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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 레조네’ 주문을 외우자

관리자

‘카탈로그 레조네’ 주문을 외우자
오늘의 미술 자료가 내일은 史料
김달진 미술연구소장 기고

조선일보 2007. 2. 6
입력 : 2007.02.05 23:48 / 수정 : 2007.02.06 10:02

이중섭 위작 파문 이후 미술 자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는 최근 ‘한국미술품감정 중장기진흥방안’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펴내고, 미술품 감정의 기초가 되는 ‘카탈로그 레조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탈로그 레조네’는 작가의 전 작품을 모아놓은 도록이다. 단순히 작품 도판만 모아놓은 화집이 아니라, 작품 이름, 제작 연도, 재료, 크기, 소장·전시 이력, 참고자료, 작가의 개인사 등을 망라한 책이다. 제대로 된 ‘카탈로그 레조네’가 있는 우리나라 작가는 장욱진, 김기창 화백 등 2명뿐이다. 그나마 전 작품을 모아놨을 뿐, 개별 작품에 대한 세밀한 정보는 부족하다.

우리 미술계 덩치가 커지면서 정부의 지원도 늘어났다. 그러나 미술자료를 모으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에만은 정부가 여전히 인색하다. 미술관에서 예산을 짜고 인력을 배정할 때 이 부분은 항상 뒤로 밀린다. 자료 정리는 업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자료의 중요성을 경시하면,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한국미술100년전 2부’ 전시 때 80년대의 민중미술 계열 작가들의 모임인 ‘현실과 발언’에서 만든 팸플릿을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미술기록보존소에서 빌려다 전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인데도, 전시 기획 담당자가 도서 자료 담당자와 의사 소통이 안돼서 무엇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아 생긴 일이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2005년 ‘이중섭 드로잉’전 때 미공개작이라며 황소 밑그림을 걸었다가, “1979년 미도파 화랑에서 열렸던 이중섭 전시회 팸플릿에도 나온 작품”이라는 전문가 지적을 받고 이틀 만에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청하는 실수를 했다.

우리 미술계가 성장하면서 미술 자료도 늘어나고 있다. 그걸 어떻게 분류하고 기록해서 후세에 전할 것인가 고심해야 할 때다. 모든 미술사 연구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오늘의 정확한 자료가 내일이면 역사의 사료가 된다. 그런데도 미술 자료를 제대로 모아놓은 곳이 드물 뿐 아니라, 있는 자료를 쉽게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드문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제 미술계 인사들이 나서서 정부를 설득해 미술의 중심지인 인사동에 미술 자료를 모아놓은 공익 목적 미술정보센터를 설립해야 할 때다. 이런 곳이 있어야 해외에 우리 작가를 잘 알릴 수 있다. 해외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에 대비해 홍보 창구로 이용할 수 있다. 정부 예산을 외형적으로 드러내는 일에만 쓰지 말고, 미술 연구의 기본이 되는 자료 축적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나눠 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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