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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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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치 않을 어떤 것. 언제, 어디서 보아도 그 모양으로 확인되는 것. 하나의 도상으로 자리 잡은 것. 그런 것을 바래본다. 꽃, 풀, 너무나 쉽게 지고 피는 것들을 향한 아쉬움은 상투적이다. 그러나 그 상투적 소멸을 하나의 영원으로 잡으려는 노력은 헛된 삶에서 자신과 세계를 자신의 이해로 잡아내려는 지고한 순간이다. 비로소 찰나소멸 하는 세계에서 영원한 것, 변하지 않고 언제나 회상되는 세계, 찰나를 영원으로 번안하는 세계, 그것이 김영아의 꽃그림이다.


▷ 그의 작업은 기존하는 사실적인 묘사를 거부함으로 가능하다. 묘사는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것 같지만 관념의 표명일 뿐이다. 마치 생물도감의 그림처럼 꽃이 갖추어야 할 온갖 요소를 다 보이도록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거부는 일상적인 사실화의 한계를 거부하는 것이자 그가 닿고자 한 차이 혹은 욕망으로서 꽃그림이다. “예술가의 진리는 현실적인 것을 규정하는 기존현실의 독점(즉 그것을 설정한 이들을)을 파괴하는 힘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은 미형식이 성취한 것인 바, 이 파괴 속에서 예술의 허구세계는 진정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 “회화는 자신 안에 흩뿌려져 있는 미미한 고뇌나 국부적인 기쁨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덜 유동적이지만 더 읽기 쉬우며, 보다 지속적인 하나의 총제척인 의미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불과할 뿐이다.” 더 읽기 쉬우며 지속적인 하나의 총체적 의미를 구성하는 꽃, 그것은 현장에 피어 있는 꽃이 아니라 그려진 꽃, 이 세상에 처음으로 탄생한 꽃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 순간에 있는 온전한 꽃의 세상, 유토피아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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