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11-01-05 ~ 2011-02-27
김준, 박형진, 백남준 ,권기수
02.395.3222
상상의 논리(Logic of Imagination)
김최은영(미학, 자하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창조적 상상은 논리와는 상관없다는 편견을 버리자. 시각예술창조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창조라는 틀을 이루며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의 상상을 이미지화 한다. 그들의 상상은 일상의 소사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단순한 미감 등을 차용한 시적 감흥일 수도 있다. 또한 사회나 종교, 인종이라는 광범위한 사회학적 혹은 동시대적 요소를 다루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명백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표현 방식은 대부분 재현이나 복원이라는 일차원적 표현 방식 뿐 아니라 ‘상상’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한 자신의 논리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백남준, 김준, 권기수, 박형진이 펼쳐 놓은 상상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상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 환경 설정으로 창조성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끊임없는 사유와 논증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상상을 시각예술로 승격시켰다.
백남준이 제시한 天心連作(천심연작)은 하늘이 그에게 부여한 심리적 감흥을 드로잉을 통해 기호화한 작품들이다. 그는 각종 기호들을 기존의 방식을 거부한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그것은 다시 여러 단계를 거쳐 미디어인 月琴(월금)이라는 예술로 승화된다.
김준의 경우 규격화된 큐브화면이 아닌 인체를 바탕으로 아이콘 같은 타투를 삽입, 숨겨진 레이어와 드러난 레이어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인체라는 코드는 음성이나 문자언어를 배제한 몸짓으로도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몸의 언어 위에 자신만의 언어를 다시 삽입함으로써 우리는 物化(물화)의 같은 새로운 스펙트럼의 시나리오를 목격하게 된다. 그의 발칙한 상상이 주는 새로운 심미안이며 그것이 바로 김준식의 논증인 것이다.
김준의 fragile 시리즈는 아내의 도자기그릇 컬렉션에서 힌트를 얻었으며, 기존 문신작업의 연장선에서 불안하고 연약한 인간을 깨지기 쉬운 도자기에 비유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권기수의 작업은 이들과는 또 다른 지점의 상상에 위치한다. 작품에 있어 話者(화자)의 역할을 하는 ‘동구리’는 작가의 심경과 정체성을 특유의 미소만큼이나 친절하게 드러내준다. 동구리를 통한 한국적 색감과 소재, 그리고 동시대성의 드러남은 끊임없는 과도기의 한복판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한국식 팝(pop)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과거의 차용과 현대의 재해석은 식상하지 않고 즐거운 미감으로 읽힐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며 그러한 史的(사적)의미 외에도 회화 본연의 창조적, 시각적 아름다움과 즐거운 미감까지도 잃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참신한 권기수의 논증적 역량이라 하겠다.
박형진의 서정적 ‘아이’에게서는 또 다른 재미와 미감이 도출된다. 각 화면마다 등장하는 소설적 구조가 친근한 동화처럼 향유자에게 다가온다. ‘아이’ 역시 話者(화자)의 역할을 배당받았으나 정작 주인공은 ‘아이’에만 머무르지 않고, 화면 자체에서 오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더욱 돋보인다. 연작 소설과 같은 일련의 작업들은 시각적 창조자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와 감각을 보다 선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연작에서 오는 작품들 사이의 일체감은 작품을 다루고 있는 작가의 정서와 감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보는 이에게 시각적 안주 이상의 상상논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개개의 작가들이 갖는 상상과 그 상상을 실제화 시켜주는 행위는 보이는 것 이상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 작가적 정체성과 논리가 없는 시각예술은 단순한 아이디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서로 다른 작업을 보여주는 이들의 작업이 갖는 공통분모는 다름 아닌 상상 속 논리의 끝임 없는 증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우연이나 순간적 감각이 아닌 치열한 작가적 사고와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음에 주목해야 한다.
향유자가 누리는 달콤함 뒤엔 언제나 무겁고 고독한 논증의 과정이 존재한다. 작가들은 존재 유무를 떠나 개인과 사회의 유기적 연관성을 중시하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에 대한 탐구의 수단으로 창조된 작화법을 중심으로 논증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작업이라는 시각예술의 방식으로 설명해 낸다.
이제 그들의 상상 논리를 누리되 그들의 진중한 논리도 함께 관찰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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