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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나누는 대화 the art of noticing》 전시 소식

임시공간



서로를 알아채는 마음을 위한 자리

구경거리로 대체되어 힘을 잃은 장면들, 이름이 지워진 목소리, 과거와 미래에 대한 망각 상태에서 지속되는 시간. 이를 매일같이 목도하는 나와 당신은, 우리는, 예술은 어떤 언어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박보나는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한겨례출판, 2021)에서 생태와 공존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 우리가 ‘함부로 밀어낸 존재’를 불러오는 예술을 통해 서로 ‘옆으로’ 대화하고 의존하기를 제안한다. 전시 《옆으로 나누는 대화》는 ‘위-아래’로 이어진 위계관계에서 벗어나 ‘옆-옆’으로 연결되어 ‘나란히’ 대화가 오가는 그의 상상으로부터 출발한다.

지금, 여기 굳이 예술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 곱씹어야 한다는 건, 결국 일상과 세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가려진, 목소리가 없는, 몫이 없는 관계와 존재를 드러내야 함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직접적인 관계보다는 독자로, 관람객으로, 스치는 관계로 만났던 작가 6인을 임시공간 서재인 임공재壬公齋에 초대하여 작업과 과정을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나 열린 배움의 장소에서 배움의 주제로 삼고 있는 트랜스-로컬리티와 생태-정치 관련 자료들이 일시적으로 놓인다. 이 위로, 6개의 시선이 서로를 교차하며 둥근 풍경을 그린다.

김영글은 집요한 자세로 일관하여 당신과 가까이 있었던/있는 대상의 발자취를 뒤쫓아 기존 미술의 문법과는 사뭇 다른, 어디에나 넣고 어디서나 들고 감상할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을 보인다. 가상의 미술관 혹은 엽서로 나열된 전시를 만든 수퍼샐러드스터프는 미술사에서 삭제된 여성 미술가들을 캡션으로 가져와 다시 세운다. 관습적 매체에서 벗어난 시도를 과감히 행하는 김영글과 수퍼샐러드스터프의 작업은 우리가 상상하는 예술적 실천을 가로지른다.

배미정의 〈아는 여자〉 연작은 스쳐간 여성들의 서사에서 시작한다. 몸에 새겨진 그들의 이야기가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고, 그렇게 ‘나’이기도 한 당신의 안녕을 그토록 간절히 비는 작은 소망과 염원이다. 작고 낮은 웅얼거림으로 반복 재생되는 장보윤의 〈Black Veil〉은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정부에서 독일로 파견한 간호사의 삶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은 마치 유령처럼 그 존재의 흔적이 희미해진 이들을 드러내고 시간의 궤적을 재구성한다.

조성연은 〈지고 맺다〉 연작을 통해 사물을 관찰하며 사유한 삶의 순환 과정을 하나의 평면에 집약해 보인다. 화면 안에 담긴, 휘어지거나 무성하게 자란, 성물같기도 한 사물은 지난한 과정의 반복을 암시한다. 한석경의 〈추회〉는 국경을 맞댄 남한과 북한 사이 남겨진 잔해로서의 사물을 추적한다. 여러 날을 우회하여 결국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된 작은 버섯과 투박한 박스는 그 안에 압축된 경로를 상상하도록 한다. 이 모두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공간 안에 혼종하는 여러 공동체와 그들의 삶이 지속 가능하게 할 무엇을 넌지시 건넨다.

혐오와 폭력으로 점철된 사회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공존과 연대의 관계 안에서 ‘옆’을 응시하고, 나아가 스스로의 몸을 ‘옆으로’ 돌리는 수고를 더해 타자와 마주보기. 이를 통해 기성의 지식과 익숙한 감각에서 빗겨나 그동안 인식하지 못한 연결과 현상(scale)을 상상하는 ‘알아채기의 기술(arts of noticing)’을 터득한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장면을 더욱 자주 마주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길을 찾을 것이다. 영원히 지치지 않을 기다림과 이어짐, 저항의 언어를 만들 것이다. 우연한 환대를 받고 이곳에 발을 들인 당신이 그저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풀썩— 자리를 잡고, 작은 서재 여기저기 놓인 작업과 서적을 마음껏 살피기에 느리지만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를. 그러고는 다시 돌아가 일상의 제자리를 반복하더라도 미세한 진전에서 기인할 순간들을 감각하기를 바란다.

개요

전시명

옆으로 나누는 대화 the art of noticing

기간

2022년 4월 19일 - 2022년 7월 16일 (오후 1시-7시, 일·월 휴관)

작가

김영글 배미정 수퍼샐러드스터프 장보윤 조성연 한석경

기획

채은영 박이슬

진행

변혜은

설치보조

김민정

그래픽디자인

김보경

가구제작

이병옥 최성균

사진촬영

박기덕

주최

임시공간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

*전시제목은 박보나의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에서 가져와 작가 허락 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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