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를 향한 열린 사고를 다시금 가다듬으며, 《히든 트랙》전은 북한유화를 감상할 새로운 관점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는 OCI미술관의 근현대 소장품과 송암 이회림(1917-2007) 선생이 수집한 이북의 유화작품 40여점이 한데 모인다. 선보이게 되는 북한유화는 길진섭, 김관호, 김주경, 최재덕 등 근대기 한국 서양화단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화가들의 1950-80년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같은 역사를 공유했던 화가들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할 고마운 매개이자, 북한미술의 경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로서 나름의 역사적 의미가 깃든 유화들이다.
한국과 북한의 미술사를 풍부하게 할 이 그림들의 자료적 가치를 직감하면서도, ‘단절’이라는 현실은 이들을 감상해볼 기회조차 쉽게 내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유화의 작품성과 다채로운 해석의 가능성마저 한정 지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대중음악 분야에는 ‘히든 트랙’이라 불리는 특별한 곡이 있다. 이는 앨범 구성에서 공개되지 않는 숨겨진 곡으로, 아티스트의 예술적 실험과 취향을 자유분방하게 담았기에 공식적인 작품과 사뭇 다른 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이색적인 작품세계를 간직해온 북한유화를 바로 이 ‘히든 트랙’에 빗대어 재조명하고자 한다.
북한의 미술작품이 색다른 이유는 국가와 미술이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북한유화’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와 다른 창작환경에서 제작된 이 그림들을 비교적 정교하게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북한유화’라는 미술작품 그 자체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그 시선 끝에 우리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북한유화의 조형언어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자연과 도시, 인물과 정물 등 다양한 소재를 아우르는 유화 작품들로 구성된다. 풍부한 이미지들 가운데, 우리네 자연을 닮고자 했던 그림들로써 감상을 시작해 본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건네준 마음의 여유는 우리와 다른 삶으로 가득한 장면들마저 신선하게 다가오도록 도와줄 것이다. 함께 전시되는 한국 근현대 미술작품들 또한 관점의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매개이다. 두 부류의 미술은 형식과 내용에서 공통되기도, 대비되기도 한다. 어울리면서도 이질적인 이들의 합은 입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작품을 이해할 새로운 자극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북한 유화를 여느 미술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을 때, 낯선 이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을 때, 북한 유화의 독특한 구상과 표현들은 우리가 사고하는 미술의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미술이 무한히 경계를 확장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시야가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김효정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