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1-03-17 ~ 2011-04-15
심승욱,이림
02.445.0853
심리적인 결핍이나 고립에 대한 경험은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된다. 전시는 검은색이라는 개념적이거나 시각적인 어둠에 대해 집착하는 두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심승욱이 유학생활 동안 겪은 심리적 고립은 black의 어둠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어둠은 작가의 작업에서 불완전하고 불확정적인 모순적 의미를 담기 위한 개념적 수단으로 이용된다. 어린 시절, 이림이 경험한 사람과의 관계 속 결핍은 트라우마로 남아 사람들간의 교감에 집착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한 인물의 정서적 교감은 Black의 어둠을 통해서 더욱 극명하게 연출되어 보여진다.
2011년 salon de H 첫 번째 기획전시로 심승욱, 이림 작가의 2인 전 “Story of BLACK” 을 3월 17일(목)부터 4월 15일(금)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다. 이 전시에는 심승욱의 설치, 부조 작업 7여 점과 이림의 드로잉과 페인팅 작업 1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는 다른 듯하지만 닮아 있는 두 명의 젊은 작가의 작업이 Black이라는 시각적 혹은 개념적 어둠을 통해 어떤 형식으로 진화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그들의 작업에 대해 재조명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에서 검은색으로 뒤덮인 사각의 캔버스에서 인식 가능한 어떠한 대상이나 형체를 찾을 수 없다. 대상의 재현과 서사적 연출에서 벗어나 오직 직관에 의해서만 작품 바라보기를 유도하고 있는 말레비치의 작품은 심승욱의 「Black Gravity」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우리는 예술을 바라볼 때 습관적으로 작가가 의도한 숨겨진 의미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확정적 정의 내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예술이 과연 확정적인 단어를 쓰기에 적합한 것일까. 심승욱의 작업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아닌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사물을 바라보는 가장 직관적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심승욱은 2007년 기점으로부터 시각적으로 black에 한정된 작업을 선보인다. 유학시절 그가 겪게 되는 심리적 고립은 내면의 상상을 훈련시키고, 이는 어둡고 낯선 구조의 검은 덩어리를 생성해냈다. 검은색의 실리콘들이 집적되어 만들어내는 이 낯선 덩어리는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기존의 인식체계를 마비시킨다. 이제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 물체를 인식하는데 있어 논리적 접근을 위한 어떠한 실마리도 제공되지 않는다. 또한 검은색의 통일된 색감은 드러냄과 숨김의 중의성을 지닌 개념적 어두움으로 작업에서 불완전하고 불확정적인 모순적 의미를 더욱 증폭시킨다. 작가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생경한 검은 풍경은 끊임없이 낯선 형태로 증식하여 이제는 지시적 기호나 언어체계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렇게 의미가 파괴된 지점에 자리잡은 어둡고 낯선 덩어리는 우리에게 인식불능의 불쾌와 미지의 깨달음의 쾌를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숭고’의 체험을 동반한다. 이 어둡고 낯선 숭고함은 ‘미’나 ‘추’로 구분될 수 없는, 미적 범주를 벗어난 정의내릴 수 없는 그 어떤 것으로 귀결된다.
연극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 것 같은 화면 속, 애절한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배경이 사라진 화면 속에 흑백의 물감이 인물의 얼굴과 신체의 외면을 어지럽게 훼손시키고 있다. 사라진 배경과 훼손된 인물의 형상. 그대로의 재현을 방해하는 장치로 인해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서사적 연관이 파괴되었다. 이로 인해 인물은 소통이 단절되고 소외된 개체로 인식된다. 또한Black의 어둠은 형상의 고립을 더욱 극명적으로 드러낸다. 이림은 작업 속 인물을 통해 타자와 교감하고 소외된 자아를 치유하고자 한다.
어린 시절, 특정 인물과의 교감이 거부되어 생성된 결핍은 트라우마로 남아 사람간의 관계에 집착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타자와의 관계성에 대한 집착은 그의 작업 안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 우선, 이림의 회화는 3가지 매체를 거치는 번거로운 노동의 방식을 택한다. 스스로의 몸에 페인트 칠을 하는 퍼포먼스를 한 뒤 그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사진을 통해 회화로 재현하게 된다. 이러한 매체의 확장을 통한 재현은 인물과 이미지 사이의 또 다른 관계를 보여준다. 하나의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들이 연결되며 생기는 관계성이다. 실제의 인물이 담고 있는 감정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 이미지는 다시 회화성을 띄며 찰나의 감정을 지속시키는 이미지 간의 관계는 교감을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인식된다.
최근, 신작에서 소통을 위해 배치되었던 인물의 형상이 캔버스에서 사라지며, 그는 또 다른 관계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시선은 익명의 사람과의 관계 속 교감에서 자신과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 Max Ernst와의 관계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에른스트 대표작 <신부의 의상 The Robing of the Bride>에서 붉은 부엉이 형상의 모피를 입은 여성은 작가와 동일화되어 The surrealistic시리즈에서 보여진다. 에른스트와 이미지 중첩을 시도한 작가는 더욱 친밀히 교감을 하게 되고 이러한 새로운 관계성의 확보는 제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는 자기 치유의 방법이다.
검은색은 가장 이율배반적인 색감이다. 동양적 사유에서 검은색은 침묵, 고요함 등의 명상적인 정서를 담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색으로 해석되어지지만 서구 문화권에서는 죽음, 어두움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진다. 색을 판단하는 시각은 매우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색감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색을 정의할 때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Story of Black에서 두 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의미의 black을 제시하고 있다. 심승욱과 이림의 작업은 표면적으로 검은색을 포함하고 있지만 정작 그리고자 하는 것은 검은”색”이 아닌, 검은 색을 통한 내면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story of black을 통해 검은색에 대한 관점의 확장을 기대해본다.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