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전개와 위상
5.26 - 7.23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미술자료의 수집과 보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이 한 나라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내용을 이루기 때문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든든한 것인지도 모른다. 도록을 비롯하여 도서, 포스터, 신문 잡지 기사 등 1950년대 이후의 전시에 관한 자료를 일람할 수 있었던 이번 전시는 미술 아카이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전시다.
서울아트가이드 2011-07
서성록
195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_전개와 위상
5.26 - 7.23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환기는 1963년 동아일보에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 참관기를 실었다. “비엔날레미술관은 ‘이빠라 뿌에라’공원 내에 있었다. 정오 지나 미술관에 당도하니 정문을 향해 왼쪽으로 각 참가국 국기가 보기좋게 한줄로 세워져 있었다. 모두 56개. 우리나라 태극기는 꼭 중간에 서 있었다. 감회가 무량했다.” (동아일보, 1963.12.2)
누구보다 한국미술에 대해 자부심을 품었던 김환기가 처음으로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참가했으니 소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우리나라 미술의 해외전은 전쟁 복구가 한창이던 50년대 말부터 출발한다. 반도화랑의 창립자 실리아 짐머만(Celia Zimmerman)은 아트클럽을 조직하여 작가들을 후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Korean Artist』(1957, 홍콩)라는 소책자를 출간하기도 했으며, 1957년 유네스코에서 개최한 ‘아시아미술’(샌프란시스코미술관)에 한국작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해외진출은 1958년 미국 조지아대 미대 교수 엘렌 D.프셋티(Ellen.D.Psaty)가 기획한 ‘한국현대미술’(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이다. 월드하우스갤러리의 위촉으로 프셋티 교수가 내한하여 35명의 작가 62점을 선정하였는데 ‘한국현대미술’은 해방후 해외전시의 물꼬를 튼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국가단위의 해외전은 1961년 제2회 파리비엔날레 참가를 기점으로 잡을 수 있다.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이 비엔날레는 당시의 앵포르멜 열기를 반영하듯 추상계열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이 비엔날레는 김병기가 커미셔너를 맡았고 김창열·장성순·정창섭·조용익이 참여하였다. 1963년에는 김창열이 커미셔너를 맡았고 박서보·윤명로·김봉태·최기원이 참가했다.
도쿄화랑에서 열린 ‘한국 5인의 작가 다섯가지의 흰색’(1975)은 그간 수면밑에 흐르던 한국의 단색화를 공식적으로 표면화시켰다는 의미를 지닌다. 나카하라 유스케는 그간 수차례 내한하면서 유심히 관찰해둔 작가들을 소개하였다. 한국 고유의 미의식이 접목된 단색화는 우리나라에 유입된 서양화의 짧은 역사에 비추어보면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에는 일본으로의 진출이 봇물을 이루었다. ‘한국현대미술의 위상’(1982)과 ‘현대종이의 조형’(1983)이 교토시미술관에서, ‘한국현대미술전-70년대 후반 하나의 양상’(1983)이 도쿄도미술관(외 4개도시)에서 각각 개최되었다. 한편 민중미술과 관련한 전시로는 뉴욕 아티스트스페이스에서 열린 ‘민중미술, 한국의 새로운 문화운동’(1988)과 퀸즈뮤지엄에서 열린 ‘태평양을 건너서’(1993)를 들 수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국제무대에서 한국미술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기로 볼 수 있다. 단색화 계열의 작가들이 테이트리버풀에서 열린 ‘자연과 함께’(Working with Nature, 1992)에 참여하였고, 1995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을 기념한 본 전시와 함께 특별전 ‘호랑이 꼬리’를 개최하였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1995·97·99년에 전수천·강익중·이불이 3회 연속 특별상을 받는 등 세계 미술계에서도 보기 드문 기록을 남겼다.
우리나라가 베니스비엔날레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6년부터로, 평론가 이일이 커미셔너를 맡고 고영훈과 하동철이 참가하였다. 한편 2000년대 들어서 해외전을 거의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아트페어는 1984년 진화랑이 파리 그랑팔레에서 개막된 FIAC에 처음 진출한 이래, 시카고와 바젤·마이애미·멜버른·홍콩·싱가포르·상하이·베이징·두바이·타이베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기획한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은 최초의 국가단위 전람회인 파리비엔날레에서부터 최근까지의 해외전 성과를 도록·리플릿·팸플릿·영상물을 통해 보여주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를 일일이 수소문하여 모은 것도 대단한 일이고, 게다가 주요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우리 미술의 국제전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다. 필자에게는 단순한 자료전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미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려주는 축도(縮圖)로 비추어졌다. 전시를 돌아보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참가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세계화단을 누비며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또다른 성과였다.
서울아트가이드 20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