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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윤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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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안국약품 신진작가 공모 변윤희 개인전
머릿속으로 작품을 구상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시각화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생긴다. 그것은 작업의도가 불분명해서가 아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내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이러한 것들이 화면 곳곳에서 다른 이미지들과 조합되어 보여 질 때에 그것은 이미 이전의 생각과 다른 의미로 작용하게 된다.
이번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나조차도 느끼지 못했던 나의 진심을 느끼는 순간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가슴 벅찬 무언가가 차 올랐으며 진부한 표현을 빌자면 작가에게 있어 작업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었다.




이번 나의 작업에 대한 소재는 ‘경조사’에 관한 것들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대해 강조했던 과거 작업에서 좀 더 사회적 측면에서 폭 넓은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했던 나의 바람과 이 ‘경조사’ 라는 주제는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렇듯 조금은 막연하게 시작했던 작업은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보통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조사’는 화려하고 즐거움 속에서 행해지는 잔치나 혹은 무겁고 침울한 상태의 장례를 떠올릴 것이다.




나 또한 단순하고 일반적인 생각으로 돌잔치, 결혼식, 고희연과 같은 흥겨운 잔치는 밝고 재미있게 표현을 하고 장례식은 어둡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작품을 대면했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하게 되었다. 기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모든 작품들이 화려함 속에서 오묘하게 슬픔을 잠재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알 수없는 먹먹함과 우울함에 젖어 있었던 때가 많았다.



올해 나는 29살이 되었고 작년부터 빈번하게 생기는 주위 사람들의 결혼 소식과 부고 알림에 직접‘ 경조사’에 하객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허상 속에 비춰진 삶을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내 그림 속 군상은 어릴 적에는 그 어떤 꽃보다 환하고 아름답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시간이 흐르고 통과의례와도 같은 의식들을 거듭할수록 사람 자체의 빛은 잃고 배경이 그들을 지배하는 듯 보인다. 졸업식은 그것으로써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난에 우울한 졸업식이 될 수도 있고 결혼식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게 되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음에 대한 공표이며 죽음에 더욱 가까워진 고희연 잔치는 ‘최후의 만찬’인 듯 성대한 잔치로 부모를 위로한다. 고인을 기리는 자리에서는 오히려 당사자들은 담담해진다. 상조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치르는 상주와 한 쪽에서 화투 판을 벌이는 조문객을 보고 있자면 고인에 대한 상실감보다는 그 모습들 때문에 서글퍼진다. 이렇듯 너무도 주관적인 견해지만 나에게 있어 ‘경조사’의 의미는 점점 Blue Day로 인식되고 있다.



나는 현재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작업이 나의 솔직한 심정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내 작업이 표현한 어떠한 잔치풍경에도 난 환상을 심어주지 않았다.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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