가는 짧지 않은 미국 생활의 경험 속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였으며, 이를 자신의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 작가의 고민은 전통의 재해석과 현대미술 코드를 조응시키려는 모든 젊은 작가의 공통된 숙제일 것이다. 작가는 2009년 뉴저지 KCC갤러리에서의 전시에서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으로 동양적 감성과 사유를 표현하는 실험을 선보였다. 이번에 작가는 비단에 담채를 가미한 조금 더 과감해진 매체 실험을 제안하였다. 투명하게 비치면서도 깊이감을 표현할 수 있는 비단을 중심에서 주변으로 섬세하게 번져나가는 색조의 뉘앙스를 통해 시간의 흔적과 갈피가 시각화되는 독특한 재료로 거듭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자연의 정신이다. 작가는 자연의 본질을 “창조의 질서와 조화를 제시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순화하고 정화하는 힘”을 가진 것, 즉 “조화로운 에너지”라고 말한다. 자연의 정신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를 김선영은 꽃이라는 보편적인 그리고 여성적인 소재를 통해 시사하였다. 동양과 서양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동양에서는 주관을, 서양에서는 객관을 중시한다. 서양철학이 눈에 보이는 것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다해온 반면, 동양철학은 가시적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불변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사유방식은 그림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서양화에서의 여백은 채워야 할 미완의 공간이지만, 동양화의 여백은 그려진 사물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무한의 공간이다. 꽃잎이 그려진 색면과 이를 아우르는 빈 공간은 긴장관계 속에서 서로를 상생시키고, 겹침을 통해 흐름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멈춤으로써 화면의 긴장을 이룬다.
조형적 측면에서 보면 그녀가 재구성해놓은 꽃잎들은 식물의 묘사라기보다는 간결한 선과 같은 계열의 색면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시각적 발색으로 느껴진다. 대상을 클로즈업하여 화면 가득 배치하기 때문에 꽃잎의 내면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부분 확대의 화면구성은 현실에서 대상을 격리시키고 시적 순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미지들은 구체적이지만 신선하고 추상적이다. 원근법적 공간이 없어도 심리적 여운은 시공간의 폭을 펼쳐낸다.
꽃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지극히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이다. 자연의 본질 자체를 드러내면서도 그것을 통해 정화된 작가 지신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김선영은 소재와 조형기법에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이라 한다. 비단이 주는 투명함은 매력적이지만 시간의 쌓임을 표현하고 세월의 깊이를 담아내기에 자칫 가벼울 수도 있다. 세월은 투명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상처를 통해 성숙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꽃잎만으로는 내면의 뜨거운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김선영의 이번 전시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종요한 방향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또 다른 결실이 꽃피우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