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인간은 우주에 있어서 한조각의 파편이며 자연현상의 일부이다. 최첨단의 과학문명으로도 우주의 본질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전명자는 이 불가사의하고 신비스러운 우주의 세계 - 이것은 오로라(AURORA):서광, 여명, 신화등의 환상적 세계와 여타 자연현상을 가리킴- 를 기조로하고 그 자신의 실존적인식, 우주관, 일상의 시각, 물리적 경험 그리고 심상의 편린 등을 합성, 편집하여 초현실적 화면구성을 창출해 낸다. 그는 청색이 내포하고 있는 우주공간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환상적인 조형성에다가 일상에서 접하기 용이한 주택, 초목, 이름 모르 악기, 찻잔, 피아노 등의 공간사물을 무작위로 배치하거나 병렬시켜, 팝아트+리얼리즘= 초현실주의라는 흥미있는 미학등식을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어떠한 쟝느(GENRE)도 속하지 않으며, 쉽게 구분 할 수 없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것은 그의 작품에서 간간히 기호들의 연속성이 보이고 화면을 구획하는 기하학적인 추상성고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의 카테고리(CATEGORY)는 작가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과 우주에 대한 서정적인 사유로 점철되는 조형성, 아카데믹한 미학의 속성, 그리고 이 다자들 간의 변증법적인 추출의 어려움 등으로 쉽게 설정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에게는 작품의 범주설정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는 무한한 조형성과 우주적인 사유의 미학에 탐닉하는 한편, 자신의 창작욕구에 상응하는 내면적인 희열과 유희성의 상통에 젖어 있기도 한다. 북극, 남극 그리고 유럽의 각지를 여행하며 직접경험에 의한 오로라의 자연현상에 매료되어, 이 우주의 신비스러움, 숭고함, 그리고 경외감을 인식하는가 하면 이러한 자연현상 - 오로라, 대지의 물들임, 속삭임, 숨소리 등 - 을 창조하시고... 그 창조주에 대한 경외감과 신앙심도 진지하게 가지고 있는 그를 추론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종교와 예술의 관계는 미묘하며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때때로 종교적인 이미지를 여과 없이 직접적으로 표현해서 범미주의와 미학의 비 합목적성적(非 合目的性的)인 순수함을 다서 손상시키는 작가들을 목격할 때가 있다. 그는 종교적 이미지의 속성을 절제하며, 순수미학의 정체성을 이탈하지는 않는다. 물론 우주의 신비주의적 이미지나 자연현상에 대한 숭고함은 오로라가 갖는 청색의 색채심리를 통해서 뚜렷하게 부각시켜간다. 그의 이러한 미학은 조물주에 대한 경외감은 갖되,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강조하며, 자연과 인간(문명)이 함께 공존하는 유토피아(UTOPIA:본래는 토머스모어의 소설명으로 이상향을 뜻함)의 지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학개념은 “자연과의 조화”나 “오로라를 넘어서”등의 제목에서 보듯이 자연현상 - 오로라를 포함한 우주전체물들 - 과 인간(문명:창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찻잔, 와인, 악기 등)의 조화로움, 공존, 동행을 상징한다. 한편, 전명자의 작품에서 리얼리즘의 범속함도 보이지 않지만 세련된 미학적 조형요소도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가 문명, 철학, 이데아, 그리고 미학의 속성보다는 우주와 자연현상에 대한 경외감에 무게를 두며 근원적으로는 자연현상의 신비로움과 문명의 결과물인 이데아의 공존을 희구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 기법은 다양하며 정교함과 비정교함을 변증법적으로 순환시키며 표출하고 있다. 그는 우주의 천체물들을 기호화하고 상징화하며, 조금은 비애어린 실존주의적 조형성으로 우주에 대한 경외감과 서정적 자연감성을 일상의 오브제로 합성화 해 간다. 15여년 오로라에 심취한 그가 우주에 대한 경외감으로 계속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내면적인 성찰로 인한 새로운 조형성을 창조해 낼 것인지 주목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