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추경- “Flame – Utopia”
내 작품의 주제는 세상을 이루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에서 기원한다. 흙과 물, 불과 바람으로 인해 대자연이 가능하고 생명체의 존재가 가능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화(火), 불을 모티브로 삼아 자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생동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불, 불꽃을 통해 이른바 생명체가 발산하는 호흡, 혼과 같은 것을 시각화하여 탄생된 작품이다.
거대한 불꽃의 흐름은 나의 의도를 초월하여 스스로 타들어 가면서 캔버스의 표면을 다 태우고 미지의 세계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나의 캔버스는 제2의 자연이 되어 보이지 않는 나의 심연에 내재되어 있는 무의식 혹은 잠재의식이 불의 매체를 통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릉도원 또는 니르바나였다. 이렇게 완성된 불꽃 작업은 소멸과 생성을 통한 결국 ‘생의 불꽃으로’ 정의해 본다.
2019, 8 작가노트 中
추경 작가의 이번 작업은 이전의 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불’이란 수단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불은 한지를 태운다. 그 행위는 의도적이지만 그 결과물은 결코 예측하기 어렵다. 특정 발화점으로 시작해 타들어가는 과정을 연속, 중단시켜나가면서 작가는 모종의 형태를 만들고, 지우고 태우고, 그린다. 불에 의한 이 사건은 죽음과 소멸, 부정, 삭제의 행위에 다름 아니다. 생각해보면 불은 양가적인데 그것은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고 근원적인 힘이다. 동시에 그것은 모든 것을 무로 돌리고 휴지시킨다. 인간 역시 죽음과 함께 불에 의해 사라질 운명이다. 작가는 죽음을 강렬하게 상기시키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불을 이용해 역설적으로 이미지를 만든다. 살아남은 것과 사라진 것이 공존하는 화면!
비교적 얇고 예민한 한지에 불을 접촉시키다 멈추면 한지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타들어가다가 홀연 기이한 형태를 거의 초현실적으로 만든 후 맨 가장자리에 어두운 고동색 선을 마치 드로잉 하듯 남긴다. 이를 반복하면서 작가는 화면 위에 여러 한지 조각들이 불/열에 의해 타들어가다 멈춰버린 시간, 물리적 조건을 박제처럼 응고시켰다. 타버리다 오그라들어 남겨진 잔해들은 처참하게 또는 기이하게 남았다. 한지는 파괴되면서 동시에 일정한 형태/선을 남기고 아울러 바닥의 회화를 드러내면서 둘의 공모관계를 형성해나간다.
한국현대미술의 중요한 특성으로 논의되는 자연주의와 그 자연에서 추출해 온 우연적이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법론의 한 특징이 추경의 근작에서 새삼 ‘타오르고’ 있음을 본다.
2019, 박영택 평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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