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1-03-05 ~ 2011-04-03
한진수
02-395-3222
http:// www.zahamuseum.com
Weight_한진수展
김최은영(미학, 자하미술관 책임큐레이터)
● 획일적인 이미지의 무게
시각인식이라는 것이 단지 망막에 맺혀진 상에 대한 지각이 아닌 뇌의 의한 해석을 토대로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시각예술이라는 것은 단지 형태적 미의 추구뿐만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지식과 경험을 우선시해야 한다. 한진수에게 ‘작업을 한다’라는 것은 왜 특정한 미술적 언어들을 선호하게 되었는가를 자문해 보는 시간이다. 이 되짚음을 통해 한진수는 원래부터 자신이었던 것들을 대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자아에 대한 통찰을 이끌게 된다.
근원적인 것들에 대한 회고가 발굴해내는 세상에 대한 첫인상들. 화석처럼 혹은 증거처럼 더 이상의 질문이 없는 이미지들이 드러난다. 그러나 명랑하고 명료한 이미지들임에도 불구하고 막다른 곳에 다다른 작가의 정신은 종종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인식의 뿌리에 존재하는 이미지와 상징들은 태어난 것들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제시되었던 그것들은 이미 그 자체로 불완전하고 수동적이다. 따라서 사상누각처럼 이를 기초로 발달해 온 현재의 정체성은 가치가 희미해지며, 얻고자 애를 쓴 만큼 공허해지는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신비감이 사라지고 독창성을 잃은 자아는 과정적이다. 그것은 단지 수직적인 흐름뿐만이 아닌 수평적 구조를 포함한다. 즉 ‘나’라는 것은 시대적, 사회적 시스템과 코드에 의해 관계되고 성립된 존재들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한진수가 발견하는 이미지들과 제 상징성 속에는 그에 따라 보편성의 가치가 중요하게 다뤄지며 이 운명적, 기계적 이미지들이 내 독립성에 반하면서 불러오는 허무함을 표현한다.
무상함으로 이해된 자아는 무엇조차 되지 못한다. 그러나 기억을 통해서만 가능한 인식의 한계에 의해 완전한 無 역시 이해하진 못한다. 결국 양 극단 사이에서 진동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자아를 발견한다. 옳고 그름을 상정조차 하지 못하는,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없는 작업은 有 하지도 無 하지도 않은 관조적 성향을 가지게 된다.
현실은 사람을 닮는다. 제시된 이미지들로 무장한 한진수의 독자성이 비록 모순적일지라도 그래서 진위 사이를 넘실거리는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사람의 일임에 분명하다면 현실은 언제나 그러하듯 충분히 인간적이다. 이것이 진위를 따지지 못하는 이미지들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적어도 작가가 가진 근원적 상징들 그리고 그것들이 드러내는 보편성은 곧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를 실증하는 휴머니티의 일부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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