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한국의 선사시대, 찬란했던 문명을 인문학적 접근(신화학, 선사기호학, 미학)으로 색다르게 조명해보고자 하는 전시
한국 거석문명의 수수께끼전 Mystery of Korean megalithic civilization초대일시2011. 12. 22 목요일 4pm
연구․기획신범순 교수(서울대 국문학과)
오늘날의 신화전 참여작가남궁환, 박진홍, 솔뫼(정현식), 유경식, 이상봉, 이정록, 이한구
전시 관련 학술강연2011. 12. 23 금요일 2pm
장소포항시립미술관 세미나실
강연신범순 교수
■ 2011년 12월 포항시립미술관에서 개최 예정인 [한국 거석문명의 수수께끼]전은 한국의 선사시대, 찬란했던 문명을 인문학적 접근(신화학, 선사기호학, 미학)으로 색다르게 조명해보고자 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10여 년 동안 한국의 암각화와 거석유적을 중심으로 선사시대의 문명 세계를 독특한 학문적 관점에서 해석해온 서울대 국문학과 신범순 교수의 기존 학계의 통념을 넘어서는 다학제적이고, 실험적인 관심과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시는 신범순 교수의 선사시대 문명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다양한 형태로 가시화시킴으로써,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선사 문명이 가진 경이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 이번 전시에서 신범순 교수는 경상대 일대의 암각화, 거석 유적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다. 울주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서석(태화문명), 경산의 명마산 거석유적(명마문명), 포항의 곤륭산 암각화와 오봉산 일대의 거석유적(칠포문명)이 그것이다. 이들 거석유적이 가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구조를 주목하는 신범순 교수는 이들 거석 유적이 가진 테크놀로지와 문명의 상태를 독특한 관점으로 해석한다.
암각화와 거석유적에 나타난 이들 문명의 흔적들은 일반적인 학계의 통념과 달리 단순히 생활상의 반영으로 해석될 수 없고, 오히려 거대한 자연의 생명력과 조응했던 정신적 영적 문명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현실계와 겹쳐진 존재계의 영역을 지금의 기술수준을 능가하는, 하이테크 문명의 소산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한 고정 관념을 넘어서는 것일 뿐 아니라, 한국의 선사시대 문명이 가진 잠재적이고 풍부한 신화적인 양상을 새롭게 주목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선사시대의 문명은 비리얼리즘적인 방식으로 자연과 우주와의 합일을 추구했던 예술이자, 신화이지, 하이-테크놀로지로서 재해석된다.
■ 이번 전시가 미술관에서 기획되고 진행되는 이유도 이런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선사시대 문명을 일반 고고학과 기존 미술사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선사시대 문명이 가진 신화적이고 예술적인 놀라운 문명의 속내를 예술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방식으로 가시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 선사인들은 이미 그림글자를 포함하여 문자와 기호를 통해 자연과의 비밀스러운 소통을 했었던 것이고, 이러한 우주와의 합일의 다양한 양상들은 그 자체로 경이적인 테크놀로지이자 예술이며, 신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 미술의 시점에도 이들 작업은 여러 흥미있는 요소들을 제공한다.
중첩된 형상을 통해 존재계의 근원을 가시화 시키는 방식이라든가, 정교한 기술들,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요소가 신비스럽게 결합된 신비스러운 형상들이 그러한 요소들이다. 뿐만 아니라 신범순 교수는 이러한 찬란한 선사시대의 문명이 오늘날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면면히 이어지고 있으며, 세계사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풍부한 문화적 우수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다양한 문헌, 답사, 자료들을 통해 신화학, 문자학, 미학을 넘나드는 접근을 통해, 말 그대로 다학제적이고, 인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는 이처럼 인문학과 미술과의 융합된 시각을 통해 색다른 전시문화의 창출은 물론, 한국의 선사시대 미술문화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현재의 새로운 역사적 시각에서 조명하는 각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오늘날의 신화 展 -■ [오늘날의 신화]전은 [한국 거석문명의 수수께끼]전과 연동되지만, 그 자체로 독립적인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신화적인 것들, 다시 말해 현재의 원형적인 근원으로 작용하는 신화학(mythology)의 설정을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들이 펼쳐진다. 과거 찬란했던 거석문명의 아름다움을 현재화 된 시점으로 다시 잇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시의 주요 방향도 거석문명과의 직접적인 내용적 연결이라기보다는, 옛 선사인들이 우주와 자연과의 신화적 합일을 지향하며 이를 가시화 시켰던 기법이나 접근 방식이 오늘날 미술에 어떻게 다양한 형태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
자연과 우주와 인간이 지금처럼 분화되지 않았던 시대에 이를 신화적이고 원초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려 했던 바로 그 측면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주와 존재의 근원, 비밀에 닿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고,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에게도 다양한 형태로 외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인 연결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떠나 본원적인 존재의 근원에 닿으려는 노력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지속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그것이 예술의 영역인 한 이러한 세상의 근원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태도는 생산적인 반복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찬란한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도 자연과 생명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과거의 노력들이 현재에도 다양한 형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신화적인 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역사라기보다는 원형적 사유와 감각으로 현재에도 면면히 이어져, 현재의 문화에 있어 잠재적이고 근원적으로 작용하는 것들이다. 이번 전시는 신화학, 문자학, 기호학, 미학이 미분화된 방식으로 작동하여 그 자체로 자연과의 직접적인 합일과 소통을 했던 바로 그 측면,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재현의 방식이 아니라 그 너머의 근원적인 형상을 통해 자연과의 소통을 하려 했던 그런 접근의 양상들을 주목한다. 이는 문자와 이미지가 분화되기 이전의 통합적인 기호적 소통, 더 직접적으로 자연과 세계와의 소통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착안된 배경도 선사시대 문명의 가진 놀라움 그 자체를 주목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 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전체 전시의 기반이 된 신범순 교수의 암각화와 거석문명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식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여느 사람들의 평범한 시각을 넘어 비가시적인 형상 속에서 가시적인 것들을 보려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인문학자가 자신의 영역을 넓혀 세상의 또 다른 근원에 대한 시선을 던지듯, 지금 현재의 작가들이 마찬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사유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 이번 전시가 가진 또 다른 의미들 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어떤 면에서 지금의 주어진 시대를 초극하려는 몸짓이고, 이 속에서 시대의 순차적인 흐름을 넘나들기도 한다.
현재 속에서 현재를 넘어서려는 노력은 어떤 면에서 과거 선사시대 인들이 그 시대를 넘어서려는 몸짓과 조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극과 극이 통할 수 있듯이, 거석문명의 놀라운 문명의 양상들이 현대 작가들의 작업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근현대의 실증적인 시각, 재현의 패러다임 등을 넘어서려는 노력이고, 가시적인 것 너머의 비가시적인 원형적인 형상에 닿으려는 예술 본연의 태도일 것이다.
■ 이번 전시는 이러한 방식으로 현대의 미술 속에서 확인 될 수 있는 신화적인 것들을 형상화하려는 노력들, 다양한 기법과 형식으로 비가시적인 존재의 근원을 담아내려는 시도들, 생명과 자연의 울림을 경청하려는 접근들을 다채롭게 펼쳐냄으로써, 현재에도 면면히 흐르고 있는 신화적인 상상력의 세상을 관람객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암각화와 거석문명의 신비가 우리에게 새롭게 말을 걸듯이, 이번 전시 역시 현대미술이 전하는 비밀스럽고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흥미롭게 안내할 것이다.
(포항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