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 살리다(Salida) 스페인! / 백남주 (한국은행갤러리 큐레이터)-----
줄지 않는 일속에서 허덕이며 아이디어의 고갈과 자리보존에 대한 불안감등 ‘내 삶의 목적이 뭔지’ ‘이렇게 숨도 안 쉬고 달리는 것이 옳은 건지’ 등등 삶의 재정비가 필요했던 시점에 스페인여행은 문제 해결의 한 방편으로 다가왔다. 매인 몸이기에 장기간의 부재를 합리화하려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 그림을 공부하러 간다고 했지만 내게 필요한 건 일상탈출, 해방이었던 것이다.
일찌감치 신청을 했는데 신청자가 채워지지 않아 혹시 여행이 취소 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전화 통화중 유사장님 왈 ‘인원 채우는 것은 걱정하지 말라’ 고 했지만 내심 불안했었다.) 아닌 걱정도 했지만 예정대로 8월11일 스페인 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열대여섯 시간(정확히는 모르겠음)을 날아 마드리드에 발을 디뎠다. 지극히 일반적인 서너 가지 키워드 즉 투우, 플라맹고, 돈키호테, 고야와 피카소 그리고 가우디의 나라 정도로 알고 있던 스페인과의 만남은 기대 이상의 선물 보따리를 한 아름 받은 어린아이의 기쁨 바로 그것이었다.
기대했던 것이 주는 감동보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받은 감동이 몇 배가 되듯이 프라도와 소피아 미술관에서 만난 ‘피카소 특별전’은 정말 특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현재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피카소 전’에 실망해서 피카소의 명성을 의심하던 내게 프라도와 소피아의 피카소는 불신을 종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피카소와 더불어 감동을 준 아주 특별했던 공간이 “티센 미술관”이었다. 원래 일정에는 없던 곳이었으나 참가자 여러분들의 요구로 관람 하게 되었는데 소장품에서 인테리어, 뮤지엄샵까지 연이어 감탄사를 내지르게 하던 곳으로 시간이 부족해 전시장을 뛰어 다니면서 그림을 보는 해프닝도 연출했다. 계속된 ‘빌바오구겐하임’과 ‘미로뮤지엄’은 명성에 걸맞게 뛰어난 곳이었지만 지면관계상 세세한 설명은 접어야 할 것 같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라고 사람마다 감동이 다 다르듯이 내게 유난히 큰 감동을 준 곳은 ‘알타미라 박물관’ 이었다.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부딪혔던 전시기법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았다고나 할까? 관람 내내 나는 흥분 속에서 박물관 안을 뛰어 다니고 있었고 정말 부러웠다 그들의 능력이.
미술관들이외도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했던 대성당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남긴 거리들, 진정한 휴양지란 이런 곳 이겠구나 알게 해준 바닷가. 어디 한군데라도 빼놓지 못할 만큼 아름답고 흥미로운 일정이었다. 특히나 이번 여행의 기쁨이 배가 되었던 것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 때문 일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준 따스한 가슴의 사람들을 만났던 것은 내가 인복이 많아서였을까?
일정 진행이 너무 좋다 보니 마지막 뒷심이 부족 했던 것 같다. 바르셀로나의 진행과 가우디에 대한 채워지지 않은 갈증은 옥의티라고 할까. 가우디라는 거장은 결코 수박 겉핧기 식으로 볼 수 없는 것임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두 번 세 번 확인하면서 결국은 또 올 것이라는 운명적 예감을 느낀 건 나 혼자 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알상 탈출의 출구가 되었던 스페인 여행.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위축된 일상과 우리의 삶을 새롭게 살려낼 수 있을 것이리라. 살리다 스페인! 비바 에스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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