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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네트워크의 군주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그레이엄 하먼 지음, 김효진 옮김)

김정연


네트워크의 군주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

Prince of Networks
Bruno Latour and Metaphysics


현대 철학의 ‘사변적 전회’를 선도한 하먼의
‘객체지향 철학’과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만나는 풍경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

브뤼노 라투르를 현대의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설득력 있게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자연’과 ‘문화’의 이분화를 넘어서는 ‘실재론적 객체지향 형이상학’을
인류세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철학으로 제시한다.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  옮긴이  김효진  |  정가  27,000원  |  쪽수  512쪽
출판일  2019년 7월 22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58
ISBN  978-89-6195-211-8 93100  |  CIP제어번호  CIP2019025631
도서분류  1. 철학 2. 과학 3. 인문학 4. 과학철학



라투르는 우리가 수많은 복잡한 기술적 객체에 관해 언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리고 G. W. 라이프니츠 같은 그의 주요한 후예들의 중대한 한계를 넘어서는 실재론을 위한 도구를 제공합니다. 이런 이전의 실재론적 철학자들은 실재적 객체의 탄생지로서의 “자연”에 너무 매료되었던 한편, 그들(특히 라이프니츠)은 인간의 기술을 거쳐 구성되는 기계 같은 객체들을 사이비객체 또는 한낱 집합체에 불과한 것으로 일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라투르는 비행기와 슈퍼컴퓨터, 지구의 기후 같은 객체들을 다룰 수 있는 철학적 실재론, 즉 인간들이 점점 더 대처할 수밖에 없는 기묘한 새로운 객체들을 고려하면 절실히 필요한 개선책에 대한 희망을 제공합니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중에서



『네트워크의 군주』 간략한 소개


『네트워크의 군주』는 브뤼노 라투르를 명확히 철학자로 여기면서 고찰하는 첫 번째 저작이다. 1부는 형이상학에 대한 기여도가 과소평가된 라투르의 공헌을 드러내는 네 권의 핵심 저작, 즉 『비환원』과 『과학의 실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판도라의 희망』을 다룬다. 하먼은 라투르가 현대철학의 중심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라투르의 대단히 독창적인 존재론을 행위소와 비환원, 번역, 동맹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2부에서 하먼은 라투르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통찰을 요약하면서 그에게 최초의 ‘세속적 기회원인론자’라는 지위를 부여한다. 또한,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적’ 시각에 따라 라투르가 행위소의 불가해한 자율적 실재를 희생하고서 그것의 관계적 특질에 집중한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하먼과 그의 공모자들이 구상한 사변적 실재론이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만나는 놀라운 접점을 형성한다. 이 책은 오래 이어진 탈근대주의적 시기 이후 인문학에서 출현하는 새로운 추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것이다.

* 라투르 철학에서 번역(translation)이란 어떤 의미인가?

“한 사물을 다른 한 사물과 연결하는 수단은 번역이다. 스탈린과 주코프가 스탈린그라드에서 포위 작전을 명령할 때, 이 명령은 온 공간에 널리 알려지고 참여 행위자들이 투명하게 복종하는 순수한 지시가 아니다. 오히려 방대한 매개 작업이 일어난다. 참모들이 대축척 지도들을 보면서 나중에 국지적 층위에서 별개의 소대 명령들로 번역될 세부 계획들을 수립한다. 그다음에 장교들이 그 명령들을 전달하는데, 이때 각각의 장교는 독자적인 수사적 표현과 자신이 병사들과 맺고 있는 개인적인 관계를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최종적으로 번역하려고 각각의 병사가 자신의 팔과 다리를 자주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 매개자는 자기 주인에게 야자수 잎으로 부채질하는 아첨꾼 내시가 아니라, 언제나 독자적인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여 실재의 한 지점에서 그다음 지점으로 힘을 번역한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라투르의 지침이 되는 격률은 티끌만 한 하찮은 실재에도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네트워크의 군주』, 29~30쪽)



『네트워크의 군주』 상세한 소개


인류세 시대, 근대화에서 생태화로 의제를 전환해야 한다.

현재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특징지어지는 
‘인류세’ 시대, 라투르의 표현을 빌리면 ‘새로운 기후 체제’는 이른바 ‘가이아의 복수’로 인한 인류 문명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묵시록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비극적 체제 전환의 표층적 원인은 서구에서 태동하여 지구화를 이룬 ‘화석 자본주의’임이 틀림없지만, 라투르가 보기에, 이 사태에 대한 심층적 원인은 ‘자연의 이분화’ 관념, 즉 세상을 인간 세계와 비인간 세계로 분할하는 관념에 기반을 둔 서양의 인간중심적인 근대적 세계상이다. 이렇듯 서구 근대화 모형이 자체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이 국면에, 애초에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고 어디까지나 세계는 인간 행위자들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얽힌 행위자-네트워크라는 라투르의 생태(관계)적 통찰이 비근대적 세계상을 구성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네트워크의 군주』의 저자인 하먼은 포착한다. 라투르는 근대주의자가 아닌데, 그렇다고 전근대주의자도 아니고 탈근대주의자도 아니며, 차라리 비근대주의자다. 이 책은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세계 모형이 함축하는 생태적이고 혁신적인 형이상학적 체계를 탈인간중심적인 비근대주의적 관점에서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관계를 맺으면 서로 ‘번역’할 수밖에 없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 ‘부각’하는 ‘객체들의 민주주의’라는 라투르의 구상은 하나의 정합적이고 생태적인 세계상을 낳는다.

행위자-네트워크 모형은 ‘객체들의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적 제1원리는 ‘비환원의 원리’로 “아무것도, 저절로, 무언가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환원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행위자 또는 객체는 자율적인 실재성을 갖추고 있기에 존재론적으로 평등한 ‘객체들의 민주주의’라는 세계상이 제시된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그렇듯, 모든 객체가 똑같이 강한 것은 아닌데, 객체의 강함은 ‘동맹’ 관계를 맺음으로써 향상된다. 여기서, 『네트워크의 군주』라는 이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마키아벨리가 즉시 연상되겠지만, 라투르가 마키아벨리주의자가 아닌 이유는 ‘동맹의 원리’를 인간의 권역을 넘어 비인간 행위자들을 포함하는 세계 전체로 확대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라투르는 인간 객체들과 비인간 객체들에 모두 같은 자격을 부여하면서 각각의 객체는 다른 객체들과 맺은 관계의 네트워크라고 주장함으로써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것은, 나중에 라투르가 ‘좌익-우익’이라는 인간본위적인 근대적 정치 틀 대신에 ‘상익-하익’이라는 생태본위적인 정치 틀을 제시하면서 생태화를 지향하는 독자적인 정치철학을 전개하는 근거가 된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객체지향 철학은 관념론에 반대한다.

그레이엄 
하먼은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현대 철학의 신흥 운동을 선도한 네 명의 철학자1) 중 한 사람이다. 각기 다른 세계상을 제시하는 이 철학자들을 함께 묶는 끈은 이들이 모두 세계는 인간의 마음과 관련하여 존재할 뿐이라는 관념론의 일종인 ‘상관주의’에 반대하는 실재론을 견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하먼은 인간과 객체의 관계에서 인간에게 현시되는 ‘감각적 객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실재적 객체’를 분리함으로써 객체의 실재성을 긍정한다. 다시 말해서, 지도는 영토가 아니고, 영토는 지도와 별개로 존재한다. 더욱이 하먼은 인간-객체의 관계 양상을 객체-객체의 관계 양상으로 확대하여 보편함으로써 객체지향 철학의 일반 원리를 제시한다. 이처럼 세계는 자율적인 실재성을 갖춘 객체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실재적 객체는 다른 객체들의 네트워크 또는 조립체라는 세계상을 레비 브라이언트가 객체지향 존재론(Object Oriented Ontology, OOO)으로 지칭한 이후에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OOO로 공표하게 된다. 그리하여 실재적 객체로서의 지구는 인간과 독립적인 감응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인간 활동에 의한 자극이 어떤 임계를 넘어서면 가까스로 유지된 생태(관계)적 균형이 무너지면서 제어할 수 없는 파국적인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바로 인류세 시대에 객체지향 철학이 갖는 의의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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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 브라지에, 이에인 해밀턴 그랜트, 그레이엄 하먼, 퀑탱 메이야수.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명칭은 2007년 4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연원한다. (참조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Speculative_realism)



각 장의 핵심 내용


이 책은 두 가지 작업을 한 권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1부 「라투르의 형이상학」에서 하먼은, 부제목이 밝히는 대로 라투르의 초기 저작 네 권을 행위자-네트워크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읽어내면서 브뤼노 라투르를 ‘객체들의 민주주의’와 ‘세속적 기회원인론’을 표방하는 형이상학 철학자로 제시한다.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2부 「객체와 관계」에서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배경으로 삼고서 라투르의 관계주의적 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모형을 경유하여 하먼 자신의 실재론적 형이상학을 소개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브뤼노 라투르를 형이상학 철학자로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와 더불어 라투르를 경유하여 하먼의 객체지향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공히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1장 「비환원」에서는 『프랑스의 파스퇴르화』라는 저서에 별개의 부록으로 붙은 『비환원』이라는 소책자를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 철학적 원리를 제공하는 원천으로 읽어낸다. 여기서 라투르 형이상학의 네 가지 근본적인 개념, 즉 행위자와 비환원, 번역, 동맹이 종합적으로 논의된다. 요컨대, 세계는 행위자들의 긴 목록이고, 행위자는 다른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이며, 게다가 각각의 행위자는 다른 행위자로 환원될 수 없기에 객체들의 관계는 번역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객체의 강함은 동맹의 구성에 의존한다는 점이 제시된다.

2장 「과학의 실천」에서는 『과학의 실천』이라는 저서에 담긴 철학적 함의가 블랙박스와 원격작용이라는 두 가지 형이상학적 개념을 통해서 분석된다. 여기서, 이 두 개념의 문자적 의미가 나타내는 대로, 행위자 또는 객체들은 모두 서로에게 외부적이고 자율적이라고 여기는 세계상, 즉 ‘객체들의 민주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라투르의 존재론이 도출된다.

3장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라투르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이고 어쩌면 그의 가장 뛰어난 저작”인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를 근대성과 준객체라는 개념에 비추어 읽어낸다. “우리가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는 이유는 우리가 결코 인간과 세계를 정화하는 이분화를 실행한 적이 정말로 없기 때문이다”라는 라투르의 주장이 실재론적 통찰로 이어진다. 만약, ‘자연의 이분화’라는 근대적 이념을 받아들인다면, 근대 세계는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혼성물, 즉 준객체가 넘쳐나는 기묘한 세상일 것이다.

4장 「판도라의 희망」에서는 순환 준거라는 개념과 관계의 실재론이 다루어지고, 라투르와 소크라테스 사이의 유사성이 논의된다. 하먼의 독법에 따르면, “라투르의 민주주의에 대한 옹호는 플라톤의 분명한 반민주주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가 구현하는 것과 같은 유형의 유식한 무지를 옹호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5장 「라투르의 공헌」에서는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함축하는 형이상학적 입장이 현대 철학에 기여한 공헌이 검토된다. 하먼이 보기에, 라투르는 서로 물러서 있는 객체들이 관계를 맺으려면 그 관계를 매개하는 매체로서 특정한 객체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속적 기회원인론자’이고, 이른바 ‘대리적 인과관계’를 정초하는 철학자다.

6장 「의문들」과 7장 「객체지향 철학」에서 하먼은 라투르의 형이상학을 발판으로 삼으면서 라투르의 철저한 관계주의를 의문시하고 수정함으로써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전개한다. 여기서 하먼은 라투르를 직접 비판하는 대신에 ‘과장법적 독법’을 통해서 라투르의 철학적 풍경에서 빠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검토한다. 마침내 하먼은, 세상은 ‘실재적 객체’와 ‘감각적 객체’, ‘실재적 성질’과 ‘감각적 성질’ 사이에 맺어지는 긴장 관계가 펼치는 파노라마라는 ‘네겹 객체’ 모형을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으로 소개한다. 더욱이, 상관주의를 다룬 『유한성 이후』라는 책으로 유명한 퀑탱 메이야수의 견해를 라투르와 하먼 자신의 관점들과 관련지어 상세히 논의하는 부분뿐 아니라 철학적 글쓰기 스타일을 다룬 부분도 꽤 흥미롭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Graham Harman, 1968~ )
미합중국 아이오와 출신의 철학자이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소재 남가주 건축대학교(SCI-Arc) 철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9년에 시카고의 드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2000년부터 최근까지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현대 철학의 사변적 실재론 운동을 선도한 핵심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데거와 라투르를 기반으로 하여 객체의 형이상학에 관해 연구함으로써 발전시킨 객체지향 존재론(OOO) 덕분에 『아트 리뷰』(Art Review)에 의해 세계 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도구-존재: 하이데거와 객체의 형이상학』(Tool-Being: Heidegger and the Metaphysics of Objects, 2002), 『네트워크의 군주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Prince of Networks: Bruno Latour and Metaphysics, 2009; 갈무리, 2019), 『네겹 객체』(The Quadruple Object, 2011), 『기이한 실재론: 러브크래프트와 철학』(Weird Realism: Lovecraft and Philosophy, 2012), 『브뤼노 라투르: 정치적인 것의 재조립』(Bruno Latour: Reassembling the Political, 2014), 『비유물론: 객체와 사회 이론』(Immaterialism: Objects and Social Theory, 2016), 『객체지향 존재론: 새로운 만물 이론』(Object-Oriented Ontology: A New Theory of Everything, 2018), 『사변적 실재론 입문』(Speculative Realism: An Introduction, 2018) 등이 있다.


옮긴이
김효진 (Kim Hyojin, 1962~ )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였으며, 인류세 기후변화와 세계관의 변천사에 관심이 많다. 『사물의 풍경』이라는 블로그에 관련 글을 소개하고 있다.



추천사


『네트워크의 군주』는 라투르의 작업의 형이상학적 토대를 놀랍도록 유창하게 해설하는 책이다. 이 책은 라투르 입문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라투르의 작업에 대하여 능숙하고 날카로운 해석뿐 아니라 예리한 하이데거적 비판도 제시한다. 마침내 누군가가 라투르를 깊이 고찰하고 비판하였다. 나는 라투르의 작업에 대한 토대를 이 책보다 더 강력하고 예리하며 명쾌하게 분석하는 책을 상상할 수 없다.

― 루카스 D. 인트로나 (랭커스터 대학 교수)


하먼은 들뢰즈가 푸코에 대해서 한 일을 브뤼노 라투르에 대해서 한다. 하먼은 라투르의 인상적인 사회학적 분석을 상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철학자로서의 라투르에게 접근하면서 당대의 사상을 다음 세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실재론적 객체지향 형이상학을 제시한다. 그다음에 대단히 독창적이고 대담하며 창조적인 두 명의 철학자가 견지하는, 객체지향 철학의 동조적이지만 경쟁적인 성향들을 둘러싸고 생생하고 생산적인 논쟁이 벌어진다. 요컨대 하먼은 현대의 철학적 사유에 큰 영향을 미칠 운명에 있는 텍스트를 제공한다.

― 레비 R. 브라이언트 (콜린 칼리지 교수)



책 속에서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


한쪽에는 베르그송과 들뢰즈 같은 인물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일반화된 생성이 특정한 존재자로의 어떤 결정화보다도 선행한다. 다른 한쪽에는 화이트헤드와 라투르 같은 저자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존재자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그것의 특성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존재자는 즉시 사라진다.

― 서문, 18쪽


패자는 인간 동맹자, 자연적 동맹자, 인공적 동맹자, 논리적 동맹자, 생명 없는 동맹자를 자신이 승리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할 만큼 충분히 모으지 못한 행위자다. 행위소는 더 많이 연결되면 될수록 더 실재적인 것이 되고, 더 적게 연결되면 될수록 덜 실재적인 것이 된다.

― 1장 비환원, 40쪽


현재 우리는 두 종류의 물리학, 즉 지상에 대한 물리학과 천상에 대한 물리학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실재, 즉 엄연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실재와 임의적인 사회적 힘에 대한 실재를 여전히 인정하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다. 현존하는 것은 오로지 행위소들뿐인데, 이를테면 자동차, 지하철, 카누 칠감, 싸우는 부부, 천체, 과학자는 모두 동등한 형이상학적 지위를 갖는다.

― 1장 비환원, 48쪽


라투르는 ‘과학철학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과학철학 어법으로 작업하는 형이상학자다. 행위소라는 낱말이 즉시 시사하는 대로 행위소가 행하는 것은 행위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이 명제는 행위소가 매번 우연히 관계를 맺는 기성의 본질이 아님을 뜻한다. 행위소는 항상 위기와 논쟁에서 생겨나는데, 그것이 세계 속에 발판을 확립하는 데 성공할 때에만 우리는 탄생의 고난을 무시하면서 마침내 행위소를 매끄러운 블랙박스로 취급한다.

― 2장 과학의 실천, 78쪽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인간을 철학의 중심에 놓고 세계의 나머지 부분을 불가지적 객체들의 집합으로 환원했다면, 라투르가 권하는 것은 반혁명이다. 자연과 문화가 ‘풀릴 수 없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두 개의 각기 다른 영역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 3장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128쪽


라투르가 인간과 세계 사이의 독특하고 나쁜 간극을 강화했다고 비난하는 철학들 가운데 하나는 현상학이다. 라투르가 현상학파에 거의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현상학이 오로지 인간-의식에-대한-세계를 다룰 뿐”이기 때문이다.

― 4장 판도라의 희망, 165쪽


라투르 철학의 가장 전형적인 특색은 그것이 모든 크기와 모든 유형의 행위자에게 존엄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중성자는 행위자이고 블랙홀도 행위자이고, 게다가 건물·도시·인간·개·암석·허구적 인물·묘약·부두교 인형도 행위자다.

― 5장 라투르의 공헌, 217쪽


라투르의 물질 비판은 현상학에 대한 하이데거의 공격과 닮았다. 둘 다 경쟁자들이 사물을 그것에 대한 우리의 관념으로 환원한다고 비난하면서 그 때문에 잃어버린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라투르와 하이데거 둘 다의 직감은 단단한 객체 모형을 호혜적으로 연결된 사물들의 체계, 즉 네트워크, 도구-체계로 대체하는 것이다.

― 6장 의문들, 308쪽


사실상 분석철학자들 중에 명료한 작가는 셀 수 없이 많더라도 훌륭한 작가는 깜짝 놀랄 정도로 거의 없다. 명료성이 곧 생생함은 아니다. 간디를 정확히 복제한 밀랍상이 인도를 제국에서 해방할 수는 없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380쪽


객체는 자신의 내부 부분들과 자신의 외부 영향들 사이에 있는 투명한 철도 교차로의 일종이다. 객체는 기이한 것인데, 요컨대 객체는 성질이나 영향들의 총합으로 결코 교체될 수 없다. 객체는 세계와 맺고 있는 모든 외부 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부분들과 맺고 있는 모든 내부 관계와도 따로 있는 실재적 사물이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408쪽


‘형이상학’이라는 낱말의 뜻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 나는 ‘형이상학’이라는 낱말을 포용하기로 선택했다. 이 결정은 실재 자체에 대한 성찰을 지지하고, 따라서 인간-세계 또는 현존재-존재 상관물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여행을 함축한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482쪽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브뤼노 라투르 지음, 홍철기 옮김, 갈무리, 2009)

이 책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연구해온 인류학자인 저자 브뤼노 라투르가 근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에 던지는 독특하고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탈근대주의의 근대성 비판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라투르가 말하는 근대인의 본질은 이분법이 아닌 ‘하이브리드’의 증식이다. ‘하이브리드’의 이해를 통해서만 사회와 자연, 정치와 과학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현재의 정치·사회적 위기와 환경·기술적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과학의 새로운 정치사회학을 향하여』(스콧 프리켈 외 엮음, 김동광 · 김명진 · 김병윤 옮김, 갈무리, 2013)

21세기 들어 과학지식의 생산과 활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고, 상업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또 참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이해하는 것은 과학자나 비과학자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는 지적 작업과 지적 재산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 도전하고 있으며, 법률적 · 전문직업적 경계를 재구성하고 연구의 실천을 변형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들이 의존하고 있는 권력과 불평등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인간의 건강, 민주주의 사회, 환경에 던지는 함의를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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