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1-03-17 ~ 2011-04-10
주세균
02-725-9520
주세균 - NOTIONAL FLAG
2011.3.17 - 4.10
주세균의 초국가적 만다라
양은희/독립큐레이터
테벳의 라마승들은 모래로 만다라를 그린다. 만다라는 느리고 더디게 우주만물의 진리를 깨닫는 수행이자, 그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향해 가까이 가는 안내도이다. 하나의 완전한 만다라를 얻기 위해서 원과 사각형, 적, 황, 녹, 청, 백에 기반한 시각적 조형원리를 알아야하며, 그 안에 들어갈 삼라만상을 축약한 이미지를 배워야하며,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겸손하게 바닥에 몸을 수그리고 천천히 도상을 그려가는 과정을 수일에 걸쳐해야한다는 것이다. 자연재료에서 얻은 색 모래를 사용하여 그려낸 세계는 평면적이지만 그 안에는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가 모두 녹아있다. 만다라가 완성되면 라마승은 다시 천천히 정해진 순서대로 만다라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그 해체의 끝에 남는 것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한 더미의 색모래 뿐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주세균도 라마승처럼 바닥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며칠이고 모래그림을 그린다. 색모래, 흑연, 베이비파우더 등으로 그린 그의 ‘파우더 시리즈’는 삼라만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국기를 그려낸다. 라마승이 쓰는 도구와 유사한 깔대기 모양의 도구를 직접 고안해서 천천히 바닥에 모래국기를 그려간다. 그의 국기는 기존의 국기를 모사한 것이 아니라 그의 초국적 세계에서만 가능한 국기들로 기존의 국기에 사용된 이미지, 상징, 색면을 새로이 조합하거나 변형한 것들이다. 티벳승들이 만물의 평등함을 원으로 표현했다면 그는 질서있는, 그러면서도 모더니즘의 평등한 유토피아가 배어있는 격자무늬 구조 속에 국기들을 그려 넣는다. 그의<Notional Flag>은 국가사이의 위계질서도, 제1세계, 제3세계와 같은 그룹화도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수평적이다. 그의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sm)는 엄격하고 질서를 강요하는 근대적 국가들의 이념을 극복하고 오히려 그 제도에 속에서 익명으로 존재했던 (작가를 포함하는) 개인들에게 그들 고유의 영역을 존중하듯이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기호와 상징, 그리고 색면을 완전히 해체하고 시각적 유희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전시가 끝나면 그도 라마승처럼 모래국기들을 쓸어 담아 모은다. 모래 더미 하나가 남아 있다가 사라지고, 이후에는 사진이나 영상작업으로만 남는다. 색즉시공.
주세균은 지도, 국기 등 세계화 시대에 유통되는 민감한 기호와 이미지를 다루면서도 물질을 통해 정신의 각성을 꾀하는 라마승의 구도 자세를 취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주 그리고 깊숙이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타자를 이해해야 하는 현대에, 작가는 그 이해의 지점에서 접하는 생경함, 불가해성, 불투명성, 지연, 차이를 드러내면서, 이러한 것들이 결국 집착, 경쟁, 질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국 무상한 것이자 ‘공’임에 지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색즉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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