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18점 / 회화(4), 영상(2), 사진(2), 설치(4), 조각(3) 등
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국제교류프로그램 창작연구 결과전
『CLOSER & CLOSING』전 개최
인도, 태국, 영국 등 다국적 작가들이 한국의 경험과 기억을 현대미술작품으로 표현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배순훈)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작스튜디오(고양, 창동)는 2011년 상반기 국제교류프로그램의 결과보고 전시,
을 오는 5월20일(금)부터 5월30일(월)까지 고양창작스튜디오에서 11일간 개최한다.
창작스튜디오는 국내 대표창작지원기관으로서 그동안 국내작가 창작활동 지원 외에 아시아, 유럽 등지의 유능한 작가들에게도 공간지원과 활발한 문화교류를 추진하여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써 역할을 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원하고 있는 다양한 국제교류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한층 성장한 다국적(인도, 태국, 홍콩, 일본, 영국 출신) 5인의 참여작가들은 지난 5개월여 기간동안 한국에서 겪었던 경험과 기억 등을 작품화하여 새로운 장소와 문화를 바탕으로 신체, 성 정체성, 일상 오브제, 개인의 기억, 형상과 지각 등의 이해관계를 다양하게 표출하고 있다. 본 전시는 평면,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문화의 일면으로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거나, 반대로 개인의 정체성과 장소 특수성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이끈다.
또한 이번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각자의 작품과 창작스튜디오 입주 경험 등을 국내작가와 공유하는 시간도 갖을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CLOSER & CLOSING" 라는 전시 제목처럼, 국외 작가들과 더욱 친밀하게 예술 교류를 도모하고 입주기간 종료 시점에서 창작 성과물들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되었다. 아울러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국외 작가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국가 간 예술 네트워크를 넓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홈페이지 www.artstudio.or.kr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지그나샤 오자 (1978년 생 /인도 / 회화)
인도 출신의 작가 지그나샤 오자는 인도의 미니어쳐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수채화 작품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작가에게 회화는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과거의 사건과 경험을 현재에 위치시키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과거와 현재, 나와 타자, 현실과 꿈, 육체와 정신, 다른 문화 등 상반되는 이미지가 조합되면서 하나의 드라마가 연출되고, 그 안에서 작가는 자신이 현존하는 시공간을 탐구한다.
오자는 사적인 이미지를 그림의 배경으로 주로 차용하지만, 때로는 현대적인 실내 풍경을 전통적인 미니어쳐 회화의 양식으로 변모시켜 이색적인 특징을 부여한다.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미지 속에 소인들을 배치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전통적인 인도 문양이 마치 작품의 액자처럼 둘러싸는 구성을 통해, 작품을 보는 이들이 관객과 제 3자의 역할로 사건과 이미지에 대한 기억을 구성하게끔 한다.
회화의 내용뿐 아니라 이와 같이 시각적인 효과에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미지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표현한다. 오자의 작업은 서로 다른 문화 혹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상호 작용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으며, 기억과 현재의 경험이 공존하여 꿈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타임머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몬텝 재이드 (1982년 생 / 태국/ 설치)
아몬텝 재이드는 섹슈얼리티(sexuality)와 성(gender)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인 구조를 탐구하는 태국 작가이다. 사회에서는 이미 ‘평범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각각 규정되어 있다. 작가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합될 때에는, 상승효과를 내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부적합’한 특징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성애에 관한 편견과 오해를 폭로하고자 한다. 캐나다에서 오랜 기간 작업을 하며 서양 문화를 접했던 재이드는 한국의 고양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다시 아시아로 시선을 돌리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는 한국의 성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탐구하기 위해 서울에 사는 여러 동성애자들을 만났다. 작가는 한국에서 동성애는 서구 문화에 대한 수용과 관련이 있으며, 한국의 동성애자들은 성 정체성과 지역적 정체성의 이중적인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동성/이성과 서양/동양에 관한 구조가 교차하면서 아시아의 동성애자들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지에 대해 고민하였다. 세계가 점점 글로벌화됨에 따라,‘정상적인’ 인식에서 소외된 동성애자들의 진정한 개개인의 정체성은 가려지고 숨겨진다.
재이드는 이번 전시에서 설치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압력 때문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동성애자들의 정체성을 ‘옷장’이라는 은유를 통해 표현한다. 관객들은 성 정체성에 대해 속삭이는 사운드와 어두운 실내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을 통해, 사회적인 역할과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억눌려왔던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재고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재이드는 설치, 조각, 평면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며, 관객 스스로 자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맥딜런 웡 (1981년 생 / 홍콩/ 영상, 사진, 설치)
홍콩 출신의 작가 맥딜런 웡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가득 채우는 이미지와 제조품들에 관한 현대 물질문화에 관심을 가진다. 일상생활에 축적된 이미지와 오브제들은 거의 모든 물품들을 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현 세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강박적인 행동이 되기도 한다. 웡에게 서울은 아시아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소비가 중독처럼 이루어지는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포격에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웡의 작품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소비가 일어나는 시장, 가게를 답사하거나, 그러한 대량 소비재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한국에서의 웡의 작업 역시 현대의 사회적 행동과 문화적인 관습을 드러내는 일상적인 물품들을 사용한다. 그 중 (2011)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과류의 포장물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작가는 여러 포장물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몇몇 포장재들이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삶을 부여한다는 거짓된 믿음을 심기 위해 자연 풍경의 이미지를 삽입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작가는 이러한 포장재들을 드로잉 작품으로 그리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강요되고 의도된 의미 체계를 드러내며 이를 현대 사회의 한 부분으로 이해한다. 웡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에서 이미지와 의미를 분리시키는 작업을 통해 더욱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의도한다.
미쿠니 야나이하라 (1970년 생 / 일본 / 영상, 사진, 퍼포먼스)
미쿠니 야나이하라는 춤, 영상, 조각, 소설, 퍼포먼스와 같이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신체, 특히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해 온 일본 작가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신체를 통해 사회와 외부 세계를 인식한다. 사람들은 보통 공적인 장소와 사적인 공간에서 다르게 행동한다. 무엇이 이들의 행동을 다르게 만드는가? 그리고 다른 유년 시절의 환경, 문화, 국가가 사람들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작가는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 장소에 의해서 야기되는 개인의 현존을 고찰하고, 그러한 주제를 인간 행동 속에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야나이하라는 공공의 장소에서 개인은 크나큰 실수를 저질러 왔고, 개인주의가 팽창하면서 전쟁과 테러를 일으켰다고 말한다. 작가는 한국의 입주 경험을 통해, 국가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선 인간의 불확실성을 탐구하며 인간 행동에서 드러나는 동일한 관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야나이하라는 이번 입주 기간 동안 역사와 공간을 넘어 한 사람으로서 개개인이 자신의 삶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주제를 (2011)에 담아냈다.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은 유일하지만, 그 생명에는 누구나 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생명도 반드시 탄생한다는 작가의 깨달음이 영상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아담 톰슨 (1980년 생/ 영국/ 설치)
영국 출신의 작가 아담 톰슨은 일상생활에서 찾아낸 이미지와 사물을 재료로 활용하여 공간과 형상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도시의 거리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들을 면밀히 조사한 후, 이들을 수집하고 본래의 의미를 비워내며 전시장에 설치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직접 무엇을 만드는 과정 없이 그리고 발견한 오브제에 미리 결정된 논리나 개념을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작품의 재료가 될 대상들을 수집할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두고 톰슨은 자신의 역할을 고고학자에 비유한다. 소유가 아닌 수집, 재구성하는 자신의 작업은 더 넓은 의미에서 가치, 창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창동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톰슨에게 서울은 오브제들을 수집할 수 있는 무한한 작업 공간이었다. 재료를 수집하는 2개월여의 기간 동안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에서 에너지를 느꼈고, 새로운 작업 재료들을 통해 예술적인 실험과 새로운 가능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톰슨의 작품이 된 오브제들은 변형 없이 그대로의 상태로 전시장 공간에 놓여진다. 그 오브제에는 산업시대의 과잉에 관한 현존의 의미 외에는 아무것도 더해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완전성을 지닌다. 버려진 오브제들이 작품으로 전시되면서 지니게 된 불완전한 미적 가치는 각각의 작품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톰슨의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물질과 공간, 시간과 존재, 소비와 창조에 대해 고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