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지난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9박 10일의 일정으로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바젤(ArtBasel 43)과 독일의 카셀도큐멘타(dOCUMENTA 13) 등을 보고 왔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두 곳 외에도 제프 쿤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바이엘러파운데이션과 과거 기차역이었던 독특한 전시공간의 독일 함부르크 반 호프 미술관이 인상적이었다.
ArtBasel 43
사실 여행에 대한 위와 같은 추억은 아주 단적인 것이다. 내게 여행길에 오른 6월 14일은 대학원 첫 학기 종강일이었다. 나름 분주히 보낸 한 학기에 대한 한 숨을 돌리기도 전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스위스로 갔다. 취리히 공항 도착 후 바로 호텔로 들어가 잠을 청했고 그 다음날 7시간 정도의 시차로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을 찾았다. 9시에 페어장에 도착했으나 오전 10시인 입장시간으로 한 시간 정도 입구에서 기다렸고 그 시간동안 페어장 외부에 설치된 슈라져 새를라잇(schaulager satellite) 파빌리온에 설치된 작은 소품까지도 샅샅이 살펴 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우리 일행은 페어 본 전시장 옆 건물에서 진행되었던 아트언리미티드(Art Unlimited)를 살펴보는 것으로 여행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 다음 날에는 오늘날의 아트바젤이 있게 한 에른스트 바이엘러의 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을 들려 기차로 독일 카셀까지 이동했다. 스위스와는 다르게 구름이 짙게 깔려있었고 비도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혹여나 비가 계속 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가지고 다음날 눈을 떴을 때 다행히 비는 그쳤고 도큐멘타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프리데리치이넘(Fridericianum) 앞에서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을 때는 하늘이 맑게 개였다. 카셀시를 점령한 듯 도시 전체에 펼쳐진 도큐멘타 공간의 무수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수잔 필립스(Susan Philipsz)의 구역사 플랫폼 설치음향 작품이었다.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유태인을 실어 나르던 기차가 떠났던 그 플랫폼에서 당시의 유태인들이 연주를 마친 뒤 본인이 처형된다는 것도 모른 체 마지막으로 연주한 음악이 하루에 정해진 몇 번의 시간동안 짧게 흘러나오는 것이 작품의 전부였다. 하지만 작품에 얽힌 비극적인 내용과 반대되는 너무나 잔잔한 음악과 이제는 기차가 들어오지 않는 실외 플랫폼 공간이 주는 여유로우면서도 황량한 듯 한 인상이 미묘한 감정을 만들어 주었다.
Kassel dOCUMENTA (13)
도큐멘타 참관 후에는 독일 뮌스터 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작품들과 세 개의 미술관에서 같은 주제로 진행 중인 'Made in Germany Zwei', 함부르크 반 호프 미술관과 신국립미술관을 3일간 보았으며 여행의 마지막 이틀 동안은 베를린 비엔날레와 여행 일정에 없던 박물관 섬(신 국립박물관, 구 국립미술관, 베를린 구 박물관)까지도 방문했다. 돌아오는 날은 체코의 프라하를 짧은 시간이나마 둘러보았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의자에 걸터앉으며 깊은 숨을 쉬었다. “이제 더 이상 분주하게 다닐 필요가 없겠구나.”란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지난 10일간의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들었기에 이제는 좀 쉬어야하지 하는 마음이 드는 듯 했다. 하지만 비행기가 출발하려는 엔진소리가 들리자마자 꼭 무슨 물건을 두고 온 것 마냥 불안해졌다. “언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제 이런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마음 한편이 웬일인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여기에 이렇게 적는 것도 너무나 단적인 내용들이고 시시콜콜하고 재미없지만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아쉬운 마음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이런 기억들이 다시 이번과 같은 여행을 꿈꾸게 하고 또 실현되게끔 해줄 것이라 위로하며 이만 글을 줄이려 한다. 이번 여행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주신 함께 했던 선생님 한분 한분께 감사의 마음과 건강하시기를 바란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0 0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