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첨단과학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 개발의 시대를 살면서 만나고 경험하는 황량하고 덧없는, 공허한 심리풍경을 이야기하고자 기획되었다
- 전시제목21세기 풍경: Emptiness
- 전시기간2011.8.26(금)-10.16(일)
- 초대일시2011.8.25(목) 5:00pm
- 참여작가김기철/김덕영/김주리/김태준/김해진/나현/박성훈/이정후/이주형/황지희 등 총 10명 (20여점)
- 후원/협찬/주최/기획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
-관람시간10:00am-6:00pm (매주 목요일 연장 개관 8: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Closed on Mondays)/추석 연휴 휴관일 9월 10일(토)-13일(화)
-매표마감종료시간 30분 전
-관람료어른 및 대학생(20~64세) 3,000원
학생(초, 중, 고교생) 2,000원
20인 이상 단체 1,000원 할인
* 65세이상 어르신, 7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입장입니다.
*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단체관람료가 적용됩니다.
* 2관 전시 관람료 별도.
-도슨트 설명 매일 2회 (2시, 4시) *단체는 사전에 전화문의(T.02.737.7650)
-전시 연계 어린이 체험프로그램21세기 풍경_우리가 바라보는 풍경
교육프로그램 일정 : 8월 27(토)-10.16(일) 매주 토요일, 일요일
교육프로그램 시간 : 10:00-12:00(오전) / 14:00-16:00(오후)
- 전시서문<21세기 풍경: Emptiness>展은 국내외 작가들이 경험한 자기정체성과 가치관 혼란의 문제를 다룬
展에 이은 성곡미술관의 두 번째 여름기획전으로 첨단과학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 개발의 시대를 살면서 만나고 경험하는 황량하고 덧없는, 공허한 심리풍경을 이야기하고자 기획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사회가 무차별적으로 개방화되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풍부한 선택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지만, 사회를 살아나가며 경험하는 이런저런 불균형은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계층간 빈부격차, 소득격차, 교육격차, 지역격차, 정보격차, 노사문제, 세대문제, 여성문제, 노인문제, 전통인식문제, 주택문제, 환경오염문제, 교통문제, 개발문제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이런저런 문제들은 이질감과 그 간극을 따라 잡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양극화되고 있다. 자유경쟁을 표방한 지나친 무한경쟁의 시대 속에 증대하는 인간소외현상과 비인간화 현상도 사회통합에 있어 일종의 장애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자기 정체성과 가치관에 대한 혼란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하며 비판적 사고의 위축이나 상실을 초래하고 있다. 무분별한 일방적 개발논리는 자연과 인간이 물질문명 앞에서 본연의 개성을 상실하는 슬픈 현실을 노정하게 되었고 도시를 벗어나려는 ‘이도(移都)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려는 상호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번 전시는 21세기 현대사회의 물리적 풍경을 소개하기 보다는, 이와 같은 사회 변동과 갈등 요인에 대한 지성적, 비판적 관심이 배어 있는 심리적 풍경을 통해 그것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시각적으로 지적하고 모색하고자 한다.
■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작품설명>
▮김해진 KIM Hae-jin
항상 무언가에 조급하고 불안한 현대인의 모습을 무너진 건물과 버려진 풍경을 통해 허무한 삶과 그 속에 나를 발견한다. 2009년이 끝나가던 해 부산 대신동에 있던 어느 마을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와 나지막한 집들, 과일 파는 아저씨와 처마 밑 그늘에 앉아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빨랫줄에 걸린 옷들이 바람에 여기저기 움직이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네를 또 다시 지나가게 되었다.하지만 그전의 모습과 달리 집들은 무너져 있었고 콘크리트 사이사이마다 철근이 나와 있었으며 생활용품들이 쓰레기 마냥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콘크리트 무더기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그 마을에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려 보았다. 예전에 정겨운 마을의 추억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마을과 함께 해온 나무와 전봇대들은 맥없이 쓰러져 있으며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아무생명조차 살지 않을 것 같은 황폐한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물론 개발하면서 나지막한 집들이 아파트가 되고 그 마을이 새롭게 마련되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겠지만 왠지 모를 삭막함이 느껴졌다.
▮(좌)김덕영 GIM Deok Yeong
김덕영은 겉과 속, 알맹이와 껍데기 같은 양면(兩面) 혹은 이면(異面)에 대한 내용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pang’ 이라는 타이틀로 겉과 속에 대한 이야기를 내부로부터 반응되어 외부에 드러나는 결과적 이미지인 크랙과 변형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풀어나가고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의 고통, 반응 자체는 언젠가 어떤 현상으로든 보여지게 되며 틀은 무언가에 의해 망가지고 변형되며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다고 사유한다. 그는 보여지는 현상. 즉 결과는 과정을 꼭 담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무언가 벌어지기 전에 관심을 가진다기 보다는 어떤 결과든 보여져야 우리는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왜 그것이 이렇게 벌어지게 되었는지 역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반응에 대한 결과적 이미지인 크랙과 변형을 이용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설치된 결과물로서 지금의 상황과 현상에 대한 원인이나 과정을 사람들이 마음껏 상상하도록 한다.
▮(우)김주리 KIM Juree
김주리는 개인의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사물이나 풍경에 투영되어있는 이 사회의 모습들을 관찰하고 작업으로 옮기고 있다. 휘경揮景 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택 시리즈는 70~80년대에 대량으로 지어진 주택으로 그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도시의 곳곳에서 구형 보급주택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옥들에 관한 작업이다. 일정한 비율로 축소 제작된 집은 실제의 주택을 원형으로 하고 있으며 질서 정연한 듯 무질서하고 무질서 한 듯 규칙적인 시대의 정서를 담고자 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마른 점토와 물이 만나면 형상이 파괴되는 물질적 성질을 이용하여 작품의 본래 형태가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흙이 어떤 형태를 가지기 까지는 많은 노동력을 요하지만 그것은 완성됨과 동시에 다시 해체되기 위한 시작점이다. 흙과 물이 만나게 되면서부터 작가는 그 과정에 전혀 개입할 수 없고 오롯이 그 둘의 상호작용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물은 파괴자인 동시에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어 소멸의 과정을 완성시키는 이중적인 존재이다. 흙과 물은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두 가지 물질이지만 서로 만나게 되면 한 몸이 된다. 물은 흙탕물이 되고 흙은 스스로 단단한 자신에서 물컹하고 유연한 몸이 되어 본래의 형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둘은 한 몸이 되어 스스로를 무너트리며 자기부정을 완성한다.
▮(좌)박성훈 PARK Sung-Hoon
“등을 지고 앉아 있는 나는 또 다른 나를 꺼내어서 나와 대화를 한다. 내 안의 꺼내어진 나는 끊임없이 핍박하고 나를 꾸짖는다. 꺼내어진 나는 10년전의 나의 모습이었다가, 어릴 때의 나의 모습 그리고 몇 년 전의 나로 점점 더 바뀌어가고… 마주한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추억케 하면서, 나를 꾸짖는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너는 무엇이었는가를 깨닫게 한다.
나와 마주하고 있는 그 또한 나이다. 그는 아주 냉철하고 명료하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이다. 실제와 진실을 제시한다. 나는 그 실제와 진실들을 기억한다. 나는 개인의 개별성을 떠올리면서 나의 주관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를 마주한 나는 지금 기쁘다, 슬프다, 그리고 외롭다. 그는 나의 지난 감성들이 솔직한 표정들과 말들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나의 일련의 자화상 작업들이 독백이었다면, 이제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려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한, 가치와 의미의 창조자가 바로 나임을 확인하려 한다. 이제 나는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실존의 단계에 와 있음을 느낀다. 이런 자아인식이 내가 가진 자유와 책임 그리고 고뇌를 투명하게 해주길 바라면서….” <작가노트 중>
▮(우상)김기철 KIM Ki Cheol
김기철의 작업은 삶은 예술에 의하여 이뤄지고, 그러한 그의 삶은 바로 역사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모든 관심은 예술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문제에 있고, 문제의 핵심은 자신의 삶을 다시금 살고 있는 이 역사의 길과 하나로 결합시키는 데 있다.
근래에 그는 고궁 건축물에 관심이 많다. 그가 건축물을 화폭에 담아내려는 동기는 그 고궁 건축물의 심미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그 건축물이 지어지는 과정에 참여했던 장인들과 일꾼들의 정신과 영혼, 그걸 위해 흘린 땀과 노력들에 관한 관심이며 그것이 역사이며 바로 예술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개개인의 삶과 영혼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지닌 정신과 정성, 피와 땀을 중시하는 것을 자신의 붓의 원칙으로 삼고자 한다. 화폭에 그 건축물을 더듬어 재현하듯 그려내면서 그 건축물이 세워지는 데 따른 정신과 정성, 의지와 노력을 묵묵히 전해 받아내고자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정신과 정성을 쏟은 몸으로 이뤄지는 그림이 자신의 그림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그의 작업을 위해 가감 없이 몸 전체를 던지고 싶은 것이다.
▮(우하)김태준 KIM Tae-Jun
2008년 5월 12일 중국 사천성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가 있었다. 작가는 그 다음해에 사천성 네이장 사범대학교에서 1학기에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대지진 1주년 행사가 학교 내에서 있었다. 강의를 마친 후 8월 3일 지진 현장을 답사해서 사진촬영을 하러가던 중 다리가 무너져 내려 원래 처음 지진이 발생한 장 소에는 가지 못하고 그 부근의 도시를 촬영하였다. 하지만 이 도시 역시도 일 년이 지났는데도 복구가 진행 중이었다. 다시 그 해 11월 28일부터 3박 4일의 여정으로 사천성 대지진의 첫 발생지인 원촨시를 중심으로 재촬영을 하였다. 이 대지진의 참혹한 모습을 보면서 그 당시 일어났던 상황을 바탕으로 현장의 사진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였다.
▮(좌)이정후 LEE Jeonghoo
여행지를 방문했을 때 기묘하게 느껴지던 그 공간에 대한 나의 느낌과 기억들은 그 장소의 존재를 되묻게 되고, 나로 하여금 그 공간들을 재구성 하도록 이끈다. 기억 또는 경험과 상상의 연결고리들은 쉽게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공간 그 자체는 기억이 시각적 매체로 전환되는 과정 속에서 무엇들로든 덧발라지는 대상들처럼 개인적인 경험을 나타내는 오브제나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덧붙여진다. 그리고 그것들은 지금 이 공간/순간에서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사다리를 통해 기억의 과정처럼 다시금 연결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기억/경험은 존재를 획득하고 비로소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기억의 공간과 현재의 공간, 그리고 지금이라는 시간을 복합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장소에서 스쳐 갈 법 했던 기억 속 풍경의 모습은 관객과 함께 나의 기억 속 모습으로 변모하여 다시 작은 동네를 만들고 그곳을 유영한다
▮(우)황지희 HWANG Jihee
신문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걸친 광범위한 우리네 세상 속 이야기들이 그득하다. 신문을 구독한다는 것은 곧 그런 이야기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의 표현일 것이다. 신문을 구토하는 것은 그런 것에의 무관심에 대한 반성이다. 당신은 신문을 구독하십니까? 구토하셨습니까?
▮(좌)이주형 RHEE Joo-Hyung
나의 신체는 성장을 멈추었다. 다만 머리카락만이 계속 자라날 뿐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정신도 성장을 멈추었다. 다만 두려움만이 자라날 뿐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머리카락이 나의 신체를 뒤덮듯, 나의 정신을 뒤덮는다. 두려움은 피폐해진 나의 삶의 조건들과 그에 따른 자신감의 상실에서 기인한다. 나는 사랑과 행복, 돈과 여유, 성취와 우정 따위의 인간들이 중요시하는 덕목을 추구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느끼며, 그것은 나만의 은밀한 덕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생성된 두려움은 나의 머리에서 벌레가 자라나게 만들기도 하고,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구멍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정체 모를 무엇인가와 공생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작업이 이러한 나의 현재를 설명해 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결합하는 일 없이, 즉 생식 없이 단독으로 발아하는 무성적인 생식세포인 포자처럼, 나 스스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원한다. (*포자(Spore): 무성적인 생식세포로 보통 홀씨라고도 한다. 다른 것과 결합하는 일 없이 단독으로 발아하여 새로운 개체가 된다)
▮(우)나현 NA Hyun
최근 한국 사회 내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이주민의 증가와 이에 따른 다양한 문화의 유입 그리고 다원화되어가는 문화적, 사회적 변화에 따른 갈등과 충돌의 현상들에 주목하고 2008년부터 보고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단일민족임을 자부하고 어느 면에서는 농도 짙은 민족적 배타성을 내재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시선을 고정시키기에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역사 이래로 한반도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이 거주하며 복합적인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풍경을 하나의 확장된 사건으로 바라보고 그 상대항으로서 환원적 사건을 구성하였다. 한민족의 시원이자 제로 포인트(Zero Point)로 알려진 시베리아의 바이칼호를 답사하고 그곳에서 한국을 바라보고 인식한다. 바이칼 호수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자 역사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원시시대 맘모스 스텝(Mammoth Step)과 염전, 철새, 고려 이주민을 프로젝트에 불러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