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학
림학 / 서울시 관악구 인헌동
독자투고(54)
옛 도서를 정리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책의 향기에 감동되어 하염없이 흘렸던 콧물과 이유없이 멈추지 않는 재채기가 감기증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미술자료 모으기를좋아했던 나는 2년 전부터 김달진 선생님과 인연이 되어 그 영향아래 더욱 체계적으로 미술자료 수집에 취해있었다. 여느 때처럼 서울지역 헌책방 리스트를 들고 집 문을 나서는데 김달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즉 유양옥 선생님의 기증도서를 정리할 수 있냐는 문의였다. 1초의 망설임 없이 흔쾌히 대답했던 것은 도서의 수량이 얼마나 방대한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 19일 아침 일찍 김달진 선생님과 함께 일산에 있는 유선생님의 생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윤기섭 팀장님과 이삿짐센터 직원분들이 엄청 큰 트럭에 두 시간째 책을 싣고 있었다. 몇 톤 트럭인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한국미술정보센터 전시실에 옮겨진 책을 정리하면서 나는 인대가 늘어나 인대증식치료를 받으며쉬기 전까지 신에 홀린 듯 책에 심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거부감으로 다가오던 책 먼지들이 날마다 코를 통해 힘들게 했지만, ‘희귀 도서의 발견’이란 희열감 때문에 이내 곧 반가움의 나날이 되었다.
인사동에서 시산방이란 화랑과 책방을 운영하셨던 유선생님께서 평생 수집한 미술자료에는 古도서, 전집, 화집, 교과서, 정기간행물, 중국서, 일본서, 서양서, 논문 등 종류가 너무 다양했다. 몇 백 권 정도의 도서를 순서대로 목록 작성이나 하면 되는 줄로 알고 있었던 나는 유선생님이 평생 수집한 자료를 정리, 선별해야 하는 큰 프로젝트였다. 1차로 전시예정도서와 非전시미술도서, 非미술도서, 미술관련 복본도서 등으로 크게 분류하여 2,315권 목록을 작성해 한국미술정보센터 2층에서 3층과 4층으로 옮겨졌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번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한국화가 유양옥선생 기증자료전’이 열리고 평생 수집한 자료 중 희귀도서들이 빛을 볼 수 있어 참 기쁘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그동안 한국미술의 중요한 축으로서 노력해왔다. 더 큰 강물이 흘러들어도 넘쳐흐르지 않는 큰 바다가 되어, 흩어져있는 미술자료가 한곳에 모여 빛을 볼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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