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경
김혜련
4.1 - 4.24 소마미술관
38선으로 남북이 나뉘어진 분단국가, 1950-53의 6.25한국전쟁과 정전회담 그리고 설정된 비무장지대(DMZ : DeMiliterized Zone). 철조망이 걸린 임진강 유역의 이 역사적 현실의 현장을 방문하고 분단이란 현실을 절감해 온 예술가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 그 일을 알고 분노하며 투쟁적인 작업을 하는 다음세대 그리고 60년이라는 시간 경과 후 작금의 분단 현실을 강한 메시지로 전하는 DMZ의 풍경으로 이를 체험하게 되는 새 세대가 있다.
최근 소마미술관의 전시(4.1-24), ‘그림에 새긴 문자’에서 소개된 중견작가 김혜련의
작품 30점은 바로 새 세대작가가 체험하게 되는 비무장지대의 특별한 풍경화를 보여준다. 산이나 강물과 같이 단순화된 개별형태나 모티브가 차지하는 넓은 공간배치와 이의 상호연관성은 매우 예민한 조형적 구축을 위한 색채사용의 미묘한 층위에 의해 공간적 확대와 깊이를 이루게 된다. 그것은 또한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의 의미내용의 확대와 깊이를 전파시키는 전파력도 함께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질료상의 마티에르(Matiere)가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작품을 보는 관람자는, 지금, 여기라는 찰라가 바로 끝없이 이어지는 역사속의 순간임을 부지불식간에 감지하게 되고 자연풍경이 어느 사이에 하나의 역사적 상황으로 환치하게 되는 경지를 체득케 된다. 이와 같은 경험은 예술에서만 가능한 차원임을 김혜련의 그림들은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자연을 닮은 여성의 마음인가, 생명을 낳는 모성의 마음인가, 그렇게 처절하게 상처 받은 풍경화들 사이에 조화롭고 균형 잡힌 자연의 편린들을 그림에 그려 넣는 일을 이 작가는 잊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DMZ풍경들은 그들이 겪은 처절함을 더욱 내면화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서울아트가이드 2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