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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한지석 개인전_거울 대칭

송성석





전시명 : 한지석 개인전 '거울 대칭'
전시기간 : 2019년 3월 30일(토) ~ 6월 2일(일)
전시장소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1,2층 전시실)
관람시간 : 월요일 - 일요일/ 10:30~18:30
입장료 : 3,000원 (카페 이용시 무료 관람)
주최/주관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오프닝 행사 : 2019년 4월 6일(토) 오후 4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2009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작가 레지던시인 ‘스튜디오 화이트블럭’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2018년 천안 광덕리에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을 개관함으로서 더 많은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 할 수 있게 되었다. 화이트블럭은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작가들의 레지던시 입주 이후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교류하며 후속 활동을 지원하고자 한다. 그 지원의 한 방식으로 매년 그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개최하고자 한다. 그 첫 주자로 레지던시 제 1기 작가 한지석이 선정되었다. 이 전시를 통해 그 동안의 활동을 점검해보고 동시에 작가의 작품이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한지석의 작업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 있다. 그는 물감을 흩뿌리거나 흘러내리게 하함으로써 우연의 효과를 이용해 화면을 구축한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은 동시대 작가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재현의 문제로부터 탈출하고자 회화의 표면과 물감의 물성에 집착했던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한지석은 오히려 재현의 문제에 철저히 봉착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보 홍수 시대’라는 말은 이미 구태의연한 표현이 되었고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도구의 데이터 수집, 저장, 관리, 분석하는 역량을 넘어서는 ‘빅 데이터’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지석은 이러한 정보가 우리에게 입력되고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 그리고 저장된 정보가 우리의 시각에 어떻게 다시 반영되는지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 왔다. 


한지석은 보이는 것(정보, 이미지)과 그것을 보는 행위(인식), 그리고 그것이 다시 발현되는 과정을 전시를 통해 실험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갤러리 조선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 그는 전시장을 완전히 어두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전시 제목 ≪Silence Please≫을 붙였다. 하지만 조용히 했다간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 구조였다. 암전 상태의 전시장에는 소리에 반응하는 센서를 부착한 조명을 설치했다. 즉 전시장에 소리가 있을 때에만 조명이 켜지면서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림(이미지)은 소리를 만들어내 조명이 밝혀지는 순간에만 관객은 그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들조차 같은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곳에 놓여 있었던 그림은 보도 사진의 한 부분을 확대한 것이라 밝은 곳에서 보았어도 정확히 어떤 이미지인지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관객은 자신이 이전에 보았던 수많은 이미지들 중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작자의 경험이 다르므로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도 서로 다를 것이다. 이 실험적인 전시는 한지석이 말하고자 하는 시각적인 것의 주고받음과 경험치에 의한 보기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매우 충실한 방법이었다. 


이번 개인전에서 한지석은 울트라 마린 블루의 강렬한 대형 작품들을 선보인다. 얼핏 단색의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 바다, 혹은 건물 같은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 순간 형태는 사라지고 다시 물감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작업실에서 벽면을 둘러싼 짙은 푸른색으로 가득찬 작가의 작품을 보며 나는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을 받았고 그 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을 떠올렸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해질 무렵을 프랑스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고 한다. 해는 졌지만 하늘은 아직 어두워지지 않은 채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순간으로 ‘블루 아워The blue hou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푸르른 대기의 효과로 물체가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기억과 연결된다. 나는 어렸을 때 해질 무렵이면 종종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곤 했다. 이러한 감정의 근원을 알 수 없었는데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을 알고나서 왜 그런 느낌을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주변의 사물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시간의 경계에서 익숙했던 공간이 갑자기 낯설어졌고 불안해졌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아들이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정보는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우리가 보는 것은 보이는 것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전시명 ≪거울 대칭≫은 이처럼 보이는 대상과 그것을 보는 주체가 되는 작가(혹은 관객)이 마주보고 서로를 비추고 반영하는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거울은 대상을 그대로 비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보는 주체가 된 대상은 거울에 비친 것을 그대로 보는 것은 아니다. 보이고 싶은 것을 비추고 보고 싶은 것을 본다. 그러므로 거울에 비친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나의 모습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비슷하다. 충격적인 사건과 사고가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요즘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또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강성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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