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사진작가 박부곤의 개인전 <진화의 땅>이 2012년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갤러리 이즈에서 열린다. 박부곤은 3년여의 시간동안 우리나라의 경기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인천, 안산, 화성, 영종도, 김포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사각 프레임속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품 '대지-The land','밤 빛-Urban light','트래킹-Tracking' 연작을 비롯한 사진 작품 40여점이 만들어 내는 웅장한 스케일의 컬러 풍경이 주된 전시구성이다. 작가의 시선에 비춰진 땅의 모습은 일방적인 개발과 착취, 소비와 파괴, 잦은 용도 변경으로 지도상의 표기조차도 지워져버린 불완전한 초상이다. 인간의 역사는 이미 주어진 땅위에 문명을 세우고 지우는 반복 과정이었다. 그리고 예술가들에게 자연은 텅빈 캔버스 또는 무한히 소유 가능한 자원으로써 논쟁 대상이다. <진화의 땅>에서 작가가 펼쳐보이는 땅의 모습 또한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한다. 광대한 땅의 표면을 목도하고 있는 '대지-The land', 적막한 도시 주변부의 밤 풍경을 담고 있는 '밤 빛-Urban light', 작가의 물리적 흔적을 추적하고 있는 '트래킹-Tracking'연작들은 인간의 이상과 요구에 의해 변모해 온 자연환경에 대한 지각과 은유, 그리고 미래를 향한 진행형의 풍경을 보여준다. 박부곤의 <진화의 땅>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한 아카이브적 가치와 더불어서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근원적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물이다. 특히 인공빛이 연출하는 강렬한 컬러와 자연간의 이질적 조합이 빚어내는 혼성의 풍경은 심미적인 동시에 장엄한 서사극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전시 서문 : <박부곤의 땅, 진행형의 풍경> 섬이 있었다. 섬은 바다 한가운데 솟아 막힘없이 세상과 통하고,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여들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육지를 동경하지만 그들은 바다의 삶을 더욱 사랑했다. 거칠고 힘든 대자연과의 사투는 이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자 거역할 수 없는 숙명이다. 대양을 항해하던 선박들과 바람을 따라 떠도는 새들에게도 이 섬은 집이자 곧 안식처였다. 언제부터 시작된 변화의 열풍인지 모른다. 사방이 엄청난 양의 흙으로 메워지더니 거짓말처럼 바다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순식간에 막혀버린 뱃길처럼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이 섬에 묶이고, 또 떠나갔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폭풍우에도 새들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않는다. 바다를 향해 끝없이 뻗은 방조제 위를 질주하는 트럭들의 행렬과 비례해서, 섬은 바다를 떠나 육지에 가 닿는다. 섬 중앙에 상징물처럼 서있던 산은 알아보기 힘들 만큼 흉하게 무너져 내렸다. 흙과 바위와 나무들도 깍이고, 베이고, 해체되어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섬 집들도 더 이상 밤에 빛을 내지 않는다. 등대도 마침내 외로운 숨을 잃었다. 고요한 밤의 정막마저도 쉼 없이 가동되는 기계의 격한 숨소리에 침식당했다. 이곳은, 새롭게 건설된 도로를 따라 오가는 차량들로 넘쳐난다. 지도상에서 영원히 지워져버린 섬은 가상의 육지위에 떠 있다. 국토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가자는 명분 아래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덕택에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서 흙먼지 뒤집어쓰고 불편함을 감수 할 일은 크게 줄었다. 도로는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생겨났고 농지와 대지들도 하나 같이 반듯한 모양으로 구획 정리되었다.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집들도 시멘트 벽돌로 외관을 꾸민 디자인으로 바뀌었으며, 이곳에서 사람들은 일생을 살다가 죽어갔다. 근대화의 진행이 빨랐던 만큼 많은 것들이 지워졌다. 본래의, 당연한, 언제나 그곳에 있어야 했던 가치들이 우리의 기억과 현실에서 망각되어갔다. 가속도가 붙은 발전과 선진화의 열풍은 무서우리만치 거세게 세상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선택과 실행에 대한 일말의 재고와 반성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고향마을은 물에 잠겨버렸고, 거대한 인공 호수만이 과거의 향수를 대신한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대규모의 공공시설 부지를 찾아내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산을 허물고, 하천과 강을 지우고, 바다와 갯벌을 매립함으로써 인공의 대지가 생겨났다. 언제부터, 얼마만큼의 산, 들, 나무, 하천과 그곳에서 살아가던 존재들이 사라졌는지 명확한 통계 자료조차 구하기가 어렵다. 한적한 변두리로 향할 때마다 일상처럼 들려오는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음은 여전히 짜증스럽다. 《진화의 땅-The Land of Evolution》에서 박부곤이 직면한 현실은 역사의 이행과 파행이 거칠게 충돌하는 진화의 공간이다. 오랜 시간동안 기계의 차가움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은 자연환경을 생존경쟁의 무대로 변모시켰다. 주지하다시피 땅이란 문명건설의 물질적 하부토대이자 삶을 이루는 근원적 요소이다. 따라서 이 사진작업에서 작가가 설정한 땅의 모습은 자연과 도시의 수축과 팽창이 진행되는 가변적 영역인 동시에, 스스로의 통제 기능조차 상실한 현대사회의 폭주가 양산한 병든 징후들로 가득한 공간이다.
<대지-The Land> 연작은 땅과 그 주변의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객관적인 결과물이다. 이 사진에서 작가가 바라본 땅은 가공할 산업기계의 위력이 남긴 상처투성이의 모습이다. 그러하기에 그가 밤낮으로 개발현장을 떠돌며 기록한 사진들은, 외양적으로는 평온함으로 가장하고 있으나 공격성을 감춘 야생의 이미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작가는 개발과 파괴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함에 있어 감정의 억제를 통한 중립적 바라보기 즉, 절제와 초월의 형식성을 선택하고 있다. 동공의 미세한 떨림 조차 억누른 듯한 이 사진들은 역설적으로 세상에 내재된 어떤 폭력성을 누설한다. 무표정한 시선으로 땅의 변화를 조망하고 있는 사진속의 공간은 심지어 비현실적으로 고요하다. 공사장을 분주하게 움직였을 각종 기기와 사람들의 모습, 한 줄기 바람조차도 이 공간 안에서 멈춰 서 있거나 부재한다. 밝은 대낮에 촬영된 이미지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이 사진에 재현된 현실의 모습은 오히려 낯설고 공허하게 다가올 뿐이다. 이러한 텅 빈 공간 창출이야말로 대지 위에 팽배한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가시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지,The Land>연작은 외양상 자연 빛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컬러사진이다. <대지2,The Land-2>은 산의 내부에 고여 있는 물과 토사가 뒤섞여서 이질적인 컬러의 조합을 보여주고 있으며, 땅의 절단면을 촬영한 <대지-7,The Land-7>은 붉은 빛이 세상을 강한 인상으로 물들이고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개발현장의 이미지가 담긴 <대지-1,The Land-1>에서도 낭만적인 컬러는 사진 전체에 장식성을 부여한다. 이 사진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아름다운 컬러는 사실 자연이 토해낸 병든 색이기에, 참혹한 아름다움이라 하겠다. 어쩌면 피 빛처럼 강렬한 컬러들로 인해 우리는 상처 난 땅의 표면뿐만 아니라 그 내부와 뼈까지 상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함으로 이 사진들은 기계와 자연이 연출하고 있는 현대의 비장미이자 묵시록적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대지, The Land>연작에서 심미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컬러들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본질을 가리고, 위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땅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다양한 지역에서 촬영된 이미지들이 하나의 평면위에 병렬 배치된 <대지, The Land H1-H18>작업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이 프로세스에서 작가는 조각난 땅의 이미지들을 서로 인접한 이미지간의 마주침을 통해 다시 하나의 통일체로 전환시키려한다. 수십 개의 파편화된 이미지들을 공통 선분위에 정렬시키는 순간, 카메라의 투시장치와 같은 초대형의 격자창이 구성된다. 새롭게 탄생한 프레임은 이미지들 간의 반복을 통해 개별적 차이를 상쇄시킨다. 서로 다른 시선의 무질서함도 결국 하나의 시각장안에서 통합되어버린다. 그리고 작가가 구현한 이 초월적 영역에서 자연과 문명의 경계는 서서히 지워지고 멀어진다. 마침내 조각난 땅의 편린들도 생명력을 지닌 하나의 덩어리로 복원되고 있음이다.
어두운 밤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밤빛, Urban Light>연작에서 박부곤의 밤은 잠들기를 거부한다. 좀 더 엄밀히 표현하자면, 이 사진들은 밤이라는 특정 시간대에 촬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둡지가 않다. 오히려 어둠을 수놓은 화려한 인공조명과 각종 존재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 밤은 더욱 분주하고 활동적이다. 어둠에 지배당한 밤이야말로 대지위에서 실체를 보이지 않는 기계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함으로 밤이라는 특정 시공간을 담아내고 있는 이 사진들에는 땅의 표면뿐만이 아니라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하부 구조, 그리고 작동의 메커니즘을 드러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밤빛, Urban Light> 연작들에서 어둠은 대지위에 생겨난 인공물들이 뿜어내는 빛의 강렬함 속에 제거된다. 이 빛의 향연이야말로 잠들지 않는 밤의 진실을 구체화시키는 시각장치이다. 1930년대 뉴욕 맨하탄을 촬영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의 밤처럼, 어둠을 밝히는 인공조명은 현대성의 상징이자 밤을 지배하기 시작한 인간의 시대를 표상한다. 박부곤의 사진에서 어둠과 인공 빛의 혼재가 만들어낸 장면들은 육안으로는 결코 지각할 수 없는 세계의 실체와 자연을 잠식해 들어가는 인공기기들의 증식을 암시하고 있다. <밤빛-1,Urban light-1>에서 푸른빛을 발산하는 아파트가 한적한 변두리의 밤에 홀로 빛나고 있다. 이 거대한 사각의 발광체가 뿜어내는 빛은 기묘하고도 차갑다. 그리고 짙은 코발트색 하늘배경과 대비적으로 화면의 하단부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밤빛-3,Urban light-3>작업에서 밤은 비가시적 존재의 현존을 통해 심리적 충격을 유도한다. 짙은 밤안개 속에 드러난 도시와 인공물의 실루엣이 쓸쓸한 정조를 띄는 <밤빛-4,Urban light-4>과 <밤빛-5,Urban light-5>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처럼 허구와 환상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이 밤 사진들에서 보여지는 신비로운 컬러들은 장시간 노출로 인해 얻어진 우연성의 결과이지만,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오묘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다.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형형색색의 컬러들은 대기 중에 산란하는 인공조명과 빛의 누적이 연출하는 현대적 숭고미이다. 특히 웅장한 스케일의 다리 상단부에서 밤하늘을 향해 비춰진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밤빛-2,Urban light-2>에서 밤의 스펙타클은 완성된다. 어둠에 휩싸인 밤하늘을 향해 비춰진 두 줄기 광선은 우주의 섭리에 다가가려 하는 인간들의 열망, 그 끝없는 욕구의 정점을 표상한다. 또한 <밤빛, Urban Light>연작에서 보여지는 박부곤의 밤은 쓸쓸하고 적막하다. 어둠에서 더욱 강한 존재감을 표출하는 아파트, 공장, 건축물, 산업시설 등은 밤에도 결코 쉽게 잠들 수 없는 현대인의 밤을 은유하고 있다. 불빛의 화려함에 이끌려 온몸을 불태우는 불나방처럼, 존재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사멸에 이르는 밤빛은 어둠속을 외롭게 헤매던 작가의 시선이 매료된 바로 그 빛에 다름 아니다.
한편 작가의 물리적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트래킹, Tracking>작업들은 밤이라는 무형의 캔버스 위를 춤추듯 출렁이는 빛의 궤적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밤빛, Urban light>연작이 장시간 노출을 이용해서 퇴적된 빛의 확산을 통해 대지위에 건설되고 있는 도시의 팽창을 암시하고 있다면, 작가의 물리적 개입이 주된 형식을 구성하는 <트래킹, Tracking>연작은 어둠속에 감춰진 땅의 표면을 재 시각화한다. 이를 위해 작가가 채택한 표현법은 암흑 속을 무질서하게 유영하는 빛의 추적이다. <트래킹, Tracking>연작에서 작가는 자신의 몸 자국을 검정 형질 위에 새겨 놓고 있다. 기존작업에서 추구하던 관조와 절제의 형식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작가는 적극적 행위자가 되고 있다. 이사진에는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는지 근원조차 짐작키 어려운 빛의 파동이 어두운 세계 안을 흐르고, 겹쳐지며, 가로 지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둠에 휩싸인 세상의 표면은 작가의 물리적 이동이 남긴 빛의 궤적을 통해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서 암흑지대는 우리의 인식이 다가갈 수 없는 모호한 영역이자 코드화 되지 않은 의미들이 머무는 잠재적 차원이다. 이와 같이 태양의 밝음으로는 결코 지각할 수 없었던 세상의 본성은 방향과 패턴을 벗어난 채 폭주하는 빛의 궤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박부곤이 남긴 빛 자국은 시간을 육화한다. 기계문명이 가져온 무한 질주의 본능을 밀란 쿤테라는 느림(1995)에서 인간이 육체적 제약을 벗어난 순수한 속도, 그 자체에 몰입하는 엑스터시로 표현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트래킹, Tracking>연작에서 작가의 속도는 빛의 속도에 동화되고 있으나, 그 빛은 느리다. 이 빛은 기계와 자연의 빛도 아닌, 한 인간이 만들어낸 빛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의 신체가 남긴 빛의 궤적은 속도에 대항하는 인간으로서의 유한한 몸을 한정하는 동시에 현실 적응체로서의 신체를 뜻한다. 이 빛의 무질서함은 그 자체로 과잉의 흔적이자, 기계적 배치와 구획으로부터 탈주를 꿈꾸는 한 존재의 심장 박동이 밤의 충위에 새긴 거친 파열음이다. 이처럼 작가는 이 세계를 지각함에 있어 수동적 이해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가 빛이 되고 촉각적 요소가 되었다.
《진화의 땅-The Land of Evolution》은 우리나라에서 진행중인 개발사업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한 아카이브적 가치와 더불어서 근원적인 세계로 회귀하려는 한 인간의 고된 여정이 담겨있다. 박부곤의 사진에서 땅이란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동시에 유토피아라는 약속과 전망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물질적 토대를 포함한다. 4년여의 시간동안 작가의 시선에 비춰진 땅의 모습은 개발과정의 반복 속에 원형조차 잊혀져버린 슬픈 초상이다. 땅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는 <대지, The land>와 낯선 밤 풍경이 인상적인 <밤 빛, Urban light> 그리고 추상적인 빛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는 <트레킹, Tracking> 작업에서 우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어두운 측면, 그 야누스적인 면모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 모더니스트들이 꿈꿔 온 유토피아 건설은 연속성을 가진 완벽한 모델이라기 보다는 단절과 불연속성, 상이한 속도와 리듬을 가진 불완전한 모습이었다. 작가는 땅이라는 다소 추상적 대상을 통해 개발과 진보의 화려함속에 가려진 배제와 불균형의 그림을 폭로하고 있다. 인간들이 추구하는 현대, 발전, 진보의 범주 안으로 세상 모든 가치를 수렴시키지 않아야만 한다. 숲, 바다, 땅, 하늘, 바람의 정령들에게, 그리고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에게도 이 세계는 스스로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아니던가. 박부곤의《진화의 땅-The Land of Evolution》은 현실세계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가상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대지와 밤과 빛이라는 세상의 근원적 요소들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시원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박부곤의 사진에서 매체의 오랜 전통인 기록과 진정성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다시 짊어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의 중대함에서 고전적인 사진의 실천방식이 유용한 방법일 수 밖에 없음을 자명한 일이다. 이 세계의 구조와 실체를 밝히려는 작가의 무모한 도전은 헛된 꿈에 불과할지 모르나, 그의 사진은 이미 땅 위에 새겨진 무수한 존재들의 흔적과 대상에의 완전한 몰입으로 점철되어 있다.
-박형근(사진작가), 20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