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전시내용 

금속공예가 박영빈의 첫 개인전이 갤러리 담에서 열린다. 박영빈은 보통의 금속공예작가들과는 달리 입체보다는 금속을 부조처럼 작업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의 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써 꿈을 차용하고 있다. 그래서 서정적인 그림과도 같은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작은 정은(sterling silver)에 체이싱(chasing: 돋을새김)기법을 사용하여 장신구를 제작하였다. 체이싱기법은 정을 망치로 쳐서 은판 위에 볼륨을 달리하여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한점한점 점묘화를 그리듯이 작업을 진행해 가는 동안 작가 자신의 내면으로 침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20여점의 브로치, 목걸이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의 글

나를 찾아가기

part 1 사물들 _ 어린 시절의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는 제 방에 있던 키가 큰 옷걸이 하나가 등장하였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내던 것이었습니다. 꿈에서 깬 뒤 옷걸이의 이미지는 생생하게 남아있었고 마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것처럼 유년의 일들이 줄지어 기억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이 하나의 거대한 옷걸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내 주변의 사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나의 잠재의식 속에 깊이 박힌 사물들의 이미지, 그리고 그것을 대하던 나의 태도와 상황들. '사물은 그것을 보아주는 대상이 없으면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내가 떠올리는 사물들은 나와 긴밀하게 그러나 나조차도 인식할 수 없게 엮여있습니다. 사물에 어떠한 사건이나 다른 이미지의 표상을 나의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심어놓았기 때문에 작업에서 그려지는 사물들은 결국 내가 걸어온 길의 지표와도 같습니다. 하나의 사물이 특정한 의미를 지니기보다 그 자체로 존재하면서 내 자신에 대한 섬세하고 작은 기억들을 담고 있으며, 때로는 순수한 바람이나 역설, 생각의 편린들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part 2 길 _ 낯선 곳을 걸으며 길에게 묻습니다. 어디를 향하는 길입니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길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닙니다. 역사가 오래된 길엔 셀 수도 없이 많은 발자국이 찍혀있습니다. 다양한 삶을 품고 있는 좁다란 길에 나의 발을 딛는 그 순간에는 내 삶이 남의 것처럼 초연해 보이고 나를 이곳까지 이끈 발걸음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 길을 거쳐 갔을 다양한 삶 가운데 나를 남깁니다. 발자국은 곧 사라질 테지만 그 길은 나에게 생생하고 특별한 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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