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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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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재는 클레이를 이용한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한국과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클레이는 특별한 도구나 접착제, 물감 없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형상과 색을 만들기 용이한 재료로, 어린이들의 감성과 창의 교육용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 들어 젊은 예술인들이 빈번히 사용하는 스컬피나 피모와 같은 폴리머클레이의 경우에도, 완성 후 강도와 보존성을 높이기 위한 열처리 과정을 제외하고는, 언제 어디서나 형상 제작이 가능하여 선호하는 재료로도 친숙하다. 친숙한 재료인 클레이로 만든 형상들은 매일유업, BC카드, 진로, AIG생명, 청정원 등 다수의 TV CF, 그리고 맥피플, 금성출판사, 한솔교육, 이퓨처, 교원, 삼성출판사, 윤선생영어 출판 일러스트의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매체를 통해 친근하고 익숙해져 있다. 김성재가 바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대중적인 클레이캐릭터들을 만들어낸 당사자이다. 


 김성재는 이번 <이상한 앨리스 Alice in Wonder>를 통해 늦깍이 예술가로서의 데뷔를 시도하고 있다. 디자인과 일러스트, 상업광고 미디어 등 시각예술과 무관하지 않은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가 “예술가로서의 데뷔를 표명함”은 새삼스럽다. 동시에 최근 많은 예술가들이 대중과의 소통, 기업과의 연계 등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몰두해 있는 현시점에서 오히려 “예술”이라는 영역을 꿈꾸고 찾아가며, “예술이라는 무엇”을 만들어가려는 그가 이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 듯 싶다.  

 앞서 소개했듯이 김성재는 이미 클레이작가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하지만 유명세가 커질수록 캐릭터를 만들어낸 김성재와 자신이 만들어낸 실재 클레이캐릭터 형상물은 배후로 물러나고, 이들을 대신해서 광고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가 캐릭터의 이미지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역전된 상황은 그에게 창의자로서의 자성(自省)과 자문(自問)을 제기해왔다. 게다가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대중적인 재료인 클레이는 재료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펼치는 기술자의 상상력을 넘어서 진정한 상상력과 창의를 향한 예술적 욕구를 자극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창작자로서 자신과 원본으로서 클레이 형상들을 세상에 드러내고픈 욕구의 발로이자, 문제의식의 해결하려는 첫 시도일 것이다.  


 김성재는 첫 개인전인 <이상한 앨리스 Alice in Wonder>에서 일말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처한 도치(倒置)상황과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경계와 경계 사이의 존재로서 창조자의 위상과 역할 등에 관한 사유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들과 더불어, 동화의 고전으로 익숙한 등장인물들을 작가적 해석과 상상력으로 변형시킨 캐릭터들로 구성된 클레이 세계다.김성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피노키오, 어린왕자, 피터팬, 아기곰 푸우, 오즈의 마법사 속 등장인물들이 어른이 되어 늙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김성재가 펼치는 클레이 캐릭터 세계는 이상한 나라 in Wonderland라는 어떠한 특정 지점과 영역도 상정하고 있지 않다. 단지 “이상한 in wonder”을 향한 자유로운 상상인 앨리스들 alices을 경계구분없이 병치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특징은 그가 사용하는 재료와 장르인 클레이와 캐릭터, 그리고 그의 활동영역인 광고, 디자인, 일러스트 등 대중매체와 밀접하게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클레이는 개체들의 개성을 과장되고 때로는 왜곡된 형상으로서 특징적으로 잡아내는 캐릭터 작업에 유용한 점성질의 재료이다. 클레이 형상물은 고체와 같은 견고성과 언제라도 또 다른 형태로 변형가능한 유동성을  동시에 지니며, 완성과 미완성의 중간지점인 과정적 완성상태이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살아움직이는 세계는 사람과 사물, 동물과 식물, 낯설고 비정상적인 형상들 마저도 모두 인간적인 것으로 의인화되며, 선호도는 있을지언정, 호/불호없이 하나의 세계로 함께 어우러진다. 

  김성재는 바로 그 누구나 친숙한 재료와 장르, 매체를 가지고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법한 동화 주인공들의 미래를 재현해낸다. 간혹 성인물로 번안된 재밋거리로 그려져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떠돌며 어린시절에 대한 묘한 향수를 자극하곤 하는 흔하디 흔한, 진부하기까지 해진 바로 그 소재와 대상 말이다.

  그는 실제작품과 닮았으나 다른 별도의 개체로서 캐릭터들, 캐릭터화된 이미지(가상)이 실제의 움직임을 연기하며 실효성을 근거로 높은 가치를 주장하거나 오히려 또다른 실제를 주장하는 현실에 오리지널의 세계를 드리밀고 있다. 그것이 캐릭터의 원본으로서 클레이 형상물이든, 박제된 시공간 안에 갇힌 캐릭터의 원본으로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어(同化) 움직이며(動畫)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童畵)이든. 상상의 영역에 가상의 이미지로 존재하던 소재와 대상들을 클레이 형상으로 재현하여 실제 현실 공간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런데 친숙하고 유명한 캐릭터들은 우리에게 친숙함이나 친숙함과 낯섦이 섞인 묘한 향수를 넘어서 당혹감을 유발시킨다. 이는 너무도 늙어버린 캐릭터들에서 느끼는 시간의 격차가 주는 당혹감일수도 있겠지만, 시간의 흐름 안에서 기술적인 상상력의 한계와 전혀 새롭지 않은 상상력을 마주하는 당혹감일 것이다.  


 김성재는 디자인과 일러스트, 상업광고 미디어 그리고 문학과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며 느꼈던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그 안에서의 소재와 대상, 재료와 장르, 매체를 이용하여 풀어내고자 한다. 그는 형상실제 클레이형상물과 캐릭터이미지들의 전도된 가치와 원본성에 대한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 이야기를 해석하고 자신의 해석에 또다시 의문을 제기하고 해석해내려는 과정의 현재적 증거물들로 또 다른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들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생계와 무관한, 그러나 오히려 그의 직업적 생존을 위해 그 무엇보다 절실한 바로 그 예술적 상상력! 이를 향한 오랜 갈급은 비록 그 시작은 다소 서툴고 미약할지라도, 그 어떤 예술가들의 무기보다 오랜 예술행보를 이끌어 줄 강력한 추진력이 되리라 믿는다. 


조성지 (미술비평, CSP111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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