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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음악이 부재하고 침묵이 주도하는 무대(제롬 벨), 사람의 몸 형체가 식별되지 않는 무대(자비에 르루아), 갤러리 바닥에서 드로잉과 뒤섞이는 춤(트리샤 브라운), 세계 곳곳의 길거리를 힘들여 기어가는 수십 년 동안의 퍼포먼스(윌리엄 포프엘)는 춤을 내세우지 않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런 형태의 현상들에 대해 레페키는 조리있는 해석과 진단을 내놓아 국내에도 알려졌습니다.
안드레 레페키가 지은 는 국내에서 <코레오그래피란 무엇인가>로 번역 출간된 바 있습니다. 를 소개하는 부제목은 ‘퍼포먼스와 움직임의 정치학’입니다. 부제가 가리키는 대로, 이 책에서 레페키는 대략 20세기 후반 특히 1990년대 이후 시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펼쳐져온 새로운 춤 현상과 퍼포먼스의 원인에 대해 정치적 존재론을 축으로 진단을 가하였습니다.
레페키는 오늘날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안무 개념과 안무 방식이 근대가 형성되던 시기에 연원한 것으로 확인하고, 근대성의 핵심 속성이 근대 이래 서구 세계의 안무, 춤, 움직임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정착한 것으로 인식합니다.
근대에 형성된 이래 현대까지 춤의 주류를 형성하여 춤의 본질로 여겨진 움직임! 그것을 탈피하는 작업이 대략 20세기 후반 특히 1990년대 이후 시기에 진행되었습니다. 그 같은 주류의 흐름을 배반한 7인(브루스 나우먼, 후안 도밍게스, 자비에 르루아, 제롬 벨, 트리샤 브라운, 윌리엄 포프엘, 베라 만테로)의 작업에서 레페키는 춤과 움직임 사이의 굳건한 연결망이 붕괴되어 춤 개념이 해체되는 현상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춤 개념의 해체를 부르고 움직임이 소진되는 춤 현상을 일컬어 레페키는 exhausting dance라 압축 표현합니다.
여기서 근대성의 정치적 존재론에 안무(코레오그래피)가 참여해온 데 대해 심도 깊은 비판이 가해집니다. 자신의 진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레페키는 자크 데리다, 질 들뢰즈, 마르틴 하이데거, 조르주 바타유, 앙리 르페브르, 프란츠 파농 등등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현상학, 후기식민주의 이론과 인접 분야들에서 폭넓은 논거를 제시합니다.
<안드레 레페키 다시 읽기> 강좌에서는 근현대 문명의 본성을 배경으로 춤의 해체 현상을 면밀하게 해석하면서 근대성의 흔들림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저작 를 힘껏 강독합니다. 이로써 한글 번역본의 미진미흡한 부분들을 닿는 대로 보완하고 저자 안드레 레페키의 목소리를 정성껏 경청하면서 오늘 세상의 춤과 퍼포먼스에 대해 안목을 가다듬는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아울러 우리 국내에서 진행되는 새 춤 현장을 함께 조망하는 기회가 찬찬히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 본 강좌는 <현대춤 150년: 역사와 조류> 대강좌를 잇는 후속편 강좌입니다. 부분적이나마 주교재 자료 를 한글로 옮긴 번역본의 미진미흡한 부분들을 닿는 대로 보완하고 최근 조류와 주교재의 뜻을 명확히 익힘으로써, 오늘 우리들 저마다의 주체성으로 지식-인식-지성의 큰창을 겸허히 맑히며 나와 우리의 춤길을 가쁜가뿐 상상하기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