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애 /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독자투고(54)
우리나라에서 1950년부터 2011년까지 전시된 외국미술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여 전시하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찾았다. ‘외국미술 국내전시 60년 1950-2011’(4.25-7.14)은 잘 정리된 자료들과 친절한 안내로 자세히 둘러 볼 수 있었다. 1950년대에는 외국미술 전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전시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학생들의 단체관람 모습도 볼 수 있었다. 90년대 중반부터 전시회에 가기 시작해서 내가 본 전시회의 자료들을 보니 반가웠다. 그것은 퍼즐 맞추기처럼 즐거움을 준다.
나의 이 퍼즐 맞추기는 50여 년 가까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읍에서 약방을 하셨던 아버지는 그 당시 일본 제약회사의 사보를 매월 받아보고 계셨다. 거기엔 세계명화나 선명한 색이 예쁜 꽃이나 동물사진이 실렸었는데 그때는 멋모르고 보았지만 자주 들춰보고 새 책이 오기를 기다렸다. 많은 그림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라스 메니나스)>이었는데, 그림을 이렇게 그릴 수도 있구나 하고 아름다운 충격을 받았다. 화가의 이름과 제목이나 그림내용은 훨씬 훗날 성인이 되어서야 제대로 알았고 어린 시절에는 그림만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감성의 저장고가 되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오랫동안 잊고 지내다가 근래에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미술전이 열려 직접 가서 보면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했다. 전시를 보고 나면 거의 도록을 사서 맨 뒷장에 리플릿과 입장권을 붙여 정리해둔다. 도록을 보면 그림을 직접 봤을 때의 감동이 되살아나서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림에 대한 관심은 일상에서도 이어져 일주일에 한 번씩 인사동 나들이를 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을 만나게 되는 인사동은 보물창고와도 같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 그리기의 산 공부가 되는 곳이다. 앞으로도 좋은 외국미술 전시가 많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나의 행복한 퍼즐 맞추기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